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층 재건축단지 ‘사업 재개’ 신호탄 올리나
강남 중층 재건축단지 ‘사업 재개’ 신호탄 올리나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0.03.25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 중층 재건축단지 ‘사업 재개’ 신호탄 올리나
 
  
은마아파트 조건부 재건축 판정 이후…
추진위 상반기 주민총회 열어 안건 처리
큰 문제없이 사업 진행땐 2015년께 입주
 
 

 

대치 은마아파트가 4번째 도전 끝에 ‘조건부 재건축 허용’ 판정을 받아 사업추진 재개의 발판을 마련했다. 강남구는 지난 3일 한국시설안전연구원에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 진단을 의뢰한 결과 ‘조건부 재건축’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1979년 지어져 30년이 넘은 은마아파트는 총 4천424세대로 그동안 강남 재건축사업의 상징 역할을 하며 규제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과거 세 차례 안전진단 절차를 진행했으나 통과하지 못했고 이번에 다시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강남 재건축 규제 ‘표적’=은마아파트는 강남의 대표적인 중층 노후아파트로 2002년부터 재건축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재건축규제에 막혀 번번이 안전진단 절차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안전진단 절차는 예비평가와 본 진단평가 두 차례로 나뉘어 있었고 그 허용여부도 시·도지사가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불허 입장 고수로 계속해서 안전진단 신청 반려가 반복됐다.
 
무엇보다 직접적 타격은 소형주택 의무비율이었다. 종전 용적률이 200%에 달하고 사업계획 용적률이 210%에 불과해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에서 소형주택 의무비율 제도가 등장해 조합원들이 평형을 줄여 재건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에도 임대아파트 의무건립제도, 개발이익환수제, 기반시설부담금제도 등 악재가 쏟아졌고 사업은 중단됐다.
 
▲규제완화 이후 첫 통과 사례=업계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를 조심스레 예상하기 시작했다. MB정부 집권 이후 정부 정책이 ‘도심 내 주택공급 촉진’으로 선회하면서 재건축 규제도 완화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안전진단 제도 개정 및 용적률을 법적상한용적률인 300%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변화된 분위기를 증명하는 구체적 정책들이 나왔다.
 
안전진단 절차도 ‘예비평가’와 ‘본 정밀진단’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던 것이 ‘현지조사’와 ‘안전진단’이라는 사실상 한 차례 진단 절차로 간소화됐으며 구조안정성 등 항목별 가중치도 종전 50%에서 40%로 완화됐다. 또 최종 판단도 시장·군수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는 정부의 규제완화 이후 첫 안전진단 통과 사례로 인근 강남권 중층아파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인근 강남 중층 재건축단지들이 재건축 시작을 고민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추진위 조만간 총회 개최=추진위는 상반기 중 주민총회를 개최해 사업계획 제시, 새 집행부 선출, 정비업체 선정 등의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300%를 적용한 새로운 사업계획이다. 향후 강남 중층아파트의 사업성을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추진위 측은 개최될 총회에서 사업계획을 공개하고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은 문제 해결 관건=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문제도 많다. 앞으로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이 아파트는 28개 동 4천424세대 주민과 상가조합원의 3분의 2이상 동의도 받아야 한다. 철거가 시작되기까지 빠르면 2~3년, 새 아파트를 짓는 데 또 2~3년쯤 걸린다. 별문제 없이 사업이 진행되면 2015년쯤 입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칫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진다면 사업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또한 상가 문제 및 역세권 개발 주장 등 그동안 은마아파트 내부에서 주장되었던 내용들에 대한 합의안 마련과 해결방안 모색도 시급한 숙제다.

