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의 매도청구권, 결의시점부터 행사 가능
리모델링의 매도청구권, 결의시점부터 행사 가능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8.11.26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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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의 매도청구권, 결의시점부터 행사 가능
 
  
법원 “동의서 징구에 전체 80% 찬성시점”
반대조합원 “매도청구권 엄격한 해석을”
 
 

 

리모델링 매도청구 과정에서 자주 쟁점으로 부각되는 내용이 동의서 철회 가능 여부다. 조합 측에서는 동의서 철회를 가급적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리모델링 반대측은 동의서 철회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동의서 철회는 리모델링 동의율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결국 조합의 매도청구권 발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합과 반대측 조합원 모두에게 쟁점이 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조합설립인가라는 행정행위가 있은 이후에는 리모델링 결의에 대한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결국 이 소송에서는 조합이 승소해 매도청구가 가능하게 됐다.
 

동부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김태경)는 길동프라자아파트의 리모델링 결의 철회 부분과 관련해 “리모델링 결의에 대한 동의는 명문으로 금지되거나 성질상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그에 의거한 행정행위가 행하여질 때까지만 자유로이 철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며 “리모델링 조합의 변경 인가를 받은 이상 그 이후 동의를 철회한 이들은 리모델링에 대한 동의를 적법하게 철회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매도청구는 리모델링 결의 동의율을 확보했을 경우 행위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조합이 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설계개요, 공사비, 비용분담내역이 기재된 동의서를 통해 전체 4/5 및 동별 2/3 이상의 동의율을 충족시키면 리모델링 결의가 유효하다”면서 “관련법과 시행령 규정에 따르면 매도청구를 행사하기 위해 행정청으로부터 행위허가까지 받아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대 조합원 “리모델링 매도청구권 엄격 해석해야”=반대측 조합원들은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차이점을 들어 리모델링의 매도청구권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 조합원들은 “건물 건축 후 상당 기간이 경과돼 건물의 훼손 또는 멸실되거나 그 밖의 사정으로 건물 가격에 비해 과다한 수선복구비나 관리비가 소요되는 경우에 시행되는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훼손 및 멸실 등이 덜 한 경우에 시행된다는 점에서 리모델링에서의 매도청구권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행위허가를 받아야만 비로소 조합에 매도청구권이 주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리모델링 결의 있으면 매도청구 가능”=이러한 반대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진정한 리모델링 결의 시점이 언제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정한 리모델링 결의 시점이 있을 때 매도청구권도 그 때부터 발생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에서 해석해 놓은 리모델링 결의 시점은 △설계개요 △공사비 △비용분담 사항이 포함된 동의서를 징구해 실질적으로 전체 4/5와 동별 2/3가 충족되는 시점이다.
 

재판부는 “리모델링 주택조합의 매도청구권은 리모델링 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해야 발생하는 것이므로 리모델링 결의가 무효인 경우에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길동 프라자 사례에 대해서 “최초 조합설립인가 당시부터 조합이 징구한 동의서에 △사업개요 △비용개산액 △비용분담사항이 정해져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조합원 동의율 또한 전체 4/5와 동별 2/3를 넘겨 유효한 리모델링 결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길동 프라자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측은 승소를 했고 매도청구 절차를 진행시키고 있다.
 

김길찬 변호사는 “그동안 리모델링 결의와 관련된 판결이 다소 엄격하게 해석되었던 점이 있었다”면서 “리모델링 사업 진행의 측면에서 본다면 재판부가 좀 더 유연한 판결을 할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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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법 개정 과정에서 일어난 특이한 사례
 
■ 길동프라자 사례 분석
현재 리모델링과 관련해 법정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쟁점들은 2006년 2월 조합설립인가 요건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혼란이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재판부에서도 항상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을 개정 전과 개정 후로 나누어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부가 2006년 2월 24일 〈주택법〉 개정시 조합설립인가 요건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리모델링 결의 요건으로 지목되는 △설계개요 △공사비 △비용분담 사항의 내용을 삭제했으며 이 때 조합설립인가 단계와 행위허가 단계에서 결의 내용이 달라지게 됐다.
 
