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 선정 무효 판결 속출’에 담긴 뜻
‘시공자 선정 무효 판결 속출’에 담긴 뜻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7.10.23 0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7-10-23 16:03 입력
  
법원 ‘추진위 시공자 선정 불허’ 아예 못박나…
추진위 선정이 일반적이라도 정당화 ‘불가’
조합 추인결의 받았다면 지위 인정 결정도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시공자는 무효라는 판결이 속출하고 있다. 시공자 관련 판결이 ‘무효’에서 ‘각하’로 잠시 누그러진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부산 양정동과 대전 성남동 등에서 무효판결이 잇따르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양정동의 경우 향후 조합원 총회에서 추인결의를 얻으면 족하다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법원마다 판단은 제각각인 상황이다.
 
<1면 포커스 참조> 실제로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김용대)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재판장 김용헌)는 이같은 추인결의가 무효라는 가처분소송에서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부산지방법원 제6민사부(부장판사 이승호)는 양정동 지역 주민 9명이 양정동 모구역 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2005년 3월 18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시공자 선정에 대한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더라도 추진위 때 시공자 선정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나아가 법원은 “시공자 선정이 추진위 단계에서 결의한 후 조합원 총회의 추인결의만 얻으면 족하다거나 추진위 업무범위에 속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 취지에 반해 조합의 시공자 선택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비록 하급심 판결이더라도 조합총회에서의 추인결의에 대한 부분도 잘못이라고 언급한 사례여서 상급심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추진위 “조합원 총회 추인전까지 법적 효력 없다”=양정동 모구역은 사업면적이 5만7천800㎡로 지난 2006년 4월 구청으로부터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이후 이 구역은 7월에 시공자 선정총회를 열고 단독입찰한 A건설을 전체 토지등소유자 399명 중 215명이 참석한 주민총회에서 찬성 205표, 반표 11표, 기권 2표로 선정한 바 있다.
 
이 구역 추진위는 “주민총회에서 A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는 결의를 했다 하더라도 앞으로 설립될 재개발조합이나 조합원 총회가 반드시 이 사건 결의에 구속돼 A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조합원 총회에서 추인되기 전까지는 아무런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소의 제기가 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A건설과 본계약 체결 안될 경우 법적 분쟁 가능성 농후”=<도정법> 제24조제3항제6호에서 시공자의 선정은 조합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제15조제4항에서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사건 결의가 향후 설립될 조합에 의해 승계되는지 여부에 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법원은 “추진위가 시공자로 선정된 A건설과 2007년 1월경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하고 A건설로부터 추진위의 운영 및 사업시행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받고 있어 추후 조합과 A건설 사이에 공사도급 본계약에 체결되지 못하는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공자의 선정과 같은 이 사건 결의의 효력 및 앞으로 재개발정비사업의 추진과 관련해 그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

 
‘오락가락’ 판결에 ‘헷갈리는’ 조합
 

■법원 판결 ‘제각각’ 파장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시공자의 지위인정 여부에 대한 판결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해 흑석동 모구역 추진위의 ‘무효’ 판결을 시작으로 시공자 지위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갈현동과 대연동에서 ‘각하’ 쪽으로 바뀌면서 한시름 놓는 분위기였지만 또 다시 ‘무효’쪽으로 바뀌면서 종잡을 수 없게 됐다.
 
▲2006년 9월 흑석동 무효 판결=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부장판사 김건수)는 권 모씨 등 11명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 모구역 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시공자의 선정은 추진위원회 또는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주민총회의 권한이 아니라 향후 설립될 조합 총회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추진위원회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2006년 12월 갈현동 각하 판결=하지만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부장판사 신성기)는 같은 사안을 두고 무효가 아닌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임 모씨 등 7명이 서울 은평구 갈현동 모구역 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시공자 선정 결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조합이나 조합원 총회가 반드시 위 결의에 구속돼 같은 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시공자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원고들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부적합하다”며 각하 판결한 바 있다. 무효 판결에서 각하 판결로 바뀐 것이다.
 
▲2007년 4월 부산 대연동 각하 판결=올해 4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1민사부(부장판사 고규경) 역시 같은 사안을 두고 무효가 아닌 각하 판결을 내렸다.
 
한 모씨 등 16명이 부산 남구 대연동 모구역 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시공자 선정 결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같은 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만약 향후 설립될 재개발조합의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결의에 무효의 원인이 있다면 그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면 될 것”이라고 마찬가지로 각하 판결했다.
 
▲2007년 8월 광주 광천동 무효 판결=이처럼 각하 판결이 이어지는듯 했지만 올해 8월 광주지방법원 제6민사부(부장판사 김병하)는 다시 무효 판결을 내렸다.
 
조 모씨 등 9명이 광주 광천동 모구역 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은 “재개발사업의 경우 시공자 선정시기에 관한 직접적인 제한규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법 및 시행령 관련 규정의 취지에 비춰보면 시공자 선정권한은 조합총회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시공자 선정 결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2007년 9월 부산 양정동 무효 판결=또 부산 양정동에서도 무효판결이 나오면서 다시금 판결추세가 무효쪽으로 쏠리고 있다. 이 지역 주민 9명이 양정동 모 구역 추진위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부산지방법원 제6민사부(부장판사 이승호)는 “시공자 선정에 관한 권한은 조합원 총회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추진위 단계에서 의결한 시공자 선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

 
부산지법 “개정 취지 잘못 이해”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2005년 3월 18일 <도정법>의 개정 취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재개발의 경우 시공자 선정시기에 대한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관련 규정을 종합해 보면 조합원 총회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2005년 3월 18일 <도정법>이 개정되면서 재개발의 경우 시공자 선정시기에 관한 직접적인 제한 규정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다른 관련규정의 해석상 시공자 선정에 관한 권한은 조합원 총회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봄이 상당하기 때문에 시공자의 선정이 추진위 단계에서 결의한 후 조합원 총회의 추인결의만 얻으면 족하다거나 피고의 업무범위에 속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 법의 취지에 반하여 조합의 시공자 선택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나아가 법원은 “<도정법> 개정이유가 초기단계에서 시공자가 참여하는 것을 허용해 재개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할지라도 재개발조합이 아닌 추진위 단계에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취지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추진위 단계에서의 시공자 선정이 사실상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추진위 단계에서의 시공자 선정이 곧바로 정당화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추진위 단계에서 A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키로 한 이 사건 결의는 정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