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1-1구역, 행정피해 사례 분석
봉천1-1구역, 행정피해 사례 분석
관악구 ‘오락가락’ 재건축 행정에 조합원들만 멍든다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2.09.18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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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10일만에 조합인가 했다가 석달만에 취소
행정청이 동의요건도 몰라… 주민들 피해 가중

 


잘나가던 서울 봉천1-1구역의 재건축사업이 관악구의 ‘오락가락’ 행정에 시름하고 있다. 봉천1-1구역은 2년전에 관악구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법적 조합설립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악구가 봉천1-1구역의 조합설립인가 처분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인가를 내준지 불과 3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사태는 소송으로까지 비화돼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관악구는 소송이 종결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추진위원장·감사를 선출하는 주민총회의 개최를 승인하는 등 주민들간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봉천1-1구역의 재건축사업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내준지 석달만에 취소… 행정 ‘번복’=관악구의 행정처리 번복으로 봉천1-1구역의 재건축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신속한 사업추진을 통해 명품 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키려는 주민들의 바람이 희미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당초 봉천1-1구역은 발빠른 사업추진을 예고했다. 봉천1-1구역은 지난 2003년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상 재건축 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낙후된 주거환경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역내에는 이미 별도의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해바라기아파트가 예정구역으로 함께 포함돼 있었다. 당시 해바라기아파트는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은 상태였다. 이후 봉천1-1구역은 해바라기아파트 재건축조합과의 협의를 이끌어 내면서 본격적인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겪어 온 봉천1-1구역은 지난 2009년 7월 정비구역 지정을 받기 위해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입안했고, 5개월만에 결정·고시를 받는 등 신속하게 추진했다.


이후 봉천1-1구역은 곧바로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절차에 나섰다. 마침내 지난 2010년 7월 26일 창립총회를 거쳐 86%의 동의율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당시의 동의율을 살펴보면 주택단지인 해바라기아파트는 토지등소유자 130명 중 127명(동의율 97.7%), 비주택단지의 경우 토지 또는 건축물소유자 259명 중 196명(동의율 75.67%)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천1-1구역은 열흘만에 관악구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인·허가 처리기간이 30일인 것을 감안하면 관악구가 행정청으로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이에 따라 봉천1-1구역은 시공자 선정 업무에 돌입했고, 지난 2010년 9월 29일 총회에서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관악구의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으로 모든 상황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관악구가 조합설립인가를 내준 지 불과 3개월만에 취소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숙한 행정처리로 인해 주민들만 피해=봉천1-1구역은 애시당초 법적 조합설립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악구는 봉천1-1구역의 조합설립동의율이 충족했다고 판단, 인가를 내준 것이다.


봉천1-1구역에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이 내려진 이유는 ‘한양쉐르빌’을 비주택단지로 분류하면서 법적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양쉐르빌은 면적 884㎡, 19가구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주택단지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양쉐르빌도 해바라기아파트와 동일한 방법으로 동의율을 산정했어야 한다. 하지만 관악구는 한양쉐르빌이 비주택단지에 포함돼 동의율이 산정된 것을 모르고 그대로 인가 처리한 것이다.


결국 봉천1-1구역 재건축조합은 관악구를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관악구의 미숙한 행정처리로 인해 행정력 낭비는 물론 조합과 구청간의 소송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한양쉐르빌을 비주택단지에서 제외할 경우 법적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합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 역시 비주택단지의 법적 설립동의율 불충분으로 조합의 항고를 기각했다. 결국 봉천1-1구역 재건축조합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현재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윤인식 조합장은 “동의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관악구와 충분한 협의를 한 바 있다”며 “동의율 산정이 적법하다는 의견을 얻어 창립총회 등의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관악구의 미숙한 행정처리로 인해 봉천1-1구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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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을 관악구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 회피

 


■ 관악구 반응
봉천1-1구역의 재건축사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지만 관악구는 되레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합설립인가를 내줄 당시에는 모르고 있었다는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행정청으로서의 자세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구 관계자는 “봉천1-1구역의 경우 이미 법적 조합설립동의율이 미달된 상태여서 창립총회 자체가 무효였다”며 “조합설립인가 당시에는 구에서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을 처리하는데 있어 실수라고 질타한다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대신에 모든 잘못을 행정청에게만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정처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관악구는 이번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 소송에서 봉천1-1구역 재건축조합이 당연히 패소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안일한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봉천1-1구역 재건축조합과의 소송이 2심에서도 구가 승소한 만큼 대법원도 뒤집힐 리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주민들이 총회 개최를 요구했을 때도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봉천1-1구역 대부분의 주민들은 관악구가 조합설립을 인가할 당시 더욱 신중을 기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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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존폐여부 놓고 주민 갈등으로 이어져

 


■ 조합취소 파장
관악구의 오락가락 행정은 봉천1-1구역의 주민들간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상황에서 사업주체가 누구인지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주민들은 기존 추진위가 부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존속론’이다.


이를 토대로 봉천1-1구역내 주민들은 토지등소유자 109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 5월 8일 관악구에 추진위원장 및 감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주민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관악구는 지난 5월 30일 주민총회를 승인했다.


이후 조모씨 외 108명은 지난달 14일 보라매동 주민센터에서 주민총회를 열고 △추진위원장 선임의 건 △감사 선임의 건 등의 안건을 상정해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 박병현씨를 위원장으로, 백명기씨·왕인근씨 등 2명을 감사로 각각 선출했다. 추진위를 이끌어 갈 대표자 등을 새롭게 선임한 것이다.


박병현 위원장 당선자는 “최근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될 경우 기존 추진위가 부활한다는 판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이에 현재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기존 위원장 및 감사에게 추진위원회의 등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라도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부득이 행정청에 주민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요청하게 됐다”며 “적법한 절차에 맞춰 진행한 것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추진위 변경승인을 받게 되면 자신들이 추진위라는 얘기다.


이에 반해 재건축조합 측에서는 이번 총회가 불법이라 반박하고 있다. 기존 추진위는 조합이 설립되면서 사라져 주민총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소멸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윤인식 조합장은 “기존 추진위는 이미 조합으로 변경된 것이어서 추진위원회의 소집청구는 부당한다”며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에 대한 최종 판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여서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론했다.


이처럼 봉천1-1구역내에서 겪고 있는 기존 추진위의 존폐 여부는 업계의 의견은 물론 법원에서도 엇갈린 판결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조합설립 취소나 무효 등에 따른 기존 추진위의 존폐 여부가 논란꺼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악구는 이번 주민총회의 개최를 승인해 줌으로써 주민들간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악구 관계자는 “최근 판결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요건 자체가 무효인 경우 기존 추진위가 존속한다고 보고 있다”며 “추진위 운영규정에 따른 방법으로 주민총회 개최 요청이 있어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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