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덕천 주민참여 재개발 갈등, 왜이러나
안양덕천 주민참여 재개발 갈등, 왜이러나
“계약서·명부 공개하라” 주민들 요구에 LH ‘딴청’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2.11.14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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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대표회의 파행·반대민원 등 책임전가에만 급급
손해나든 이익나든 주민이 책임… LH는 업체선정만

 

 


“안양7동 재개발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최초의 주민참여형 주택재개발사업 시범지구로서 저희 대한주택공사는 주민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신속한 사업추진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국내 어느 재개발사업지구보다도 투명하고 신속하게 본 사업을 추진해 안양시 최고 수준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재산가치의 증식으로 주민들의 성원에 보답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지난 2004년 11월 26일 경기 안양 덕천지구 주민대표회의와 주공이 시행약정을 체결한 주민전체회의에서 당시 한행수 사장이 주민들에게 한 약속이다. 주민들은 이런 주공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현실에서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자 주민들이 LH(토지주택공사)에 등을 돌리고 있다.


LH 통합과 그에 따른 사업 재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안양 덕천지구 재개발 사업이 수년째 지체되고 있다. 한때 종전자산 평가금액이 턱없이 낮게 나오자 이에 격분한 주민들의 항의로 분양신청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도 겪은 바 있다. 그나마 주민들의 대표기구인 주민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 주민전체회의에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안건을 처리하는 등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인 LH와 주민대표회의간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시공자 계약서를 비롯한 각종 업체 계약서, 토지등소유자의 명부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차단되자 주민대표회의가 폭발했다. 사업의 실제 주인인 주민대표회의는 자신들을 사업 파트너로 보지 않고 LH가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보고 있다.


▲관리처분방식에 의한 주민참여형 원가정산방식의 실체=덕천지구 주민대표회의와 LH가 체결한 시행규정에 따르면 덕천지구 재개발사업은 주민의 실질적 사업 참여 및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관리처분방식에 의한 주민참여형 원가정산방식’으로 시행한다고 돼 있다.


주민대표회의는 이 시행규정의 대원칙인 주민참여가 봉쇄돼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기본인 시공자 계약서나 토지등소유자 명부의 공개조차 거부당하면서 주민들 위에 LH가 군림하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손해가 생기든 이익이 생기든 책임은 주민이 지고, LH는 업체선정만 하는 게 원가정산방식이라며 LH의 사업추진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대표회의 이창우 위원장은 “안양 덕천지구 재개발사업의 주인은 이곳 주민들”이라며 “공사계약서를 비롯한 각종 협력업체 선정계약서, 토지등소유자 명부 등을 요구해도 LH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업의 주인이자 주민들의 대표기구인 주민대표회의가 요구해도 이제껏 묵살하고 있다”며 “LH는 자신이 사업시행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 독단에 빠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LH 안양덕천사업단 관계자는 “계약서는 주민들이 요구하면 열람을 하고 있다”며 “다만 그동안 주민대표회의가 파행으로 운영됐고, 공사계약서 공개에 대한 정식 공문요청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은 주민대표회의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공사계약서 공개를 요청하면 관련 절차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주민대표회의의 주장은 다르다. 수차례 공문으로 요청을 했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는데 보안각서 작성 등을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 측의 입장이 수평선을 달리면서 당분간 감정싸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진실게임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다만 LH가 민간방식의 재개발과 달리 소극적인 정보공개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 재개발의 경우 시공자 및 각종 협력업체 계약서는 기본이고 각종 관련자료를 주민은 물론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밖의 방법을 병행해 모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안양 덕천지구의 경우 별도 홈페이지도 없고, 관리처분총회 성격의 주민전체회의에서도 본계약서가 공개되지 않았다. 본계약에 대한 의결도 없었다.


나아가 민간보다 투명해야 할 LH가 안양덕천지구 주민들의 사업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0여년간 주민전체회의가 2~3회에 그치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 통상 업체 선정이나 중요한 의결이 있는 경우 사전에 주민총회에서 의결을 받든지, 아니면 추후 보고 형식의 추인절차가 있는 게 상식이다. 이런 상식도 지금 안양덕천지구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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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2년간 운영비 중단… 성남2단계 현장은 소송 중

 


LH가 안양덕천지구 주민대표회의에게 지급해야 할 운영비도 2년간 중단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상 주민대표회의 길들이기 아니냐는 것이다.


안양 덕천지구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시행규정에 따라 매월 지급해야 할 운영비를 LH가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사실상 주민대표회의를 쥐락펴락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덕천사업단 관계자는 “당시 주민대표회의가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비 중단을 요구하는 민원이 있었다”며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덕천 시행규정에 따르면 약정체결일로부터 사업완료에 따른 이전고시 후 2개월까지 사무실을 제공하고 월 2천만원 이내로 지원하고 지원된 비용은 원가에 포함 청산한다고 돼 있다.


한편 성남의 2단계 재개발 현장인 중1구역과 신흥2구역도 운영비 중단으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이들 구역은 LH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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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도 인터넷 공개의무화 해야
공공이 정보공개 더 안 해 문제

 


■ 시행규정이 문제라는데
LH 등 공공도 민간과 마찬가지로 각종 계약서 등 정비사업 관련 서류의 인터넷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이 되레 공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도정법〉 제81조제1항은 “추진위원회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의 경우 조합임원,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경우 그 대표자)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만일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임원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문제는 인터넷 공개의무 주체에서 시장·군수와 LH 등 공공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데는 공공이 민간보다 투명하다는 기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항이 현실에서는 독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안양 덕천을 비롯해 LH가 참여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계약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공개하더라도 계약서에 대한 문의를 하는 경우 열람하는 수준의 소극적인 공개에 그치고 있다.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할 필요가 있냐는 인식이다.


또 LH와 주민대표회의가 체결하는 시행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시장·군수 또는 LH 등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경우 시행규정이 포함된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안양 덕천재개발도 시행규정이 포함된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해 지난 2008년 12월 안양시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현행 〈도정법〉 제30조는 “사업시행자는 고시된 정비계획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포함하여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8호로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 등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정비사업에 한해 시행규정을 포함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갑’인 주민대표회의보다 LH가 ‘수퍼 을’의 지위에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추진의 중요 과정에 있어 주민대표회의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이때 LH는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현실에서는 LH 주장대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노력’ 의무에 대한 해석이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정법〉 제26조제4항은 “주민대표회의는 사업시행자가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하여 제30조제8호의 규정에 의한 시행규정을 정하는 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시행자는 주민대표회의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다음 각 호는 △건축물의 철거에 관한 사항(제1호) △주민이주에 관한 사항(제2호) △토지 및 건축물의 보상에 관한 사항(제3호) △정비사업비의 부담에 관한 사항(제4호) △세입자에 대한 임대주택의 공급 및 입주자격에 관한 사항(제4의2호) △그밖에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제5호) 등이다.


다시 제5호는 시행규칙 제37조제3항에서 △관리처분계획 및 청산에 관한 사항(제1호) △법 제26조제1호 내지 제4호 및 시행규칙 제1호의 사항의 변경에 관한 사항 △시공자의 추천 등이다.


이처럼 사업추진의 주요 과정에 주민대표회의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LH가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만 있을 뿐이어서 LH 의도대로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행규정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상 강자인 LH 입맛대로 되기 십상이다. LH가 요구하는 시행규정을 주민대표회의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아예 시행규정을 체결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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