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강남 광역·공영개발 발언 파문
인수위, 강남 광역·공영개발 발언 파문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8.02.12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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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17:13 입력
  
재건축 규제 푼다더니 되레 꽁꽁 묶나…
인수위 “사업 활성화·개발이익 환수도 가능” 주장
전문가 “재건축 인센티브 없어 실효성 의문” 지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강남재건축도 강북뉴타운처럼 광역·공영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조합에서도 이번 강남재건축 광역·공영개발 주장에 대해 참여정부 규제정책보다 더 강력한 규제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인수위의 최경환 경제2분과 간사는 “소규모 조합방식으로 사업을 시행하다 보니 주민들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져 사업이 더뎌지고 있다”며 “은마 아파트 등 강남지역 재건축을 서울시나 토지공사와 같은 공공주체가 광역·공영개발하면 개발이익환수는 물론 사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인수위 내부는 물론 실무를 담당할 건설교통부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의 광역·공영개발에 대한 발언 내용은 알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정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강남재건축 광역·공영개발 방식에 대해 특별히 검토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역시 인수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나온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전달받은 사안은 없다”며 “건교부 자체에서도 이러한 계획에 대해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러한 인수위의 강남재건축 광역·공영개발 발언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도시계획업체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을 뉴타운사업처럼 광역개발 방식으로 시행하려면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도촉법〉에 따른 광역개발의 취지는 기반시설을 체계적으로 확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이미 기반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데 굳이 광역개발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위의 주장은 광역개발의 취지 자체를 모르고 한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현재 〈도촉법〉상 촉진지구로 지정해 시행할 경우 재건축은 특례를 받을 수 없다”며 “설령 법을 개정해 인센티브를 받는다 해도 이미 초과이익환수와 임대주택의무건립 등으로 조합원들의 개발 이익에는 전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재건축의 광역·공영개발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도촉법〉을 전면 수술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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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갈등 심화… 탁상 공론적인 발상”
 
■ 조합반응
 
강남의 재건축을 뉴타운 방식의 광역·공영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인수위 관계자의 주장에 재건축조합들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개발이익환수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동구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용적률 상향이나 층수 완화 같은 특례를 준다 해도 개발이익을 환수해 가면 누가 공영개발을 받아들이겠냐”고 반문한 뒤 “초과이익환수, 분양가상한제 등 현재의 규제로도 이미 재건축사업은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시행으로 개발이익환수가 강화되면 수익성을 떠나 사업자체를 포기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치동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장도 “조합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문제가 있다는 식의 사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영개발을 하게 되면 주민들의 분란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게 될 것”고 주장했다. 이어 “단지와 주민들의 특성이 제각각이어서 작은 단지의 재건축 사업에도 주민들 간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광역·공영개발이 대안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개포동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개발이익이 보장된다면 광역·공영개발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최근 정부의 취지를 보면 개발이익을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적인 발상보다는 조합과 조합원이 수긍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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