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1년… 세입자 대책 긴급 조명(下)-세입자 대책 문제점과 대안
용산참사 1년… 세입자 대책 긴급 조명(下)-세입자 대책 문제점과 대안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0.03.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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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년… 세입자 대책 긴급 조명(下)-세입자 대책 문제점과 대안
 
  
정부는 ‘뒷짐’… 세입자 책임은 조합에 전가 ‘일쑤’
조합원 부담 가중… 지방선 사업포기 사례도
전문가 “국가도 세입자 지원에 적극 나서야”
 
 

 

용산 사고 후 세입자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조합은 물론 세입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데다 실효성이 낮은 대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세입자 문제를 조합과 세입자간의 갈등 구조로 몰아가면서 책임회피에 급급한 행태를 보여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새롭게 발표된 세입자 대책은 조합이 세입자 보상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공공의 책임이 전무한데다 역할마저 형식적이어서 여론무마용 대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가나 지자체도 세입자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용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입자 보상은 조합 책임… 국가도 부담해야=일선 조합에서는 세입자 보상대책과 관련된 재정적 부담을 전가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가뜩이나 사업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세입자 보상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입자의 주거이전비가 종전 3개월분에서 4개월로 늘어남에 따라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하는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비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사업 단계별로 세입자 보상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 세입자의 보상에 대한 조합의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사실상 사업기간도 늘어나게 됐다. 보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세입자에 대한 조사는 물론 보상기준에 적법한 세입자인지도 가려내야 하는데 이 같은 업무를 추진위나 조합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성이 악화된 지방의 경우 조합원들의 부담금 가중으로 사업 추진 동력마저 잃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반해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은 정비사업으로 임대주택, 기반시설, 각종 세금 등의 이익을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세입자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로 세입자 대책과 관련해 공공은 정비기본계획이나 정비계획 수립 시 세입자에게 공람토록 하는 의무만 질 뿐 재정적 부담은 전혀 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용산 사고 후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며 시행에 들어간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 역시 세입자에 대한 공공의 책임은 피해 나가고 있다. 나아가 세입자 문제를 조합과 세입자간의 갈등구조로 몰아가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세입자 공공 책임론’을 요구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최대 수혜자가 공공인 만큼 세입자 보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조용무 부회장은 “공익사업이란 명분으로 공공이 걷어 들이는 임대주택이나 기반시설에 비하면 조합의 개발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영세한 국민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게 있는 만큼 세입자 문제를 공공도 일정 정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세입자 대책 기준마련 미흡… 실효성도 의문=실질적인 보상보다는 세입자에 대한 공람 의무화, 정보 공개, 사업 단계별 세입자 보상 계획 수립 등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대책들이 많은 것도 세입자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 명확한 기준이 없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제도들도 있다. 세입자 손실보상 차등화 방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도는 세입자를 둔 조합원에게 손실보상금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현재 이 제도를 적용하는 구역은 거의 없다. 위장 세입을 방지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상가세입자 우선 분양제도도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가세입자 우선 분양제도는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상가를 세입자에게 우선적으로 분양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조합원에게 분양하고 남은 상가가 과연 상가 세입자 전원을 수용할 정도로 충분하냐는 것이다. 이 경우 상가세입자 분양에 대한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용산 사고 후 많은 세입자 관련 대책들이 발표됐지만 도입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며 “세입자 관련 대책 수만 늘리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조합과 세입자가 인정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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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권리금 법제화 ‘뜨거운 감자’
 

■ 조합·세입자  이견
용산 사고의 발단이었던 상가 권리금 인정 여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법무부가 ‘상가건물임대차에 있어서 권리금 계약에 관한 연구’란 주제로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리금에 대한 법제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해양부 역시 권리금 인정 여부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구체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권리금이 법제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문제는 권리금 보상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쉽지 않아 법으로 제정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일차적인 문제는 상가권리금 보상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통상 권리금이란 종전 상가세입자가 고객과 영업방식, 인테리어 등을 이어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리금을 지급받은 대상이 종전 상가세입자인데 조합이나 소유자가 보상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그렇다고 국가가 권리금을 보상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종전 상가세입자에게 다시 회수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권리금을 소유자나 조합이 보상하도록 강제한다면 사실상 정비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질 것이다. 특히 상가 건물들을 주로 정비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올 스톱’ 상태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나아가 소유자에게 권리금을 보상하도록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로 인한 위헌의 소지도 있다.
 
보상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권리금은 발생 원인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나아가 권리금 인정 시점과 권리금을 수치화하는 것도 문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상가권리금은 정비사업에서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라며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한데다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현실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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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소득 등에 따라
보상기준 차등화해야
 

■ 해결 방안은
전문가들은 세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거이전비 등 보상금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세입자의 거주 지역이나 주택 소유 여부, 가족 구성원, 주변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보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세입자 보상제도는 지역이나 여건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다보니 조합은 물론 세입자 간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우선 지방 사업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서울·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익이 적은 지방의 경우 세입자 보상은 사업의 시행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미분양 물량 적체 등으로 가뜩이나 사업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자까지 많은 구역들은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방 조합원들은 서울·수도권 조합원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것은 세입자의 주거안정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나아가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소유자가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부유한 세입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세입자의 여건에 따른 차등화 기준을 마련해 부유한 세입자에게 지급될 주거이전비를 영세세입자에게 돌려 현실적인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세입자 위장 전입, 보상금을 노린 전문 세입자 등 불법적인 행태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주거이전비를 노리고 친척이나 지인으로 위장해 전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주거이전비를 노리고 재개발구역에 세입자로 들어오는 전문 보상꾼들에 대한 처벌규정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입자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일부 세입자들 사이에서 ‘버티면 더 준다’는 생각으로 고의로 이주를 하지 않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세입자 보상은 법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무리한 보상금 요구는 조합은 물론 세입자에게도 피해가 된다. 또 조합 역시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세입자들에게 성실하게 보상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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