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도 “추진위 때 시공자 선정 결의 무효”
고법도 “추진위 때 시공자 선정 결의 무효”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7.11.0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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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7 10:55 입력
  
시공자 선정은 조합 총회 고유권한 재확인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에 큰 파장 예고
 
서울 H구역 항소 기각에 담긴 뜻
 
추진위 때 행한 시공자 선정 결의는 무효라는 판결이 지난해 9월, 1심 판결에 이어 고법에서도 나와 각 건설사 및 해당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2민사부는 지난달 24일 서울 H구역 추진위원회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며 “박모 씨외 8명이 제기한 H구역 추진위원회가 2005년 11월 주민총회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공동시행자(시공자)를 S건설로 선정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하다는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판결이유가 제1심 판결문의 기재와 같다”며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해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고 밝혔다. <민사소송법> 제420조는 ‘판결 이유를 적을 때는 제1심 판결을 인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 고법의 이번 판결로 인해 업계에서는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대전, 광주 등 작년 8월 25일 전에 추진위 단계에서 시공자를 선정한 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장들의 경우 현재 1심 판결이 나왔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서울 고법의 판결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에서는 작년 최초 1심 판결 때와 마찬가지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심 판결은 어떻게=H구역의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작년 9월 서울지방법원의 판단은, 결론부터 말해 무효라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2005년 11월) 주민총회 개최 당시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 2005년 3월 18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조와 같이 시공자 선정에 관한 직접적인 제한 규정은 없었다고 해도 이에 대한 〈도정법〉 및 동법 시행령 관련 규정을 해석해 보면 시공자의 선정은 조합 총회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H구역 추진위원회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적시했다.
 
따라서 소를 제기한 H구역 토지등소유자들의 청구는 이유가 있어 이를 인용해 H구역 추진위원회에서 개최한 시공자 선정 총회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판결문에 따라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도정법〉 제8조에서 주택재개발사업은 조합이 이를 시행하거나 조합이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건설업자 등과 공동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제24조에서는 시공자의 선정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비춰 보면 시공자의 선정은 추진위원회 또는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주민총회의 권한이 아니라 향후 설립될 조합 총회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따라 H구역 추진위원회가 2005년 11월 개최한 주민총회에서 공동시행자(시공자)를 S건설로 선정한 결의는 무효라는 것이다.
 
반면 당시 H구역 추진위원회는 2006년 5월 24일 개정되기 전의 〈도정법〉 제11조는 주택재건축사업조합에 대해서만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후 개정된 법 제11조에서 주택재개발사업조합에 대해서도 조합설립인가 후에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위와 같은 개정 취지에 비춰보면 구 〈도정법〉은 시공자 선정에 관한 제한이 없어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전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 H구역의 주장이었다.
 
▲당사자 적격에 대해=1심 당시 H구역 추진위원회는 소를 제기한 사람 중 김 모씨, 박 모씨, 신 모씨는 사업추진에 관해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H구역 추진위원회에 가입한다는 의사표시도 하지 않아 추진위원회 구성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주민총회 결의의 효력을 다툴 자격이 없으므로 원고들의 소 제기는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에 의한 부적법한 것이라는 게 H구역 추진위원회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H구역 추진위원회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준비업무를 처리하려고 설립된 비법인사단이라는 점 △〈도정법〉에서 H구역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H구역 추진위원회 업무 내용이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와 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경우 일정 비율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원고로서 적격하다는 판단을 했다.
 
즉 추진위원회의 법적 성격, 〈도정법〉 관련 규정에 비춰 보면 구성원 자격이 없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사업시행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로서 주민총회 결의의 효력에 대해 확인을 구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소 제기, 유효 적절하다=H구역 추진위원회는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박 모씨 등이 제기한 소에 대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즉 H구역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주민총회에서 시공자 선정에 관한 결의를 하더라도 향후 설립될 조합에게는 아무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없고 원고들의 소 제기가 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유효,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 H구역 추진위원회의 주장이었다.
 
반면 법원은 H구역 추진위원회가 운영규정 및 회의 결과에 따라 주민총회를 개최해 시공자가 선정됐음을 결의한 이상 위 사업시행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인 원고들에게 향후 사업 추진과 관련해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들이 제기한 소는 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유효,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어 H구역 추진위원회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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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법 취지 잘 반영… 예견된 판결”
 
■ 전문가 시각
 
서울 고법의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고 재개발·재건축 전문 변호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1심 판결문에서 전개한 논리가 일목요연하고 <도정법>의 취지를 잘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심 판결 당시 한 전문 변호사는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에서 1심 판결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2005년 3월 18일부터 작년 8월 24일까지 재개발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는 시공자의 선정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았으나 <도정법>은 시공자의 선정 권한을 조합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정법> 제24조에 따르면 총회개최 및 의결사항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하고 있다. 조합은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총회를 두며 철거업자, 시공자, 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의 또 다른 전문 변호사는 “이번 고법 판결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재판부가 1심 판결문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도 원고들의 주장이 논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이번 고법 판결로 작년 8월 24일 이전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시공자를 선정한 구역들에 미치는 파장은 상황에 따라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달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가기 위해 시공자와 본계약을 끝내고 관리처분계획을 마친 현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곳 가운데 사업이 더딘 구역들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합설립인가 전에 대법원에서도 이번 고법 판결과 같이 확정 판결이 난다면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 시공자를 다시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H구역과 같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기 이전 서울시 3차 뉴타운 지역에서 소가 제기된 곳은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이 늦어지게 될 경우 더욱 신경써야 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재정비촉진계획이 고시되면 구역의 정비계획이 결정된 것으로 보기는 하지만 H구역과 같이 구역의 면적이 넓어지거나 반대하는 쪽의 세가 많으면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서를 징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추진위 때 뽑은 시공자를 유효화하는 정관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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