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시공자선정 기준 어떻게 달라지나
리모델링 시공자선정 기준 어떻게 달라지나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09.29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모델링 시공자선정 기준 어떻게 달라지나
 
  
조합설립인가 후에 시공사 선정… 주민·업계 ‘발끈’
국토부, 경쟁입찰 통한 투명성 제고에 무게
입주자대표회의 방식땐 ‘전원동의’ 후 가능
 
 

 

국토해양부가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 기준 도입을 강행한다. 지난 16일 국토부는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 시기와 방법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리모델링 추진 방식에 따라 시공자 선정 시기가 각각 달라진다. 조합 방식의 경우에는 조합설립인가 후에 시공자를 선정하고, 입주자대표회의 방식의 경우에는 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 이 때의 시공자 선정은 모두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해야 한다. 구체적인 시공자 선정 방법은 국토해양부 장관이 정하는 별도의 선정 기준에 담겨질 예정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시공자 선정 기준의 시행은 이 법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주택법〉개정 절차가 완료되면 이를 근거로 하위 법령 개정에 들어가게 된다”면서 “개정 과정에서 시공자 선정 기준이 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내달 6일까지 이어지며 입법예고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받은 후 남은 입법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부 “시공자 선정 절차 명료화 취지”=국토부는 시공자 선정 시기를 명료화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투명한 선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시공자 선정 기준을 도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례를 살펴보면 시공자 선정 과정이 과열·혼탁 양상으로 치달으며 금품수수·비리 등 각종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리모델링사업 역시 재건축·재개발사업과 절차상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 방법 및 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리모델링 시장에서 과열·혼탁 상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향후 제도가 완화된다면 언제든지 과열·혼탁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라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도입하는 것도 주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향후 제도 완화를 고려한 정책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그런 뜻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합·업계 “활성화는 못해 줄 망정…” 거센 비난=국토부의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 기준 도입에 대해 조합 및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현재의 시장 상황을 너무도 모른 채 묻지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리모델링 시장의 실상은 과열·혼탁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시공자가 리모델링 추진위의 운영자금 지원 및 홍보 등 사업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추진위원회가 법률적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자금회수를 우려하는 정비업체 및 설계사에게서 자금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공자 조기 선정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리모델링 추진위 자체로는 사업을 진행시킬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모델링 사업에서의 각종 인허가 문제 및 제도상의 맹점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업장기화를 우려한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성남 분당의 한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최근 수차례에 걸쳐 건설사들에 공문을 보내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답변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시공자 선정 기준을 만들어 과열·혼탁을 우려하고 있으니 허탈한 웃음만 나올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등 유관 단체는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입법예고 기간 중 반대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입주자대표회의 동의요건 완화는 삭제=당초 시공자 선정 기준과 함께 도입될 예정이었던 입주자대표회의 행위허가 동의요건 완화는 개정안 최종 검토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번 〈주택법〉 개정안을 준비하면서 국토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리모델링 행위허가를 신청할 때 동의요건을 기존 100% 동의에서 80% 동의로 완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법무부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최종 개정안에서 삭제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행위허가를 받은 후 매도청구가 진행돼야 하지만 매도청구권 행사과정에서 위헌 가능성이 지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입주자대표회의는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매도청구권을 가질 수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매도청구권이 없는 단체가 매도청구를 하게 될 경우의 법률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인호 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자의 대표이지 소유자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매도청구를 할 수 있는 자격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면서 “입주자대표회의는 건물의 관리 등을 위한 단체로 해석돼야 하기 때문에 매도청구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리모델링은 사생아 신세… 활성화는 말장난”
 
범수도권 리모델링연합회 발족… 관련단체 연합 추진
정부의 리모델링 실정에 대한 여론의 질타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 정책 부재를 지적하고 리모델링 활성화를 목표로 한 아파트 소유자 단체가 또 하나 만들어졌다.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17개 리모델링 조합 및 추진위원회 책임자들이 모여 범수도권리모델링연합회를 발족했다.
 
범수도권리모델링연합회는 지난 16일 발족식을 가진데 이어 지난 23일 건설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제반 활동에 돌입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연합회는 대치2단지 조합, 개포 대청아파트 조합 등 서울 지역 아파트를 포함해 산본 세종아파트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들도 포함돼 있으며 전체 17개 단지 1만4천400여세대에 달한다.
 
연합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리모델링은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주거안정을 이끌며 △경제활성화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모델링으로 인해 50% 가량의 콘크리트를 줄일 수 있으며, 신규아파트 수요를 해소해 부동산 가격 안정에도 기여하며, 생산유발 효과 및 취업유발 효과를 따지면 3조6천억원의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요구 사항으로는 △수직증축 허용 △세대수 증가를 통한 부담 감소 △관련법규 체계적 정리를 요구했다.
 
반포 미도1차의 황갑성 공동대표는 “억울한 심정으로 신문고를 두드리는 소시민의 마음으로 연합회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민들은 모두 들쭉날쭉하는 정부 정책의 희생자가 돼 버렸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리모델링 제도는 탄생은 했지만 그 누구도 돌보지 않는 사생아 신세”라며 “정부 공무원들의 화려한 말장난에 힘겨운 것은 주민들일 뿐이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향후 본격적인 대정부 활동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김기태 공동대표는 “우리는 순수한 주민들의 대표”라면서 “본격적인 대정부 리모델링 완화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학수 연합회 공동대표는 향후 일정계획에 대해 “추석 이후부터 17개 단지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요구하는 건의사항을 정리해 제출할 예정”이라며 “한국리모델링협회 등 각종 리모델링 관련 단체 및 연합회 등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힘을 결집시키겠다”고 말했다.
 

---------------------------------

 
정부 무능행정에 시장은 고사위기
 

■ 자구책 마련 나선 조합·업계
정부의 개정안 도입을 확인한 조합 및 업계 관계자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12개 단지가 참여한 1기 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에 이어 이달에는 서울 및 수도권 16개 단지가 참여한 범수도권리모델링연합회도 만들어졌다.
 

최근 들어 서울 및 수도권의 28개에 달하는 리모델링 단지가 뭉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리모델링 활성화를 요구하는 주체는 리모델링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로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일반 주민들로 퍼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직접 나서기 시작한다는 것은 사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정부가 조속히 진정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에 필요한 것은 향후 벌어질 과열·혼탁 양상에 대한 대비책이 아니라 리모델링 시장의 씨앗을 싹틔우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모델링 시장은 그동안 참여정부의 재건축규제 강화로 2007년 하반기와 2008년에 잠시 싹을 틔우는 듯 했으나 MB정부의 재건축 완화 정책 이후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다.
 
한 리모델링 전문가는 “고사 직전의 현 상황에서 정부가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 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리모델링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현재의 리모델링 시장은 몇 몇 시공자의 사업 참여로 겨우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시공자 선정 기준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 성숙되지 않은 리모델링 시장에 초기자금 조달의 유일한 방안인 시공자 선정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규제의 칼을 들이미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리모델링 사업에서 초기자금 조달 방안은 시공자가 유일함에도 시공자의 자금지원을 끊는 정책 추진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현 정책은 헛다리를 짚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관련해서도 정부의 정책 초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장 중 입주자대표회의 주체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면서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내용처럼 국토부가 시장에서 이용되지 않아 사문화된 조항을 개정하려고 집착하는 것은 그만큼 현장 상황에 대해 무지하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