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어설픈 컨설팅이 조합 ‘발목’
주공 어설픈 컨설팅이 조합 ‘발목’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6.12.12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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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변경하는데 직접참석자 의결권 배제
서추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 반려 사태도
 
 
대한주택공사의 어설픈 컨설팅으로 서울시내 한 재건축조합의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반포1차는 공기업의 공신력을 믿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주공을 선정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주공은 조합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를 둬 사업이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지난 8월 16일 신반포1차는 관리처분총회 당시 조합정관을 변경함에 있어 주공의 자문대로 서면동의서만 의결권으로 인정하고, 직접참석자의 의결권을 배제시켰다. 하지만 정관개정의 건 처리 결과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의결되지 못했다.
 
또 지난 2003년 임시총회에서는 안건으로 통지되지 않은 정관변경의 건을 임의대로 상정해 직접참석자의 발의만으로 가결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재건축사업절차 중 가장 중요하고 신중을 기해야할 관리처분이나 창립총회에서 주공의 전문성과 노하우 부족 등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공공기관으로서의 컨설팅업무 미달=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의 등대역할을 담당해야 될 주공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니냐며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9조제1항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다음 각호의 사항을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으로부터 위탁받거나 이와 관련한 자문을 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건설교통부장관에게 등록 또는 변경(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을 제외한다)등록하여야 한다. 다만, 주택의 건설·감정평가 등 정비사업관련 업무를 하는 정부투자기관 등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관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감정원을 말하는데, 이는 정부가 주공과 감정원의 업무능력을 이미 인정한 것이다.
 
또 법에서 정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는 △조합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의 대행 △조합설립인가의 신청에 관한 업무의 대행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의 시행계획서의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 △사업시행인가의 신청에 관한 업무의 대행 △분양 및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한 업무의 대행 △설계도서의 검토 및 공사비 변동내역의 검토 △그 밖에 조합의 업무 중 조합이 요청하는 것 등이라고 정해 놨다.
 
하지만 정비업체로 선정돼 신반포1차의 재건축사업이 올바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조언해 줄 의무가 있는 주공이 컨설팅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능력부족 등으로 인해 오히려 사업을 난항에 빠뜨리고 있다는 게 조합관계자의 말이다.
 
권성호 조합장은 “국가 공신력을 지닌 공공기관에서 이와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어 조합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총회 절차상 하자가 있어 총회를 다시 개최할 경우에는 엄청난 비용과 조합원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정관개정을 서면동의서로만 인정=지난 8월 16일 신반포1차는 관리처분을 수립하기 위해 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 주공은 새로운 정관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조합정관 개정에 대한 안건을 상정시켰다.
 
현 정관과 개정 정관(안)에 따르면 현 정관에서는 ‘1세대 또는 동일인이 2개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였을 경우에는 그 소유 주택의 수에 관계없이 1인의 조합원으로 보며 1주택만 공급한다’고 정해 놨지만, 개정 정관(안)을 ‘1세대가 2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2이하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변경해 법조문(당초 법 제48조제2항제7호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1세대가 2이상의 주택을 소유하더라도 2이하의 주택을 공급하여야 한다.
 
다만 부칙 제7조 주택공급기준의 적용에 관한 경과조치에 따르면 이 법 시행당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의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주택공급기준은 제48조제2항제6호·제7호 의 개정 규정에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에 맞게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날 총회에서 주공은 조합정관을 개정하기 위해 서면으로 동의서를 징구했지만 결국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안건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부결된 것으로 처리했다. 서면동의서만 의결권으로 인정한 주공의 이 같은 판단은 조합정관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재적조합원 1/2이상의 서면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어설픈 판단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정관개정의 건을 상정한 뒤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과 직접참석한 조합원 중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들에게 추후 서면동의서를 징구해도 될 일을 주공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 결국 조합을 옥죈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실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조합설립변경 인가를 득한 이후 정관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주공이 괜한 틀을 만들어 조합을 가둔 꼴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관리처분총회에서 정관변경의 건이 부결된 것에 대해 주공 관계자는 “조합정관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재적조합원 과반수이상의 서면동의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며 “총 재적조합원 730명 중 서면동의서를 제출한 288명만 정관을 개정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에 부결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절차상 하자가 있던 총회를 합법화=주공의 잘못된 판단은 이뿐만이 아니다.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신반포1차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된 주공은 지난 2003년 조합설립 당시 총회에서 정관제정 안건에 대한 잘못된 결과를 가지고 서초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지난 2002년 창립총회가 있을 당시에는 총회의 결의방법에 대해 모든 결의방법은 1/2이상의 출석으로 의결한다고 결의했지만, 지난 2003년 임시총회에서는 조합장의 직권으로 총회 책자에도 수록돼 있지 않았던 정관개정에 대해 결의한 바 있다.
 
이날 임시총회에서는 총 재적조합원 730명 중 직접참석조합원은 286명, 서면결의로 참석한 조합원은 303명이 참석해 현장에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물어 총 589명으로 정관개정이 이뤄졌다고 판단해 가결시켰다.
 
하지만 총회에서는 통지된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안건 자체가 무효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이날 총회에서 1차적 책임은 주공에게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공은 총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개정안을 처리해도 효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에서는 “신반포1차는 지난 2003년 임시총회 당시 가결된 것으로 본 정관개정이 당초부터 잘못됐다 주장하고 있는데, 행정절차상 미비라면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신반포1차는 지난달 15일 서초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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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변경한뒤, 동의서 재징구
 
■ 업계입장
 
 
조합정관은 건교부 장관이 작성한 표준정관을 토대로 제정하게 된다. 또 정관을 변경하고자 하는 법에서 정한대로 2/3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통상 주택정비사업에 있어 정관을 변경하려면 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조합정관에서 정한 의결방법에 따라 결의한 뒤 추후에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조합정관을 변경하고자할 경우 법에서 정한대로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뒤 변경인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총회에 상정한 뒤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의 동의와 추후 징구한 동의서를 합산해 인가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정비사업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조합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게 정비업체의 역할”이라며 “신반포1차의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공은 고지식한 방법을 선택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 ‘컨설팅 초짜’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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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은 무능력, 조합원만 피해
 
■ 조합입장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은 관리처분인가가 반려되는 국면으로 치닫게 된 원인에 대해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공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성호 조합장은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이 결여돼 있는 조합에게 올바른 재건축사업이 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줘야 하는 정비업체가 절차를 잘못 이행함으로써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라며 “주공이 정비업체로써의 무능력함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또 “우리 조합이 출범하기 전부터 컨설팅 업무를 담당해 온 주공은 그 동안 담당자가 여러번 바뀌는 등 오래 정착하지 못했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우리 조합이 주공의 컨설팅 능력을 키워 배출해 내는 연수생 집합소가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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