따라서 재판부에서는 리모델링 결의가 언제 있었는지를 찾게 되는데 〈주택법〉 개정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의 경우에는 설계개요 등의 내용이 빠진 조합설립인가 내용으로는 진정한 리모델링 결의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의 재판부에서는 행위허가 단계에서 별도의 동의서 징구를 통해 설계개요 등이 포함된 내용의 동의서와 전체 4/5 및 동별 2/3의 동의율이 충족되었을 경우에 리모델링 결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추세다.
 
하지만 길동 프라자아파트의 사례는 특이한 케이스다. 2006년 2월 이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완화된 개정 법령을 따르지 않고 기존의 내용으로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했다.
 
즉, 2006년 2월 이전에는 조합설립인가 시점에서도 △설계개요 △공사비 △비용분담사항이 포함하도록 〈주택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었는데 길동 프라자아파트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설계개요 등이 필요없음에도 불구하고 설계개요 등을 포함시켜 동의서를 징구했다.
 
결과적으로는 이 부분이 리모델링 결의 시점을 보다 빨리 이끌어 낸 셈이다.
 
현재의 법령은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도 설계개요 등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이런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은 없어지게 됐다.
 
단 2006년 이전부터 사업을 추진한 리모델링 사업장들은 이러한 법률적 쟁점이 잠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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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결의 유효 여부 행위허가 기준 따라 판단
 

■ 법원이 밝힌 3가지 유효조건
재판부는 〈주택법〉 시행령의 규정 취지를 해석해 리모델링 결의 요건을 3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2006년 2월 개정된 법령에 따르면 리모델링조합 설립인가시에는 △설계개요 △공사비 △비용분담내역에 관한 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결의라 할 지라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결의를 기초로 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에 매도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는 시각이다.
 
구분소유자로서는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리모델링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시가에 의해 구분소유권을 매도하고 리모델링에 참여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지만 설계개요 등의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 내용을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리모델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의 매도청구에 응해야만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둘째, 〈주택법〉 시행령에서 조합의 설립요건을 리모델링 행위허가 요건과 서로 다르게 개정한 취지는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2/3 이상의 결의만으로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리모델링을 활성화하려는데 있다고 보았다.
 
조합 인가시에 필요한 결의는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만으로 충분하고 반드시 리모델링 결의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리모델링 결의의 유효여부는 리모델링 행위허가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셋째, 리모델링의 특성상 공동주택의 구분소유자들이 세대수 증가없이 스스로의 부담으로 대수선 또는 증축을 하는 것이므로 〈주택법〉에서 구분소유자들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높은 동의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행위허가를 받을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설계개요 △공사비 △비용부담사항이 기재된 결의서에 전체 4/5 및 동별 2/3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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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인가 단계서 리모델링 결의 완료
 

길동 프라자아파트는 재판부가 지적한 리모델링 결의를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충족시킨 특이한 사례로 평가되는 사업장이다.
 

길동 프라자 아파트는 전체 4개동 354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1,3,4동이 각각 90가구, 2동만이 84가구로 구성돼 있다.
 
조합설립인가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최초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때에는 전체 354명 중 267명이 동의해 75.4%로 전체 동의율 기준을 충족시켰고 동별 동의율도 각각 70%를 넘어 〈주택법〉 상 규정인 67%를 넘겼다.
 
그 후 추가적인 조합원들이 참여해 조합설립인가 변경이 이뤄졌다. 이 때 전체 354명 중 284명이 동의해 80.2%의 전체 동의율 기준을 충족시켰고 동별 동의율도 모두 67%를 충족시켰다. 이 시점에서 재판부는 이미 리모델링 결의가 발생한 것으로 보았으며 행위허가 여부를 떠나 이 시점부터 조합의 매도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 때 반대 조합원 측에서는 23명의 철회자가 있어 결국 전체 4/5 및 동별 2/3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 시점이 조합설립 변경인가 이후에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기 때문에 적법한 철회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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