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BID, 협력업체 입찰공고 변칙 사례 분석
KRBID, 협력업체 입찰공고 변칙 사례 분석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8.01.10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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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0 15:12 입력
  
추진위가 버젓이 시공자 입찰 공고… 편법 난무
아예 무시하거나 형식적… 명함절반 크기 공고도
전문가들 “투명성 위해 인터넷 공고 의무화” 주장

 
시공자·정비업체 등 재건축·재개발의 주요 협력업체 선정기준 및 절차가 법으로 강제돼 있지만 여전히 기준을 무시하거나 형식적인 곳들이 부지기수여서 제도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건축·재개발 입찰·판례·지역정보 전문제공업체인 KRBID(한국재건축재개발정보원·www.krbid.co.kr)가 지난 2007년 한해 동안 전국의 입찰공고문(시공자 117·정비업체 376)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난 2006년 8월 25일 고시된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조합이 시공자를 뽑기 위해서는 공고→현장설명회→입찰서 접수 및 마감→대의원회 의결→합동홍보설명회→총회→계약체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입찰공고는 현장설명회 7일 전에 1회 이상 일간지에 공고해야 하고, 공고내용에는 △사업개요 △입찰일시 및 장소 △현장설명회 일시 및 장소 △입찰참가 자격에 관한 사항 등을 명시해야 한다. 현장설명회는 입찰 마감 20일 전에 개최해야 하고, 대의원회에서 총회에 상정할 업체를 의결한 뒤 2회 이상의 합동홍보설명회를 거쳐야 한다. 이후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직접 참석한 총회에서 최종 시공자를 선정하게 된다. 정비업체나 건축사사무소 역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서 정한대로 1회 이상 일간지에 공고하고,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후 주민총회에서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해야 한다.
 
▲시공자 선정, 명함 절반크기부터 입찰보증금 20억원 넘는 곳도=KRBID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은 총 117건이었다. △1월 7건 △2월 11건 △3월 9건 △4월 14건 △5월 8건 △6월 5건 △7월 10건 △8월 12건 △9월 8건 △10월 15건 △11월 12건 △12월 6건 등이다.
 
이 중 시공자 선정기준을 위반한 사례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시공자 선정시기를 어기거나,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정한 기준을 위반하거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경우 등이다.
 
우선 마산시 J재개발구역과 울산시 남구 B재개발구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았는데도 버젓이 시공자 입찰공고를 냈다. 또 현장설명회 7일전 입찰공고를 해야 하고, 입찰마감일 20일 전 현장설명회를 개최해야 함에도 이같은 기일을 지키지 않은 곳이 각각 52곳과 73곳이었다. 두 가지 모두 위반한 곳도 48군데나 됐다.
 
공고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공고내용을 어긴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M재건축구역과 부산시 금정구 H재건축구역의 경우 입찰공고문 사이즈가 가로 5㎝×세로 6.5㎝에 불과했다. 공고문이 명함 절반 크기여서 공고내용을 모두 담아내기란 사실상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입찰공고도 여럿 있었다. 입찰보증금 20억원 이상을 제한사항으로 내건 곳이 9곳이나 됐다. 또 10억~20억원이 7곳, 7억~10억원이 1곳, 5억~7억원이 5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입찰보증금은 통상 기존 협력업체의 용역비나 당일 총회비용으로 충당하기 마련”이라며 “통상 5억원 정도면 충분한데 이를 상회할 경우 공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비업체·건축사사무소, 주민총회 아닌 추진위서 선정키도=일부 정비업체나 건축사사무소 선정 과정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정비업체와 건축사사무소는 주민총회에서 선정해야 하는데도 추진위에서 선정한 뒤 총회에서 추인받겠다거나, 추진위 소위원회에서 선정하겠다는 등 기존의 잘못된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곳이 여전히 존재했다.
 
