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정보 인터넷 의무 공개 “헷갈려…”
조합정보 인터넷 의무 공개 “헷갈려…”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8.04.10 0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04-10 15:53 입력
  
미공개땐 형사 처벌규정에 시큰둥
국토부 “점검반 운용 계획은 없어”

 
조합 정보의 인터넷 공개 의무 제도가 지난달 22일부터 본격 시행돼 업계에 끼치는 영향 및 그에 따른 정책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료 공개 의무 제도는 예전에도 시행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공개 방식 및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인터넷 공개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기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공개 방식에 대해 ‘인터넷 등을 통하여’라고만 명시하고 있어 인터넷 포함여부를 놓고 그 판단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현장에서는 인터넷이 아닌 다른 방법을 사용해도 된다는 주장과 인터넷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는 해석이 충돌했다. 조합에서는 법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자료공개를 거부했고 일부 조합원들은 반대로 근거가 명확하다며 공개를 요구하는 등 기존의 법은 그동안 자료 공개 기준으로써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구체적 방법을 명시함으로써 이전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도록 했다. 개정된 법률은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지난달 2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벌칙조항까지 부가돼 있어 공개의 강제성을 더욱 높였다. 공개 범위는 △정관 및 운영규정 △시공자 등 협력업체 선정 계약서 △총회 및 이사회·대의원회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해당 정비사업 시행 공문 △회계감사 보고서 등 사업의 근간을 보여주는 굵직한 내용들이다. 강제규정인 이 제도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벌칙 조항이 덧붙여져 있다.
 
▲‘인터넷 파워’ 정비사업에도=인터넷이란 문명의 이기가 정비사업에서도 필수인 시대가 됐다. 이번 개정의 요점은 ‘인터넷’을 법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공개 방식으로 의무화했다는 점과 벌칙 조항을 삽입해 인터넷 공개 의무이행의 강제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공개 방식과 관련해 기존 법에서는 ‘인터넷 등을 통하여…’라며 법에서 애매모호하게 명시했던 부분을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이라고 명시하므로써 인터넷이란 공개 방식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 사항으로 규정해 놓았다.
 
또한 그에 따른 벌칙 규정을 삽입해 의무 규정 위반시 제재가 가해 질 수 있다는 부분을 명확히 했다. 벌칙 규정의 여파는 생각보다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개 의무 불이행이 결국 자격 상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표준정관 및 추진위 운영규정에서는 모두 ‘벌칙규정에 의한 벌금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총회에서 신임여부를 의결해 자격상실여부를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에 따른 벌칙 규정으로 조합 및 추진위 집행부에 커다란 강제성을 부여해 인터넷 공개의무 제도 정착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벌금 자체가 아니라 벌금형을 받으므로 인해 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공개, 형식 중요치 않아=자료 공개를 위해 ‘인터넷’이란 방식은 반드시 있어야 하되 인터넷 공개를 위해 별도의 홈페이지를 구축할 필요는 없다. 이번 인터넷 공개 의무 제도의 취지는 조합원들이 자유롭게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라’는데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란 편리한 도구를 통해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쉽게 조합 정보에 접근해 열람을 가능케하자는 것이 정책 취지다. 따라서 요즘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카페’ 또는 ‘블로그’ 등을 이용해 공개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것이 국토해양부 측 설명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번 조합 정보 공개 제도의 핵심은 인터넷을 이용해 자료를 ‘공개’한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인터넷이 어떤 형식의 인터넷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든 아니면 기존에 사용하던 카페나 블로그를 법 규정에 맞게 고쳐 사용하든 인터넷 형식 자체가 문제시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합·추진위 ‘마지못해’=조합 및 추진위 측에서는 이번 개정에 대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인터넷이란 도구가 자료 공개 및 열람의 편의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역으로 그에 따른 여론형성의 편의성 또한 강력하기 때문이다. 일선 조합 및 추진위 관계자들은 짐짓 여론형성에 따른 조합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재개발 추진위 위원장은 “현재에도 법 개정 등 사업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주요 내용 등이 발표되는 경우 곧장 안내문을 발송하고 그 외에도 정기적으로 소식지 등을 배포해 추진위의 업무 및 근황을 알리고 있는 상황인데 인터넷 공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선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개발 조합장은 “조합원 자격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노년층들이 많은데 이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는 소위 ‘넷맹’이 많다”며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재개발지역의 경우 실제로 이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공개 의무 안 지키면 ‘쇠고랑’=법에서 정한대로라면 3월 22일부터 인터넷을 통한 자료 공개가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까지도 홈페이지에서 자료 공개가 되어 있지 않은 추진위 및 조합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법대로라면 형사범으로 쇠고랑을 차야 한다. 당국에서도 이 같은 당위론에는 공감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22일부터 당연히 인터넷 자료 공개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수사 착수의 방법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한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고발에 의한 수사 착수의 방법이다. 즉 단지 조합원 및 구청의 고발에 의해 검찰 등 관계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속 부분에 대해서는 당국에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별도의 일제 단속 같은 것은 아직 계획되어 있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단속반 구성 등을 통한 대대적인 현장 점검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면서 “일단 공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내용이다 보니 단속보다는 계도 쪽에 더 비중을 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

