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올스톱 위기
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올스톱 위기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8.11.26 0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11-26 16:13 입력
  
“추진위 운영규정대로 조합설립 해봤자 무효?”
법원 “비용분담 구체적이지 않다” 잇단 판결
조합 “조합설립동의서 양식 지켰을 뿐” 반발
국토부 “동의서, 시행규칙 격상” 대안 내놔
 

법원이 재건축·재개발은 물론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해서도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조합방식으로 진행되는 정비사업 전체가 조합설립 무효 소송이라는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러다가 정비사업 자체가 올스톱 되는 것 아니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재건축의 경우 소유권 확보를 위한 매도청구 소송 등의 과정에서 간혹 조합설립의 무효를 다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추세의 판결이 재개발과 도시환경정비사업까지 이어지면서 이들 사업장에서도 조합설립 자체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역시 재건축과 같은 이유로 패소판결을 받은 것이어서 이제 조합설립 무효 소송은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종전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운영규정〉상의 조합설립동의서 양식대로 동의서를 징구했는데도 패소판결이 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며 “운영규정 상의 동의서 양식에 따라 조합설립을 받은 곳은 유사 소송이 제기되면 모두 패소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현재로써는 조합설립을 해봤자 무효”라고 지적했다.
 
▲조합 “법대로 해도 무효?” 억울=우선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 및 시행령 제26조, 시행규칙 제7조에 따라 각 사업별 동의율 및 조합정관, 관계서류 등을 첨부해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동의서 내용에는 △신축건물의 설계 개요 △철거 및 신축비용의 개산액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소유권 귀속에 관한 사항 △조합정관이 포함돼야 하고, 동의서 양식은 〈운영규정〉 제3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별지3(3-1은 재건축, 3-2는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서식의 조합설립동의서에 맞춰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은 △조합정관에 따라 경비를 부과하고 징수하며, 관리처분시 가청산하고, 조합청산시 청산금을 최종 확정함 △조합원의 소유자산의 가치를 조합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하여 형평의 원칙에 의거 조합정관에서 규정한 관리처분기준에 따라 비용 및 수익을 균등하게 부담·배분함 △시공사에 지급할 공사금액 및 사업 관련 제반비용은 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의 일반분양 수입금과 조합원총회에서 결의되거나 서면동의한 조합원분담금으로 우선 충당하고, 부족금이 발생할 경우 조합정관 및 관리처분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분담함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는 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모두 똑같다. 이처럼 동의서 내용은 운영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합 임의대로 변경할 수 있는 부문이 아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운영규정〉상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잘못됐다며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내리고 있어 조합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조합설립 직전의 사업장에서는 이같은 조합설립동의서를 그대로 징구해도 괜찮은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부, 조합설립동의서 법규화 입법예고=국토해양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도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 시의 동의기준이 불분명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이로 인한 사업의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설립의 동의원칙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조합설립동의서를 법규화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토부는 시행규칙 개정안 제3항을 신설하면서 “시행령 제26조제1항에서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동의서’라 함은 별지 제2-1호 또는 제2-2호 서식의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설립동의서 또는 주택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설립동의서를 말한다”고 명확히 했다.
 

조합설립동의서를 법규화하면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법원에서는 비용분담에 관한 내용을 문제시하고 있다”며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의 내용을 바꾸지 않는다면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게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

 
조합 “사업절차상 불가능”… 법원 “정비업체 자문 가능”
 

■ 엇갈린 반응
조합들은 재건축·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설립 이후에나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면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화되기 때문에 조합설립 당시에 이를 확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김윤권)는 “시공자 선정 후에 조합총회의 의결을 통해 수립된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도록 하면서 관리처분계획에는 정비사업비의 추산액 및 그에 따른 조합원 부담규모 및 부담시기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단계에서 조합설립동의를 위한 사항이 어느정도 구체화될 수 있는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김용석) 역시 “재건축사업에 비해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지역 내에 다양한 토지등소유자들이 존재하고,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들에 대한 청산 등의 문제로 인해 비용분담 및 사업완료 후의 소유권 귀속 문제를 정하는데 있어 다소 난점이 있기는 하다”고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역할에 주목했다. 정비업체를 선정해 자문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구체화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부산지방법원 제6민사부는 “조합설립 이전에도 정비업체를 선정해 자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화하는 게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비용분담액을 산출하는데 다소간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정만으로 비용분담액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

 
“비용분담액 너무 추상적, 사업참여 기준 될 수 없다”
 

■ 법원의 판단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내리고 있는 법원의 시각은 사업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만큼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동의서에 기초해서 이뤄진 조합설립은 무효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운영규정〉상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우선 재건축의 경우 올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김윤권)는 서초구 모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황모씨 등이 제기한 ‘재건축조합설립 무효 확인’ 소송에서 “동의서 및 조합정관을 통해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에 대해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이에 기초해 이뤄진 조합설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어 “재건축에 참가할 것인지의 여부는 조합설립동의 때 그 범위가 상당부분 확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6일 부산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이흥구)는 사하구 모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김모씨 등이 제기한 ‘조합설립 무효 확인 등’ 소송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은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상당한 비용을 들여 재개발사업에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사업 실행단계에서 다시 비용분담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분담액이나 산출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정하지 않은 동의서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기초로 한 조합의 설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도시환경정비사업 역시 판결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지난 3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김용석)은 서울 모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주모씨 등이 제기한 ‘조합설립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조합원들의 비용분담 및 사업완료 후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은 정비사업에 참가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이라며 “동의서에서 제시한 기준과 조합정관의 규정을 보태더라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비용분담액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정법 제16조제1항, 시행령 제26조제1항에서 정한 동의서의 요건을 흠결했다”며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내렸다.
 
실제로 이미 지난 5월 대법원은 〈운영규정〉상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잘못됐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고현철)는 지난 5월 15일 대구시 북구 모재건축조합이 조모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등기’ 소송에서 조합측의 상고를 기각했는데 이 조합은 앞선 1·2심에서도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1월 31일 2심에서 대구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영화)는 “조합설립동의서의 내용만으로는, 토지등소유자들 자신이 분담해야 할 재건축비용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재건축에 참가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가 되지 못한다”며 “조합정관에서 정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역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고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재건축 참가여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