과도하게 자격을 제한해 사실상 특정사 밀어주기 양태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위에서 지명한 곳 또는 기존에 추진위에 자문을 했던 곳만 입찰자격을 준 사례도 나타났다. 입찰공고 사이즈는 시공자에 비해 더욱 더 작아 서울 영등포구 D재건축구역과 부산시 진구 C재개발구역은 불과 가로 3㎝×세로 3㎝크기였다. 이는 입찰의무를 형식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 “인터넷 공고도 법으로 규정해야”=전문가들은 입찰공고의 당초 취지인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일간신문 외에 인터넷에도 입찰공고를 동시에 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용무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부회장은 “일선 추진위나 조합은 업체를 선정하면서 주민들로부터 의혹을 사기 마련”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체를 선정해야 괜한 의심도 피할 수 있고 뒤탈도 없다”고 설명했다.
 
엄정진 주거환경연구원 팀장도 “요즘은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시대”라며 “입찰공고도 인터넷과 병행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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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업체 130곳·철거 34곳 등도
 
■ 입찰공고 이용사례
 
조합에서는 선정방법이 달리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도시계획업체나 철거업체·감평업체 등을 선정할때 입찰공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도시계획업체가 130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철거 34곳 △법무사 20곳 △회계사 19곳 △감정평가 19곳 △감리 18곳 △금융기관 8곳 △기타 65곳 등이었다.
 
도시계획업체 공고가 많은 것은 사업초기인 추진위 단계에서도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추진위가 아니라 조합단계에서 선정해야 하는 철거, 감평, 설계업자 역시 용역비용이 상대적으로 커 입찰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 산정(임대아파트 대지조성비, 택지비 가산공사비 산출) △지질·암반 조사 △미술장식품 △교통·환경영향평가 △사전환경성 검토 △분양대행 △노점상 보상 및 이주대행 △총회개최대행 △친환경건축물인증 △조경 등도 업체선정을 위해 입찰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원 KRBID 팀장은 “조합 업무를 지원하는 업체를 선정할 경우 용역금액 규모가 작더라도 입찰절차를 이행하는 게 낫다”라며 “입찰공고를 분석한 결과 인터넷 입찰을 병행하는 추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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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체 선정기준 전문성보다 ‘돈줄’
비용 정산조건으로 자격제한 ‘대세’
 
정비업체 선정시 자금대여 능력 여부가 선정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업초기 자금 조달이 안돼 사업이 사실상 답보상태에 빠지자 추진위·조합들이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자격조건을 제한사항으로 명시하는 추세가 늘고 있는 것이다.
 
KRBID에 따르면 정비업체 선정공고를 낸 전체 376곳 중 서울, 인천·경기에서만 30여곳이 자금대여 능력을 입찰자격 조건으로 명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나 사업성이 낫다고 판단되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사업초기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자금대여 자격제한 기준은 △운영비 대여 가능 업체 △기 투입비 정산 가능 업체 △시공자 선정전까지 운영비 지원 가능 업체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 H재건축 △강북구 G도시환경 △관악구 B재건축 △금천구 G재건축 △동작구 D재건축 △마포구 S재건축, Y재개발, Y재건축 △서대문구 H재건축 △성북구 D재개발, S재건축 △용산구 Y도시환경 △영등포구 S재개발 △은평구 S재건축 △종로구 I도시환경 △중랑구 M재건축 등이 있다. 그나마 이같은 자격제한 때문에 입찰에 응한 곳이 없어 두 번 세 번씩 입찰공고를 낸 곳도 있다.
 
인천·경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시 남구 J재개발, Y재개발 △인천시 서구 S재개발 △고양시 B도시환경 △수원시 J재개발 △안양시 동안구 B재건축 △용인시 M재개발 등이 있다.
 
최태수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자금대여 능력이 떨어지는 정비업체는 현장에서 교체되기 일쑤”라며 “이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자금대여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업체 선정의 주요 잣대로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주선 KRBID 대리는 “정비업체는 추진위부터 조합해산때까지 사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전문성과 업무추진능력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현실이 그렇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전문성보다는 ‘정비업체=돈줄’이라는 인식이 추진위나 조합 내부에서도 팽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설명회를 거치지 않는 곳도 있는가 하면, 과도하게 자격을 제한하는 요건을 명시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정사를 겨냥한 자격제한 요건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거기에 (가칭)추진준비위원회에서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공고문을 내는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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