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정비사업 현금청산에 멍든다
지방 정비사업 현금청산에 멍든다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8.04.23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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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3 11:51 입력
  
일반분양 전환으로 미분양 증가 악순환 불러
업계 “경기호전 기다리는 수밖에…” 자포자기

 
지방 재건축·재개발사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금청산으로 인해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현금청산은 일반분양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가뜩이나 적체된 미분양물량에 기름을 붓는 격이어서 악순환만 되풀이될 조짐이다. 〈관련기사 3면〉
 
더욱이 이같은 지방의 현금청산 증가추세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업계나 조합 모두 ‘경기가 호전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는 자포자기식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대구, 부산 등 미분양이 극심한 곳에서는 현금청산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관리처분총회를 마친 한 재건축조합은 조합원 700여명 중 절반인 350여명이 현금청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아예 분양일정을 늦추기 위해 고의로 사업을 지연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의 한 재건축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지 벌써 수년이 흘렀지만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 조합에게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건축부담금은 걱정거리도 못 된다. 어차피 분양해봐야 더 큰 손해가 난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전국적으로 최악의 미분양 사태가 지속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대구, 부산 등에서는 신규사업 수주 금지령을 내렸다”면서 “기존 수주현장도 경기를 봐가며 분양일정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임원은 “현금청산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건설사의 자금압박도 심해지고 있다”며 “중소건설사들은 말 그대로 흑자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또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양상도 사뭇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종전에는 분담금 납부능력이 안 되거나,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처럼 규제 때문이었다면 최근에는 재산권 행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현금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 볼 때 각종 규제나 공사비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진 마당에 현재의 분담금은 사실상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설령 분담금을 납부할 능력이 되더라도 향후 매매시 엄청난 양도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현금청산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차피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입주 후 프리미엄’은 거의 없다는 시각에서다. 심지어 주택수요가 꽁꽁 얼어붙은 현 상황에서 안전하게 매매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여기고 있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요즘 지방의 재건축·재개발에서 최대 화두는 미분양과 현금청산”이라며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표방한 새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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