 
전산화 지지부진… 정착까진 아직 먼 길
 
■ 문제점과 전망
 
업계에서는 이 정책에 따라 각 조합 및 추진위에 ‘인터넷 구축’이라는 즉각적 정책 효과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올 초부터 그동안 홈페이지가 없던 일선 사업장들은 홈페이지 구축을 놓고 일대 소동을 벌이면서 홈페이지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자체나 시공사, 정비업체 등 관련기관 및 업체에서도 공문 등을 통해 일선 조합 및 추진위에 홈페이지 구축 필요성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각 개별 조합들의 특수성에 따른 문제들과 부닥치면서 제도 시행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사업장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자료 공개가 쉽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자료 공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료들의 전산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잠실, 개포, 둔촌, 가락시영 등 오래 전부터 사업을 추진해 왔던 사업장들은 그동안의 방대한 자료들을 어떻게 모두 전산화해야 하는 지에 대해 걱정이다. 잠실 등 예전에 소위 저밀도지구로 통칭되었던 사업장 중에는 아직도 사업이 진행 중인 곳들도 상당 수 있다. 이들 사업장의 평균적인 사업 추진 시작 시기가 90년대 초중반으로 자연히 ‘공개해야 할’ 관련 자료들도 방대할 수밖에 없다.
 
잠실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90년대부터 사업을 추진해 법령에 명시된 자료들만 하더라도 그 분량이 상당하다”면서 “그 내용들을 어떻게 일일이 스캔 작업을 통해 전산화해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잠실의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법 시행 시점에서부터 전산화해야 한다면 다른 업무는 손놓고 이 업무에만 매달려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모두 전산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개 의무 사항으로 명시된 부분은 모두 전산화해서 공개해야 하며 사실 스캔 작업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년층이 주로 업무를 하는 일선 조합에서 인터넷에 대한 자료 업데이트 부분도 문제시 되고 있다. 상당수 조합 및 추진위에서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포탈사이트 카페 및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노년의 집행부 임원들이 직접 자료를 정리하고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자료의 전산화 부분도 문제이거니와 인터넷에 올리고 관리하는 부분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여론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고발이 들어오게 될 경우 그 때서야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료를 공개해도 된다는 것. 한 업계관계자는 “본격적인 단속이 없는 상황에서 홈페이지가 없어도 문제가 없다”면서 “홈페이지 만드는 것은 기존 포탈사이트 카페 등을 이용할 경우 불과 몇 분만에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른 다양한 반응이다. 덧붙여 이같은 각 조합별 특수 상황 속에서 발생되는 위법사항 적발에 따른 처벌, 소위 ‘시범타’ 맞을 사업장이 어디냐도 업계의 관심거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