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직접설립제도… 공공지원 위탁용역 독식현상 재연?
조합 직접설립제도… 공공지원 위탁용역 독식현상 재연?
재개발· 건축 추진위 건너뛴 조합설립 직행… 문제는 없나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2.09.0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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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업체 선정과정에서 아직 구체적 기준 없지만
예전처럼 인력·실적 고려 심사방식 적용 가능성
특정 전문가 위촉도 문제 수주 독과점 반복 우려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서울시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조합 직접설립제도’ 활성화 방안이 일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독식구조를 공고화 시키는 제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 직접설립제도’는 정비사업 추진 시 추진위원회 절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조합설립으로 직행하도록 하겠다는 제도다.

문제는 생략된 추진위 역할을 위해 공공지원자(구청)와 위탁용역 정비업체가 활동하게 되면서, 과거 공공지원 정비업체 선정 과정에서처럼 실적·인력 규모에 앞선 일부 업체가 수주 독식을 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5년 전, 공공지원 위탁 독식 논란 또 생기나?

실제로 주거환경연구원은 서울시가 2010년부터 공공지원제를 추진해 오며 공공지원자가 추진위를 설립해 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위탁용역 정비업체의 선정 결과, 일부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는 분석 자료를 2017년 발표했다. 

서울시가 공공지원제를 도입한 이후 7년여 간 일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2009년 공공지원 시범지구부터 2017년 6월까지 진행된 공공지원 위탁용역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공지원제 적용 현장 총 64곳 중 무려 37곳을 상위 1·2·3위 업체가 독식한 것으로 분석됐다. 용역업무 전체의 58%를 상위 3개 업체가 나눠가진 셈이다. 

당시 1위는 15곳의 위탁용역을 수주한 한국씨엠, 2위는 13곳의 동해종합기술공사, 3위는 9곳의 동우씨앤디가 각각 차지했다. 공공지원제 시행 7년간 뿌리내린 정비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실제 통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독식구조의 배경에는 현행 공공지원 정비업체 선정 규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공공지원 용역사 선정기준을 인력과 실적 위주로 짜면서 일부 업체에 유리한 구조가 자리잡혔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위탁용역이 추진위 구성 이후 이뤄지는 본용역과의 강력한 연결고리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청의 각종 자료 지원과 함께 해당 현장 내 유력인사들과의 인맥을 쌓을 수 있으며, 특히 토지등소유자들에 대한 인지도 상승이라는 부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공공지원제에서 한 정비업체가‘공공지원 위탁용역사’로 선정된다는 것은 100m 달리기에서 50m 앞서 출발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조합 직접설립제도 위탁용역 정비업체, 기존 독점 혜택 가능성

업계에서는 조합 직접설립제도가 운영을 본격화하면 종전의 일부 정비업체의 독식구조가 똑같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절차를 공공지원자가 담당하게 되면 이에 대한 실무를 담당할 위탁용역 정비업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운영구조가 똑같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조합 직접설립제도에서 위탁용역 정비업체를 어떻게 뽑겠다는 것인지 아직 밝힌 것은 없지만, 현행 공공지원제 정비사업 선정기준을 차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경우 종전과 똑같은 독과점 상황이 벌어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행 서울시 공공지원제 정비업체 선정기준은 예전부터 심사 방식에 문제가 제기됐다.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다보니, 해당 분야와 가까운 업무를 겸하는 정비업체들이 좋은 점수를 받아 위탁용역 정비업체로 선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경우 도시계획 업무를 겸비하는 정비업체에게 높은 점수를 줘 위탁용역 업체로 선정하게 하는 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 업체는 위탁용역 업체로 선정돼 조합설립 때까지 해당 사업지에서 독점적으로 활동하면서 조합설립 이후 정식 정비업체로 선정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그동안 각종 규제로 서울 정비현장들 대부분을 공공지원제 위탁용역 업체들이 수주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울시가 이런 독식구조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조합 직접설립제도를 또 다시 도입한다는 것은 이들 업체의 독과점 상황을 계속 두둔해 주는 꼴”이라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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