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재건축 사업장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는 부당” 판결
서울고법 “재건축 사업장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는 부당” 판결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9.12.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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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재건축 사업장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는 부당” 판결
 
  
도정법 제32조제6항 적용… 사용료도 수수료에 포함
대부계약은 불공정한 법률행위… 부당이익 반환해야
 
 

 

인·허가권자인 행정기관이 재건축단지 내 국공유지에 대한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고등법원 제29민사부(재판장 최상열 판사)는 서울 서초구 미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대부계약체결의무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뒤엎고 조합 승소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법률상 재건축조합이 사업시행인가로 용도 폐지되는 기존의 정비기반시설을 점유, 사용하는데 대한 대가로 부과되는 점용료나 사용료는 면제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이를 부과하는 내용의 대부계약은 현저히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서초구는 이번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난 6월 미주아파트와의 대부계약을 취소했지만 서울시는 이번 항소심 판결로 미주아파트가 선납한 국공유지 사용료를 반환해야 한다.
 

▲국공유지의 점용료나 사용료 면제=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2조제6항 규정을 적용해 국공유지의 점용이나 사용에 대해 그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현행 법 제32조제6항에 따르면 “정비사업에 대하여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 등이 있은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관계 법률 또는 시·도 조례에 의하여 당해 인·허가 등의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 등은 이를 면제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정하고 있는 ‘수수료 등’에 국공유지에 대한 사용료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법원은 “조합은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를 받음으로써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으로 용도폐지되는 기존의 정비기반시설이 위치한 토지, 즉 서초구나 서울시 소유의 각 토지에 있어서도 개발행위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되고 개발행위를 위해 조합이 이를 점유, 사용하는데 대한 대가로 부과되는 점용료나 사용료는 〈도정법〉 제32조제6항에서 정한 ‘당해 인·허가 등의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 등’에 해당돼 면제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해 적용되던 구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면 주택재건축사업의 사업계획 승인이 있을 경우 기존 공공시설에 대한 무상양도를 행정청의 재량에 맡겨두되 다만 기존 공공시설의 사용으로 인한 ‘수수료 또는 사용료 등’을 면제되도록 하던 것을, 〈도정법〉 제정 시 준공시점에서 기존 정비기반시설을 무상양도하도록 강행규정화하면서 준공시점까지 기존 공공시설에 대한 사용료의 징수문제가 대두되자 면제대상에서 사용료를 제외하는 취지에서 면제대상을 ‘수수료 등’으로 한정한 것이므로 이 사건 대부료는 면제대상이 아니다”고 반론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정법〉 시행 전 주택재건축사업이 적용받던 구 〈주촉법〉 제33조제8항의 규정에 의하면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자가 행정청인지 사인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사업주체는 그 점용료 및 사용료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며 “이후 관련 법률이 〈도정법〉으로 통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도정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자가 종전에 비해 더 불리한 지위에 놓일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또 “〈도정법〉에서 표현을 달리하고 있는 이유는 면제의 대상에서 사용료를 제외하려는데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당해 인·허가 등의 대가로 부과되는’이라는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면제의 대상을 보다 명확히 하고, ‘수수료 또는 사용료 등’을 ‘수수료 등’으로 고침으로써 규정을 간명하게 하려는 데에서 비롯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가 의제되는 경우 관계법령에 의해 부과되는 수수료뿐 아니라 인·허가의 대가로 부과되는 사용료, 점용료 등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대차계약은 불공정 법률행위=이를 토대로 미주아파트와 서울시의 대차계약의무에 대해 법원은 불공정한 법률행위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조합이 착공 직전에 이르러 각 토지의 사용문제로 사업이 지연될 것을 두려워해 부득이하게 서초구와 서울시 사이에 각 토지에 관한 대부계약을 체결한 후 대부료를 지급한 사실이 있다”며 “대부계약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사업인가 및 신축된 아파트의 사용승인을 수리할 지위에 있는 서초구와 서울시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이 지연될 경우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약자인 조합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해 부당하게 계약체결을 강요함으로써 체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법원은 조합이 서울시에 선납한 이 사건 대부료는 대부계약의 무효나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이므로 조합에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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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에 사용료 돌려줘야… 상고해도 승산은 없을 것”
 

■ 전문가 반응
전문가들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서와 같이 국공유지 사용료는 면제돼야할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서초구와 서울시는 그동안 세입으로 걷어 들였던 사용료를 다시 돌려줘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서초구와 서울시는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주아파트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의 송원일 변호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의제되는 사항인 국공유지 무상양도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소송들이 제기돼 왔었다”며 “구 법률에서 적용해 왔던 부분이 〈도정법〉으로 통합되면서 수수료 등이라고만 포괄적으로 명시해 해석의 다툼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기존 정비기반시설에 대한 사용료 부분에 있어서는 법리적으로나 정책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더라도 면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관할관청이 이러한 부분을 도외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H&P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고등법원의 판결과 같이 〈도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수료 등’에는 기존 법률에 따라 사용료도 축약해 포함시킨 것이기 때문에 점용료나 사용료도 해당되는 것이 마땅하다 ”며 “비록 사업방식은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사건을 다룬 대법원 판결이 이미 나와 있어 서울시가 상고를 하더라도 승산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또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법원이 〈도정법〉 제32조제6항에서 정하고 있는 수수료 등이라는 문구에 국공유지 사용료도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도로 점유뿐 아니라 하천을 점유하고 있더라도 사용료를 면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서초구는 미주아파트뿐 아니라 관할구역 내 반포2단지, 반포3단지, 방배서리풀 등에도 기존 정비기반시설 사용에 대한 대부료를 요구하면서 소송을 진행해 왔다. 이 중 반포3단지는 소를 취하한 뒤 대부료를 지급했고, 나머지는 현재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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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인가 조건
사용료 요구로 분쟁
 

■ 서초구가 소송 제기한 이유
이번 소송은 서초구가 미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착공 전 국공유지 사용에 대한 대부계약을 체결할 것과 대부료를 선납할 것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미주아파트 재건축구역 내에는 서초구 소유인 도로 4천604.1㎡와 서울시 소유의 녹지 1천540.6㎡ 등 정비기반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이후 재건축사업을 통해 기존의 정비기반시설은 용도를 폐지하고 근린공원 1천803㎡, 파출소 150㎡를 각각 새로 설치하는 것으로 지난 2005년 4월 서초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에 조합은 〈도정법〉 제65조제2항 및 제4항 규정에 따라 직접 비용을 들여 서초구에 무상으로 귀속될 신설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각 토지를 무상양도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서초구는 신설 정비기반시설이 기존과 같은 용도로 대체돼야만 무상양도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조합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의 각 토지를 매수할 것을 인가조건으로 부가했다.
 
이는 이미 지난 2007년 대법원이 ‘도로는 도로, 공원은 공원’식의 동일용도로 무상양도하는 규정은 잘못이라고 확정지은 적이 있어 서초구가 억지주장을 펼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점이었다. 이에 사업시행인가에 부가된 조건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조합은 인가조건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조합은 〈도정법〉 제66조제4항에 따라 각 토지 중 신설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초과하는 금액에 상응하는 부분을 매입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서초구가 또다시 세입을 늘리기 위해 조합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은 준공시점에 신설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 범위 안에서 무상양도 돼야하므로 우선매각대상이 아니며, 준공시점 이전에 사업을 하기 위해 기존 정비기반시설을 사용하려면 서초구 및 서울시에 대부신청하고 대부료를 납부한 다음 사용해야 한다고 통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기존 정비기반시설의 경우 수의계약에 의한 매각대상에 해당할 뿐 서초구와 서울시와의 대부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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