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건축법 완화… 리모델링 ‘숨통’ 기대
이달 말부터 건축법 완화… 리모델링 ‘숨통’ 기대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8.10.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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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부터 건축법 완화… 리모델링 ‘숨통’ 기대
 
  
15년된 리모델링 아파트 건축법 완화 적용
개정절차 6개월이나 걸려 늑장행정 지적도
 

 
 
사용승인 후 15년이 지난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에도 〈건축법〉 완화 적용이 가능해진다. 국토해양부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건축법〉 완화 대상을 기존 ‘사용승인 후 20년’에서 ‘15년’으로 개정했다. 개정 시행령은 지난 주 국무회의 의결 및 대통령 재가를 받은 것에 이어 이번 주 공포 및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로써 리모델링 사업 추진시 사용승인 후 15년이 지난 아파트에도 용적률·건폐율·인동간격 등의 완화가 가능해지게 돼 그동안 발목 잡혀있던 조합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조합들 일제히 ‘환영’=일선 조합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건축심의 절차를 마쳐놓고 〈건축법〉 개정을 지켜보고 있던 일선 조합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설 태세다. 건축설계안을 마련해 놓고도 〈건축법〉 완화 규정이 개정되지 않아 심의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건축법〉 개정 절차 완료 소식을 들은 조합들은 건축심의 신청 준비 등 향후 사업일정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송파 성지 천익정 조합장은 “이제야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그동안 시간을 낭비한 것을 생각해서라도 향후 건축심의 등 사업절차를 조속히 진행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금 아남아파트 박택기 조합장도 “곧 건축심의 절차를 앞두고 있는 우리 단지에서도 〈건축법〉 개정시까지 개점휴업해야 하는 피해를 볼 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적잖이 걱정했는데 이제야 한 시름 놓게 됐다”면서 “건축설계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더욱 철저히 한 뒤 건축심의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건설사 입장에게도 이번 개정 절차 완료는 낭보로 인식되고 있다. 대우건설 신만호 차장은 “사업 발목을 잡고 있던 〈건축법〉 완화 부분이 해소돼 향후 사업 활성화를 기대한다”면서 “현재 조합인가를 받은 사업장의 사업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공무원들도 민원에서 벗어났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한 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일선 조합으로부터 왜 건축심의를 받아주지 않느냐는 민원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제 관련 법이 개정되었으니 이 부분에 대한 민원은 없어질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보다 6개월이나 지연된 정부의 개정 절차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현하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추진을 하면서 분통이 터진 적이 많았다”면서 “여타 미진한 절차 및 제도로 인해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예전에 당연히 개정되었어야 할 부분이 이처럼 6개월이나 지연된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리모델링 조합장 역시 “조합에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정부의 입법 미비로 수 개월의 시간을 넋 놓고 보냈다”면서 “사업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비만 높아지는데 결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개정안 내용=개정 내용은 〈건축법〉 시행령 제6조 1항이다. 이 조항에서는 특별한 경우에 한해 〈건축법〉을 완화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나열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돼 있는데 기존 조항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시 사용승인 후 20년이 지난 아파트에 대해서만 〈건축법〉 적용 완화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문제는 현행 〈주택법〉에서는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 요건으로 15년된 아파트도 조합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작 조합인가를 받아도 〈건축법〉 완화 규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결국 건축심의 단계에서 심의를 받지 못해 사업추진이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건축위원들이 20년으로 명시된 〈건축법〉 규정을 들어 심의를 반려시켰기 때문이다. A구청 공무원은 “건축위원들은 법을 위반할 수 없다”면서 “법이 개정되든지 20년이 넘어서 건축심의를 넣든지 양자 택일하라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송파 성지 등 몇몇 조합들은 이같은 이유로 건축심의를 앞두고 사업이 개점휴업 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주택법〉 시행령 제4조의2에 의한 15년 이상의 기간이 경과되어 리모델링이 필요한 건축물인 경우’ 〈건축법〉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해 결국 15년 이상의 아파트들도 〈건축법〉 적용 완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한때 국토부에서는 〈건축법〉은 일반법이고 〈주택법〉은 특별법이라는 법 해석을 내놓으며 별도의 시행령 개정 작업없이 〈건축법〉 완화 적용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으나 인허가권을 가진 일선 구청에서는 유권해석을 외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B구청 관계자는 “법에서 〈건축법〉 적용을 완화하기 위한 대상으로 20년이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 어떻게 이를 무시할 수 있느냐”면서 “분명한 법적 내용을 무시하고 건축심의를 진행하라는 국토해양부 측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정절차 6개월 늑장 행정 질타=〈건축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개정 완료 시한을 6개월이나 지연시킨 것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는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4월까지 2개월이 지난 후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완료시키겠다고 공언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난 이달 말에서야 개정이 완료됐다. 문제는 4월까지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사업계획을 수립했던 조합들의 사업일정에 큰 차질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4월에 개정하겠다고 해놓고 이달 초까지도 개정이 미뤄지고 있었다”며 “다음부터 정부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조합 관계자는 “〈건축법〉 개정에 대해 4월에 물을 때는 6월이면 된다고 했고, 6월에 물었을 때는 8월이면 된다고 했다. 8월에는 추석 이후 된다고 했고 추석이 지나 물었을 땐 9월말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달 초에도 안됐었다.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말바꾸기에 지쳤다. 사업추진 현황을 물어오는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지쳤다. 동의서를 빨리 제출하면 사업진행도 빨리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한 내 자신이 우습게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법제처 “이유있다” 변명=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법안이 오랜 시간 머물고 있었던 부서는 국토부와 법제처다. 개정안 늑장 처리에 대한 비난 목소리에 대해 두 부처에서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어 불가피했던 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알기쉬운 법령 만들기’ 제도로 인해 부득불 개정 시일이 늦춰지게 됐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법〉령의 전체 개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많은 시간이 소요돼 버렸다”면서 “당초 계획은 4월에 개정 완료를 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법제처 관계자 역시 이번 리모델링 관련 개정과 관련해 많은 민원으로 고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정 절차에서 법 전체를 검토하다 보니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덧붙여 “국토부 측에서 전체 〈건축법〉 중에서 리모델링 관련 조항만을 떼어 내 예정대로 개정을 추진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토부 측의 행정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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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추진 발목 잡은 정부의 무관심 행정
 

