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이야기>화장실에서 맞이한 최후(16)
<해우소이야기>화장실에서 맞이한 최후(16)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02.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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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18:33 입력
  
과거 일본의 우에스기 켄신은 니가타의 유명한 명장이다. 그러나 그는 화장실 때문에 천하를 잃은 불운한 사람이기도 하다. 당시 그의 라이벌인 다케다는 오로지 영토를 확장하려고 전쟁을 했지만, 켄신은 다케다의 탐욕스럽고 추한 야망을 징벌하기 위해 그에 대적했다고 한다.
 
너도나도 권력이나 한번 잡으려고, 혹은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혈안이 되었던 일본의 전국시대에 그런 의혈남아도 있었다.
 
그는 키가 150㎝에 불과한 단신이었지만 전술에 있어서만은 천재적이어서, 오다 노부나가가 거느리는 5만 대군을 격파한 적이 있는 용감무쌍하고 지혜로운 장군이었다. 다케다가 죽은 뒤 천하통일의 야망을 불태웠던 노부나가의 유일한 강적이 바로 이 우에스기 켄신이었다.
 
켄신의 혈액형은 AB형으로 알려졌는데, AB형의 성격적인 특징, 즉 ‘취미와 대의명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에 꼭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그에게 있어서 전쟁은 하나의 취미일 뿐이었다.
 
19세때 이미 가장으로서 가문 전체를 다스렸고 이후로 죽을 때까지 30여년간 전쟁에 출전한 것만 70회에 이르렀다고 한다. 평균 1년에 2번꼴로 전쟁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의 불교 중에서 불법을 지키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는 분파가 있었는데 이 교리대로 악인을 징벌하는 것이 그에게는 무상의 기쁨이었다고 한다.
 
그의 정의감 넘치는 행동 때문에 행동파로서 이미 정평이 나 있었고, 켄신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다케다조차도 죽는 순간에는 “켄신은 정의의 사자이니 그에게 부탁을 하면 나는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겠구나. 내 뒤를 켄신이 잇도록 부탁을 해 다오”라는 유언을 남겼을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켄신은 남다른 불교 신자여서 평생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영토를 확장하는 데 대한 욕심도 없었다. 정권에 대한 야심이 없었기에 전쟁에 이기고도 점령지에서 물러나 고향인 니가타로 항상 되돌아왔다.
 
그는 36세에 악성 괴질로 왼쪽 다리를 못쓰게 되었으므로 다시는 말을 탈 수가 없었다. 전쟁터를 달릴 수 없게 된 장수로서 울분을 달래려 폭음을 하게 되었고, 급기야 41세에는 손이 떨려 문서에 서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폐인이 되었다.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 환자가 된 것이다.
 
그는 출전하기 직전 절에 참배할 때만 금주를 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금단현상 때문에 밤마다 뱀이 전신을 휘감는 환각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러나 켄신의 즐거움은 여전히 지독한 소금범벅인 장아찌를 안주로 술을 마시는 것이어서, 알코올 중독에다 소금의 과다 섭취로 고혈압을 얻게 되었다.
 
우에스기 켄신은 1578년 오다 노부나가와 결전을 치르기 위해 대군을 가스가 산성에 집결시켰다. 노부나가가 가장 두려워했던 상황이었다. 켄신이 노부나가를 쓰러뜨리고 천하를 호령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대군을 집결시켜 노부나가를 공격하기만 기다리던 켄신은 3월 9일에 화장실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4일후인 13일에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고 말았다. 뇌일혈로 급사했던 것이다. 차디찬 야전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아야 했으니 이는 고혈압 환자인 켄신에게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만약 그 화장실이 난방이 가능한 서양식으로 여유있게 앉아서 볼일을 볼 수만 있었다면 일본의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켄신의 나이는 겨우 49세였다.
 <자료제공 : 브리앙산업  www.br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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