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구조항목 비중 대폭 낮추고 에너지·내진항목 신설해야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항목 비중 대폭 낮추고 에너지·내진항목 신설해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0.02.0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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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구조항목 비중 대폭 낮추고 에너지·내진항목 신설해야 건축학회 “녹색성장 시대 걸맞는 새 기준 마련을”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짓는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의 세부 항목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은 지나치게 ‘구조’ 항목의 배점 비중이 높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 아파트를 그대로 방치하게 만들고 있어 삶의 질을 추구하는 녹색성장 시대로 접어든 현재의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는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행 안전진단 평가 기준에서 ‘구조’ 항목의 비중을 낮추고 △이산화탄소 발생량 △내진성능 △바닥 충격음 등의 항목을 추가시킨 새로운 항목의 안전진단 평가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 기준, 과도한 ‘구조’ 항목 가중치 비중 낮춰=지난달 13일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룸에서 대한건축학회가 주최한 ‘재건축 안전진단의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박준석 한양대 교수는 “새로운 안전진단 평가 기준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안전진단 평가 기준에서는 구조안전성 항목에 40%,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 항목에 30%, 주거환경 항목에 15%, 비용분석 항목에 15%의 가중치를 두고 있다. 결국 현행 평가 기준은 ‘구조’ 항목의 높은 가중치에 따라 평가 점수가 좌우돼 재건축 판정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박 교수는 △주거환경 항목과 비용분석 항목을 현재처럼 15%로 유지하고 △구조 항목을 30%로, 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 항목을 20%로 낮추는 대신 △이산화탄소 발생량에 대해 20%의 가중치 항목을 새로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종전 개별 항목에 대해서도 세분해 새로운 주거환경 기준 도입을 제안했다. 기존 평가 기준에서 ‘구조’ 항목에는 ‘내진성능’ 항목을 포함시키고, ‘주거환경’ 항목에는 ‘바닥 충격음’ 항목을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새로운 기준에 의한 사례 연구에 따르면 종전에 성능점수 69점을 얻어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1980년대 건립한 아파트는 53.5점을 얻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따르면 최종 성능 점수가 56점 이상부터 ‘유지·보수’ 판정을 받고, 31~55점까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이 안전진단 평가 기준의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니다. 기존 성능점수 81점을 받아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1990년대 건립한 아파트가 새 평가 기준 적용 이후에는 79점을 받았다. 재건축 허용 여부를 가르는 판정 기준으로써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84년 이전의 아파트의 경우 종전 기준에 따르면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아파트의 경우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새 기준을 도입하더라도 85년 이후의 아파트의 경우 계속 ‘유지·보수’ 판정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기존 노후 아파트 에너지 과다소비 한다=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노후 아파트의 심각한 에너지 소비 실태도 지적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0년대 건립한 기존 아파트의 경우 84㎡ 아파트의 경우 전 생애과정에서 약 12억7천만kcal를 사용해 최근 에너지 저감 주택으로 주목받고 있는 패시브 하우스(Passiv House)의 약 6억5천만kcal의 두 배에 가까웠다. 최근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신축아파트의 그린홈은 약 8억8천만kcal를 보여 기존 노후아파트의 에너지 소비가 월등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용어설명▲LCCO2=건축물의 전 생애주기(Life Cycle)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측정·평가하는 프로그램과 관련 기술을 지칭한다. 건축물의 시공부터 보수·유지 및 해체·폐기에 이르기까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조사한다.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하여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가리킨다. ‘수동적(Passive)인 집'이라는 뜻으로,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끌어 쓰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 “에너지 과소비형 노후주택 정비해야” ■ 전문가 시각전문가들은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주택 개념 도입이 시급하며 무엇보다 기존의 주택 유지를 통한 에너지 소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허정호 서울시립대 교수=온실가스 배출 감소 문제가 국제적인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는 그린홈 보급 사업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건물들이 문제다. 기존 건물의 유지 관리 부문에서 한계성이 드러나고 있다. 난방 부문에 대해 살펴보면 선진국 건물들과 비교해 볼 때 국내 건물들은 약 2.6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에너지 과소비형으로 건립된 수많은 기존 주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재건축 판정 기준도 에너지 보존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고려한 측면을 시급히 반영해야 한다. ▲이석주 강남구의회 도시건설위원장=많은 주민들이 노후아파트에서 불편을 겪고 살고 있어 재건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안전진단 기준이 예비평가 권한과 기준 일부가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재건축사업을 요구하는 현실의 목소리와 괴리가 크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제안을 크게 환영한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주거환경 전체를 평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평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종전 안전진단 항목에 새롭게 내진성 항목과 이산화탄소 발생량 항목, 바닥 충격음과 세대별 주차장 확보 등 주거환경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항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주나 충북대 교수=이제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에 시급히 내진성능 평가가 포함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지진에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안전진단 항목에 내진 항목이 포함되는 것은 옳은 일이라 생각된다. ----------------------------- “기존 아파트 단지 에너지 먹는 하마” 박준석 한양대 교수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화두가 지구촌을 덮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 기상이변에 따른 생태계 문제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의 과도한 배출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 의식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도 탄소량 저감을 위한 강제기준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는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주축으로 하는 ‘그린홈 100만호 보급’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준석 교수는 이러한 국내·외 상황에 비춰볼 때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기존 노후아파트에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안전진단 기준의 문제점은=구조를 중시하면서도 최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지진에 대한 평가 항목은 없다. 시대가 변했는데 단순히 구조 중심의 평가 기준이라는 게 문제다. 주거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많이 높아졌다. 그러한 주거환경에 대한 요인들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소음의 해결도 큰 문제거리다. ▲새 안전진단 평가 기준을 제시한 이유는=기존 노후아파트의 에너지 손실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존 노후 아파트의 에너지 실태를 표현하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현행 안전진단 기준은 부동산 규제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전국적으로 노후 아파트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엄청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국내 상황은=탄소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부터의 에너지 절감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중공업 및 교통 등 산업분야에서는 급격히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홈’ 사업도 이와 같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현재 기준보다 10~15%의 에너지가 절감될 수 있는 주택을 짓자는 것이다. 문제는 신축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주택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개보수 및 창호 교체를 해도 한계가 있다. 벽체 자체에서 열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70~8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은 신축 아파트 대비 40%나 되는 에너지를 더 사용하고 있다. ▲그린홈 주택 보급의 관건은=비용이 문제다. 기술력으로는 현재 요구하는 수준의 에너지 절감이 모두 가능하다. 비용 절감 방안이 시급하다. 비용 절감은 쉽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 주면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유도정책이 필요하다. 그린홈은 일종의 공공재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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