----------------------------

 
재건축, 강남은 되고 강북은 왜 안되나
 

■ 노원구청장의 항변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로 그동안 ‘강남북 차별론’을 제기해 왔던 노원구는 또 다시 정부 정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조건부 재건축 추진이 확정되자 “왜 강남은 되고 강북은 안 되느냐”고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지난 2008년부터 재건축 완화를 주장해 온 이 구청장은 강남권은 법률을 고치면서까지 재건축의 길을 열어 주는 반면, 강북권은 재건축 연한, 용적률, 층고 등 규제를 통해 사실상 재건축을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구청장은 용적률 상향조정, 소형평형비율완화, 임대주택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입법발의 해 통과시키면서까지 걸림돌을 제거해 사업성 문제를 해결하고, 지난해 8월에는 안전진단 주체를 시장·군수에게 넘기는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재건축의 길을 열어주는 등 강남에 대한 과잉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의 재건축 허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최장 40년으로 묶어 놓은 현행 서울시 조례의 재건축연한을 30년으로 완화해 노후화되고 안전에 문제가 있는 강북권 아파트에도 재건축 자격을 부여하는 등 상응하는 조치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구청장은 79년 민영에서 준공한 은마아파트와 80년대 말 정부의 200만호 주택공급 정책으로 저급설계 및 시공, 부실자재 사용 등을 통해 건축된 노원구의 주공아파트를 비교하면 현재 노원구의 주공아파트 노후도 및 주거환경이 훨씬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이 구청장은 일부의 재건축 연한 완화시 재건축 물량이 단기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체장들의 주택 멸실량·공급량 조정 권한을 활용하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연한이 단축돼도 즉시 재건축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에 불과하며 설령 안전진단 후 재건축 판정을 받아도 주민동의, 조합설립, 관리처분 등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소요된다고 것이다.
 

아울러 이 구청장은 연한 단축시 전세난 및 부동산 가격폭등, 자원낭비 등을 거론하며 재건축연한 완화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과거 잠실·반포·도곡의 저층 아파트 5만세대 재건축시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만큼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원구 관계자는“은마아파트 재건축 보도직후 구청장실과 주택과에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건축 가능 연한 완화를 위한 서울시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 의회에 상정돼 있는 상황으로 23일 임시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개정안은 지난해 6월 서울시 의회 57명의 의원이 조례개정을 위해 입법 발의, 소관 상임위에 상정됐으나 지금까지 4회째 보류된 상태다. 

-------------------------

 
용적률 300% 적용, 초고층 명품단지로
 

■ 추진위 전략
추진위는 향후 사업을 정상화 시켜 강남 랜드마크 단지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포부를 내놓고 있다. 최근 완화된 재건축 사업 환경을 최대한 살려 법적상한용적률 300%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은마아파트의 용도지역은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구분돼 있어 별도의 층수 제한이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고 층수 50층 내외로 5천600여 세대에 대한 신축 계획이 구상되고 있다. 
 

추진위는 300% 용적률을 통해 중층아파트 재건축사업의 난제였던 평형 배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진위는 300% 용적률 허용의 사례를 점점 많아지고 있어 은마아파트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다. 상아2차 아파트가 재건축 규제 완화 후 최초로 300% 용적률을 받았으며, 지난해 말 서초 우성1차 아파트도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에서 300%에 근접한 용적률로 정비계획을 통과했다.
 

추진위 측은 법적상한용적률 300%를 이용하면 최소 35평형 이상의 중대형 평형 구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전에는 용적률이 적은 상황에서 소형주택을 지어야 했기 때문에 기존 조합원들이 주택면적을 줄여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상가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정비계획 확정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곧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해 오는 10월경 마무리 할 예정이다. 또한 연말까지 조합설립인가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

 
은마아파트 성능점수 50.38
 

■ 안전진단 결과
은마아파트의 성능점수는 50.38점이 나왔다. 안전진단 결과는 건물의 구조안전성(40점),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30점),주거환경(15점),비용분석(15점) 등 4개 분야를 평가해 최종적으로 성능점수(총 100점)에 의해 평가된다.
 

성능점수가 △56점 이상이면 유지보수 △31~55점은 조건부 재건축 △30점 이하는 재건축 대상이다. ‘성능점수’의 정도는 주택 사용가능성 여부를 표시하기 때문에 점수가 낮을수록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있어 즉각 퇴거를 명령하는 ‘재건축’과는 달리 행정관청에서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대상임을 뜻한다.
 

판정 결과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 후 30여년이 지나 구조체 및 설비배관의 노후·열화가 발생한 상태로 안전성 부족과 지진하중 취약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주차시설과 일조환경이 불량해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계속 보수·보강해 사용하기보다는 전면적인 재시공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