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직증축 불허’ 파장과 전망
정부 ‘수직증축 불허’ 파장과 전망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08.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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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직증축 불허’ 파장과 전망
 
  
‘거꾸로 가는 리모델링’ 정책에 시장 붕괴… 조합·업계 집단행동 예고
국토부 “현행 주택법·제도내서만 활성화”
국민주택기금 저리융자 등 정책대안 내놔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민·관 전문가 20명이 참여하는 리모델링 TF팀 회의를 운영해 온 결과, 아파트의 수직증축과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국토부는 국민주택기금에서 공사비를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는 등 현행 방식을 토대로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범수도권공동주택 리모델링연합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등 주민연합회들은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증가하는 가구 수의 10% 이상을 일반분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수직증축과 가구 수 증가는 최근에 진행된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의 핵심 내용이다.
 

▲6개월 간 논의 끝 ‘불허’ 결론=국토부는 6개월 간의 TF팀 회의 결과 수직증축 등을 불허하기로 최종 결론 내렸다. 국토부는 지난 1월 말 건축·시공·구조·법률 등 각계 전문가들 20명을 대상으로 TF팀을 구성하고 총 11차례에 걸쳐 자원의 활용성, 도시 및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 관련 제도와의 형평성, 구조안전성 등에 대해 논의해 왔다.
 

국토부는 세대수 증가를 동반한 전면 리모델링의 경우 자원낭비가 심해 리모델링의 도입 취지와 맞지 않고, 용적률이 과도하게 높아져 도시과밀화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 수직증축시 구조 안전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없고, 재건축과의 형평성 문제가 커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구 수 증가를 동반한 전면 리모델링은 공동주택의 골조만 남기고 대규모로 철거하는 방식”이라며 “이는 재건축과 유사하며 사업비 역시 재건축의 80~90% 수준에 달하는 등 사용연한이 충분한 리모델링 대상 주택에는 낭비”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전면 리모델링은 주거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가구 수가 늘어나면 용적률이 과다 상승해 도시과밀화 등으로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기반시설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도입 취지로 “재건축 추진을 방지하고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와 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리모델링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거환경 개선과 성능 향상을 통해 주택의 장수명화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취지 해석을 통해 국토부는 수직증축을 불허하는 대신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국민주택기금 장기저리 융자 △취득세·재산세 등 세제지원 △리모델링 사업 메뉴얼 제정 △리모델링 사업 단가 등의 정보 제공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최소 적립 기준 마련 등이다. 국토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리모델링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입장을 토대로 대응하기로 했다.
 
▲주민연합회 등 거센 반발=국토부가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최종 허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 축소와 사업성 개선 등을 목적으로 가구 수 증가를 요구해왔던 일부 1기 신도시 주민들과 건설사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또 내년 선거를 의식해 수직증축 등을 요구하고 있는 정치권과의 마찰도 우려된다. 법안 4개가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4월과 12월로 예정된 총선·대선과 얽혀 제도개선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일방적 결론을 비판하는 주민들의 대대적인 규탄대회도 준비되고 있다.
 
이형욱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장은 “조만간 범수도권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와 함께 규탄대회를 할 것"이라며 "날짜와 시간, 장소 등 구체적인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회의원을 방문해 입법 절차를 촉구하는 등 해결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리모델링사업 침체 불가피=당분간 리모델링사업의 침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리모델링 업계 전체는 제도개선 요구가 제기되면서 실질적으로 지난 2009년 말부터 1년 반을 넘는 기간 동안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천의 리모델링조합 2개 현장에서는 조합 설립이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최근에도 부천 반달마을도 리모델링조합의 조합 설립이 취소됐다.
 
한 리모델링 조합장은 “적지 않은 주민들이 장기간 사업추진 중단 상황에 대해 문의해 올 때마다 세대 수 증가 등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보자고 설득해 왔는데 이번 국토부 결론으로 내 입장이 궁색해지게 됐다”며 “국토부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조합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얻은 것도 적지 않다는 긍정론도 조심스레 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제도개선 논의 진행으로 우리 사회에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향후 리모델링 제도개선 과정에서도 든든한 발판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은 곧 9월 개최될 정기국회에서의 법안 개정 과정에서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리모델링 제도개선과 관련해 수직증축과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는 4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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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국토부 입장일 뿐… 국회를 믿어 달라”
 

■ 여·야 반응
“어차피 결론은 국회에서 나온다. 국회를 믿어 달라.”
 

정치권의 기본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국토해양부의 ‘가구 수 증가 불허’ 발표에 대해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국토부의 결정일 뿐 그 이상으로 확대해석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최종 결론은 국회에서 여야 논의를 통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국토부는 주관부처로서 당연히 공식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며 “이번 수직 증축 불허 결정은 그 같은 연장선장에서 국토부가 가지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권은 기본적으로 국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역대로 국회와 정부가 법안 통과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였음에도 입법권은 결국 국회에 있다는 점이다. 법안 심의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도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지만 주무부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지, 그 의견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관 합동 TF팀 논의 결과라는 점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의견을 달리했다. 국토부에서 소집한 전문가가 있듯이 국회 차원에서도 전문가들을 소집해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국토부 전문가 의견과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최근까지 매주 한 번씩 리모델링 TF팀 회의를 소집하며 관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 당은 변함없이 리모델링 제도개선 법안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측 또한 리모델링 법안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리모델링 활성화가 당론이라는 점은 현재까지도 변함없다”며 “다시 국회 회기가 시작된다면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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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견됐던 일, 국회 결론에 기대
 

■ 업계 반응
국토부 TF팀 결론은 이미 예견됐던 내용이라며 최종 결론은 국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TF팀 구성 과정 당시에도 결과는 이미 ‘불허’쪽으로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국토부가 TF팀 구성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 만한 사람들은 국토부 TF팀이 내놓게 될 결과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리모델링 제도개선에 간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의 요지는 리모델링 가구수 허용이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 주관부처인 국토부에서는 사실상 결정 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종전 LH토지주택연구원이 내린 결론과 동일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LH토지주택연구원 측은 약 1년간의 연구를 통해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및 가구 수 증가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이를 대신해 리모델링사업 지원 방안으로 △국민주택기금에서의 장기 저리 융자 △취득세 세제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 같은 LH토지주택연구원 측의 지원방안은 이번에 국토부에 제시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20명의 위원들이 6개월 간 한 달에 두 번 만나서 논의하는 것만으로 사실상 결론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제도개선 TF을 운영했던 것은 당시 사회적 이슈로 격화됐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TF팀 논의가 한창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토부장관 및 주무 부처 담당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허 결론 내용을 일반에 미리 알리면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는 것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사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대 의견에 대한 의혹 제기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업계에서 이 같은 의혹이 자꾸 제기되는 이유는 그동안 국토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LH토지주택연구원 측의 연구 과정에서도 당초 예정돼 있던 공청회가 철회되는 등 결과 조작 가능성의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말 LH토지주택연구원의 ‘가구 수 증가 불허’ 결과 발표에 대한 주민·업계의 반발과 올해 초 국토부가 급히 TF팀 구성을 제안했던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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