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 교체할 때 조합원 과반수 참석기준 지켜야 하나?
시공자 교체할 때 조합원 과반수 참석기준 지켜야 하나?
면목1구역 재건축조합 사례 연구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2.09.18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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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부지법 “시공자 변경시에도 선정기준 따라야”
가계약 체결 여부가 쟁점…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최근 시공자를 선정하고도 가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 여파가 시공자와 조합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시공자는 분양가 하락 등의 이유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조합들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러한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조합들은 결국 시공자 교체카드까지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시공자를 교체할 때도 조합원 과반수가 총회에 직접 참석해야 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에서는 시공자 선정때와 마찬가지로 계약을 해지할 때에도 과반수가 총회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가계약을 체결했을 때에는 조합정관에서 정한대로 의결을 거치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1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3월 구역 인근에서 총회를 열고, ‘시공자(코오롱건설) 선정철회 및 공사도급(가)계약 해제의 건’을 상정했다. 이날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246명 중 152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직접 참석자는 53명, 서면 참석자는 99명이다. 당시 조합은 시공자 계약 해제의 건이 서면결의 포함 13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이에 반해 면목1구역내 조합원 강모씨 등 18명은 직접참석자가 과반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회결의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정한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 “직접참석 과반수 지켜야” 판결=이에 대해 재판부는 기 선정된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때에도 직접참석 과반수를 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박순관 판사)는 면목1구역의 ‘정기총회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시공자 선정철회 및 공사도급(가)계약 해제의 건에 관한 결의는 의사정족수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며 “이러한 하자는 중대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및 ‘조합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을 근거로 들어 조합원 과반수의 직접 참석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가름했다.

현행 총회의 의결 등을 정하고 있는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제14조에 따르면 “총회는 조합원 총수의 과반수 이상이 직접 참석하여 의결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지난 3월 개정된 것이지만 기존에 비해 일부 문구만 바뀌었을 뿐 과반수가 총회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은 똑같다.

또 제15조에서는 “조합은 제14조의 규정에 의하여 선정된 시공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3월 이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정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공자의 선정 및 계약을 규정하고 있는 조합정관 제12조제1항에서는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법 제11조제2항에 의하여 고시된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선정된 시공자를 변경하는 경우도 또한 같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제15조의 규정 취지에 비춰 보면 조합의 일방적인 시공자 선정 철회를 위해서도 당연히 시공자 선정기준 제14조에 따른 총회의 의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시공자 선정의 철회를 일반 의사정족수에 의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선정기준 제15조에 의한 제한을 잠탈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조합정관 제12조제1항 단서에 의하면 선정된 시공자의 변경시에도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며 “시공자의 변경은 이미 선정된 시공자에 대한 선정 철회와 새로운 시공자의 선정이 결합된 행위이므로 별도로 선정 철회만을 의결함에 있어서도 변경과 동일한 의사정족수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및 ‘조합정관’을 근거로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때에도 조합원 과반수가 총회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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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1·응암1구역도 총회 참석률 놓고 설왕설래”

 

 

 

■ 현장에서는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공자를 교체하는 사업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공자와의 계약 해제를 위한 총회의 의사정족수 기준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의 경우 시공자인 대림산업과의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총회에서 조합은 참석 조합원의 80% 동의로 해당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면 대림산업은 총회 당시 조합원 직접 참석비율이 과반수가 되지 않아 결의 자체가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대림산업에서는 총회결의 무효소송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등촌1구역은 소송으로 인한 사업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와 달리 특별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시공자 교체가 무위로 돌아간 사업장도 나타나고 있다. 은평구 응암1구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구역의 경우 지난 6월 시공자인 현대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총회를 계획했다. 하지만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같은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총회를 계획했지만, 기존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감안해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공자 계약해지에 따른 의사정족수의 기준이 모호해 해당 조합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주택시장 침체로 시공자들이 운영비 지원을 중단한 상태인데다가 심지어 사업장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과반수가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것은 엄연한 규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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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약 이전이라면 과반수 필히 지켜야”

 

■ 전문가 시각
면목1구역의 판결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정한 ‘선정 무효’가 변경에도 해당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률 전문가들은 가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변경’과 ‘해지’는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시공자를 변경할 경우에는 선정방법과 마찬가지로 직접참석 과반수 기준을 지켜야 하고,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총회에서는 정관에서 정한 일반 의사정족수를 적용하는 게 안전하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면목1구역의 판결에서 재판부는 가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정된 시공자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른 직접참석 과반수를 지켜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따라서 가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일반 의사정족수를 적용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시공자를 선정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에는 선정기준에 따르는 것이 맞지만, 단순히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일반 의사정족수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며 “계약 해지의 의미를 변경으로까지 광범위하게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강 변호사는 가계약 체결을 통해 해지사유가 발생한 경우 총회의결 없이도 이사회에서 해지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강 변호사는 “가계약을 체결할 때 해지사유에 대한 약정을 맺기도 하는데, 이때 운영비 지급 중단 등에 대해서는 조합이 더 이상 업무를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시공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는 당연해지 사유이기 때문에 총회의 의결없이도 이사회가 시공자에 해지통보를 내릴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의 경우 시공자를 선정하거나 재선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해지나 변경을 위해서는 일반 의사정족수를 적용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 역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이 마련된 취지는 시공자를 선정하거나 재선정하는데 있어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해지나 변경을 하는데도 적용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자를 해제할 때에도 직접 참석 과반수 기준을 지켜야 한다면 해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처럼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의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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