■ 6개월 걸린 건축법 개정
증축 리모델링사업과 〈건축법〉 완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기존 아파트에서 부피가 커지게 되는 증축 리모델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건축법〉 완화가 필수 항목이기 때문이다.
 

증축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용적률·건폐율이 증가하고 인동간격도 좁아진다. 따라서 현행 〈건축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게 될 경우 리모델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현행 리모델링 제도에서도 〈건축법〉 완화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 완화 적용 대상 기준이다. 개정 전의 〈건축법〉에서는 20년이 넘은 아파트에 대해서만 〈건축법〉 완화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해 리모델링 활성화를 이유로 〈주택법〉을 개정, 15년 넘은 아파트도 조합설립이 가능하도록 완화하면서 문제가 야기됐다.
 
〈주택법〉과 〈건축법〉 완화 기준을 동시에 15년으로 낮추었어야 했지만 〈주택법〉만 완화된 것이다. 결국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15년 리모델링 아파트들이 건축심의를 받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초래됐다. 〈건축법〉 규정이 완화·개정되지 않아 건축심의를 신청해도 20년 규정을 들어 반려하기 때문에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송파 성지아파트, 개포 대청, 가락 현대6차아파트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송파 성지 천익정 조합장은 “사업추진을 위해 모든 것을 완비시켜 놓았는데 법령 미비로 인해 조합들의 건축심의가 원천적으로 봉쇄당했다”면서 “결국 정부가 사업추진의 발목을 잡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20년 이상된 단지들은 이런 문제에서 비켜갔다. 최근까지 몇몇 행위허가를 받은 리모델링 사업장들이 있지만 그 사업장들은 20년이 지난 단지여서 건축심의 과정에서 〈건축법〉 완화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사업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정부의 리모델링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건축법〉 적용 완화 개정은 지난 해 〈주택법〉에서 조합설립인가 기준 연한을 15년으로 완화할 때 함께 개정되었어야 했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늦긴 했지만 새로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어나면서 자칫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례”라며 “당초 정부가 조합설립인가 기준을 15년으로 완화하면서 함께 개정됐어야 할 부분인데 정부의 실수로 조합들이 고생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모델링 가능 연한이 15년으로 완화되면서 주목할 대상은 15년된 아파트들이다. 15년이 갓 넘은 1기 신도시의 중층아파트들이 대거 리모델링 시장에 진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 신도시 아파트들은 최근까지도 리모델링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40년이란 재건축 가능 연한과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리모델링에 대
한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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