주택협회, 도정법개정안 개선 건의한 까닭은
주택협회, 도정법개정안 개선 건의한 까닭은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09.29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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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관리자 지정기관은 시행자지위 불허 마땅”
2009-09-29 14:27 입력
  
업무대행 빌미로 시행자 지정 악용 우려
보상·이주·철거에 공공책임 강화 요구도
 
 
재건축·재개발 공공관리자로 지정받은 공공기관은 당해 정비사업의 시행자격을 배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공공관리자 업무에 세입자 보상이나 이주, 철거 등을 포함시켜야 공공개입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대한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현재 공공관리자 방안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은 지난 7월 13일과 14일 의원입법 형태로 김성태·강승규 국회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해 국토해양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두 개정안은 일부 조항에서 차이가 있을 뿐 서울시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조합방식이냐, 공영방식이냐’ 공정경쟁 이뤄져야
 
우선 업계는 공공관리자가 지정된 경우 당해 정비사업에서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받을 수 없도록 명문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행 업무를 빌미로 공공관리자 제도가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정비업체 선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공관리자가 정비업체로 하여금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징구때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를 함께 종용할 수도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최태수 사무국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공공은 저소득층 주거복지나 임대주택 공급 등 공적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며 “공공이 수익창출을 위해 사업시행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꼼수라는 업계의 지적이 틀렸다면 시행자격 배제를 법에 못박으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업계는 공공관리자 대행업무 범위에 세입자 보상이나 이주, 철거 업무 등을 포함시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분쟁이나 소송 등 공공개입이 절실한 부문에 대한 역할이 누락될 경우 공공관리자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공관리자 지정 여부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비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제한 뒤 “전국의 모든 재건축·재개발 현장을 대상으로 공공관리자 제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사전검토도 없이 전국으로 확대·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관리자의 업무수행능력은 정비사업의 성패를 좌우할만큼 중요한 사항”이라며 “공공관리자 도입자체에 대한 찬반이나, 공공기관 선택권한 등은 토지등소유자에게 줘야 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시공자 철거공사 이행 의무화 반대
 
재건축·재개발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철거공사를 시공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제11조제4항은 “시공자는 기존건축물의 철거공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계약을 하고 시공자의 책임하에 철거공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며 시공자의 철거공사 이행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시공자의 경우 세입자의 이주나 보상과 관련해 업무와 무관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철거공사를 시공자 계약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단순히 세입자 이주나 행정대집행 시 주민마찰에 대한 책임을 시공자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계약의 주체가 조합에서 시공자로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철거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해결의 근본대책이 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유지
 
또 제3조는 현행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없애는 대신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변경하는 것을 담고 있다. 정비사업의 계획기간과 정비예정구역의 개략적 범위를 계획수립내용에서 삭제하는 게 주요내용이다.
 
문제는 정비계획 수립과 안전진단 권한이 시장·군수로 이관된 현 상황에서 이를 삭제할 경우 주민들의 정비사업 추진의사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정비계획 수립이나 안전진단 실시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다거나, 각 예정구역간 사업우선순위 결정에 애로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책임을 회피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정비기본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총회참석비율 10% 유지
 
총회의결시 조합원 참석비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상향하는 안은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직접참석 의무비율이 개정된 게 지난 5월 27일인데 개정규정의 실효성에 대한 검증없이 곧바로 상향 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서면결의도 의사표시의 한 방법인만큼 직접참석 비율을 상향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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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체 의무승계 부당… 구체적 선정기준 마련해야
 
■ 또 다른 문제는 없나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의 조합 승계의무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비업체 선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먼저 정비업체의 선정을 규정한 개정안 제11조의2제1항은 “시장·군수는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하여 제4조제1항에 따른 정비구역 지정 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비업체 선정의무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선정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주거환경연구원의 진희섭 팀장은 “시장·군수가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경우 선정방법이나 기준 등이 규정돼 있지 않은 것은 법령 불비”라며 “자의적인 심사기준 등 정비업체 선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로 공공관리자 첫 시범단지인 성수지구에서 정비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있었다”며 “정비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공공에 줄서기를 하는 등 새로운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추진위는 시장·군수가 선정한 정비업체와 의무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같은 정비업체의 승계 강요는 주민 의사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 정비업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공과 주민간의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개정안 제11조의2제3항은 “시장·군수는 추진위원회를 승인하기 전까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추진한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급하고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추진위원회로부터 징구할 수 있다.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추진위원회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설립을 위한 업무를 지원한다”고 돼 있다. 이때 ‘체결하고’라는 의무사항은 ‘체결할 수 있으며’라는 임의사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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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관리자制는 변칙 공영개발
주민 원할 때만 선별적 도입을”
 
■ 건산연 재개발 보고서

서울시의 공공관리자 제도도입은 변칙적인 공영개발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사진)은 ‘재개발 제도의 합리적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두 연구위원은 공공관리자 제도도입에 따른 공공의 역할 확대가 종전 재건축·재개발사업의 부패 등을 해소하고 사업의 투명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관리자 제도는 공공의 투명성을 앞세우다보니 상대적으로 조합이나 건설사, 정비업체의 부정이나 비리사례들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것과 달리 공공의 부패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은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데서 공공관리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결국 개선안의 기본적인 골격도 이들을 대신할 사업추진의 구심점을 찾는데 중점이 두어졌고, 구체적인 내용도 공공개입의 당연성을 유도해내는 등 왜곡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두 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내는 주민대표가 재건축·재개발조합임에도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만으로 제도개선을 모색했다는 것은 출발점에서부터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이 문제라면 공공의 역할 강화보다는 사업방식 자체를 개편하거나 민간참여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대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관리자 제도가 도입된 곳에서 정비업체나 시공자를 선정할 때의 공공의 개입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기본으로 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지원이나 보완과 같은 공공의 역할을 넘어 지나치게 개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공공기관이 업체 선정과 관련해 도덕성이나 책임감이 우월하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권한이 추가적으로 부여되는 것과 비례해 비리연관의 개연성이나 우려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위원은 “최근 제시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제도개선안들이 공공개입의 강화라는 역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시장의 자율성이 퇴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관리자 제도도입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이 적지 않은 실정인만큼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두 연구위원은 상가권리금과 상가분양 우선권 보장이나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기초단체별 설치 등은 제도화가 어렵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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