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허수아비’로 전락되나…
추진위 ‘허수아비’로 전락되나…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8.10.29 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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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9 17:51 입력
 
정비구역지정 이후로 추진위 승인시기 명문화
정부, 도정법 개정안 입법예고… ‘실효성’ 논란
 

추진위 승인시기를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못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추진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심지어 공공특혜 시비를 불러오는 등 현행 규정을 유지하는 것만 못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통상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 건폐율, 높이 등 개략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곧바로 조합설립이 가능한데도 구역지정 이후에 추진위 승인을 받는 것은 불필요한 절차를 이중으로 거쳐야 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개정안대로 구역지정 이후에 추진위가 승인된다면 추진위에서 할 수 있는 업무라는 게 기껏해야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외에는 딱히 없기 때문에 빈 껍데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 8월말 입법예고된 〈도정법〉 개정안 제13조제2항을 보면 추진위 승인시기가 구역지정 이후로 명확히 돼 있다. 이때 수립되는 정비계획에는 건축물의 용적률, 건폐율, 높이, 공동이용시설 설치계획 등 사업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이 모두 포함되는데 시장·군수가 수립하는 게 원칙이고 주민제안형 정비구역 지정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또 개정안 제14조제1항에서는 추진위의 업무에서 안전진단 신청에 관한 업무를 삭제하고, 삭제된 안전진단 절차는 정비계획 수립 때 한꺼번에 처리하도록 했다.
 
이같은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그동안 추진위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던 정비계획의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이나, 안전진단 절차는 관에서 ‘다 알아서’ 해 주기 때문에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만이 남게 된다. 그럴 경우 아예 추진위를 없애고 조합설립으로 사업단계를 바로 진행해도 별 무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구역지정 후 추진위를 승인해 줄 경우 사업주체가 되는 주민들과 업체간의 사전담합 기간만 늘어나게 돼 오히려 비리를 키우는 셈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있으나 마나’한 추진위를 폐지하는 것이 입법예고 당시 국토해양부가 밝혔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절차 간소화 명분에도 부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구역지정 단계에서 주민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민의견은 추진위가 주체가 돼 구역지정 때 적극적으로 개진해 왔는데 공공이 수립할 경우 의견반영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면 곧바로 추진위 승인이 가능한 현행 절차에 비해 비교우위가 없는만큼 현행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각 시·구마다 추진위 승인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추진위 구성시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공공이 직접 정비계획을 수립한다면 사실상 추진위의 업무가 없기 때문에 추진위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진위를 폐지하지 않으려면 정비기본계획 고시 이후로 승인시기를 규정해서 정비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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