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법판결 의미와 전망
서울 고법판결 의미와 전망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10.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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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법판결 의미와 전망
 
  
“정비구역지정 조례위임 범위 벗어나 무효”
무허가건물·호수밀도·토지형상 등 세부요건만 위임
몇 개 충족하면 구역지정 가능하다는 식의 조례 잘못
 

정비구역지정 요건의 위임범위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별표1 위임규정에 따라 각 시·도별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구역지정 요건이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부터다. 지난달 8일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윤재윤 판사)는 “〈도정법〉 시행령 별표1제5호는 정비구역 지정요건의 세부요건을 위임하고 있을 뿐 독자적으로 지정요건을 위임한 것은 아니다”며 “지정요건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조례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당시 소송을 제기한 최모씨 등 새마을·냉천지구 주민들은 “냉천지구와 새마을지구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위한 정비계획에 따르면 각 지구의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되는 건축물 수는 대상구역 안의 건축물 총수의 50% 이상으로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제4조제1호가목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돼 있기는 하다”면서도 “문제는 경기도 조례 제4조제1호는 시행령 별표1이 정한 요건을 근거없이 완화한 것으로 시행령 별표1제5호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주장했다.
 
즉 냉천지구와 새마을지구가 시행령 별표1제1호가목 또는 바목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되는 건축물수가 대상구역 안의 건축물 총수의 50% 이상이라는 사실만으로 시행령 별표제1호가목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시행령 별표1제5호는 무허가건축물의 수, 노후·불량건축물의 수, 호수밀도, 토지의 형상 또는 주민의 소득수준 등 정비계획 수립대상구역의 세부요건에 대해 필요한 경우 제1호 내지 제4호에 규정된 범위 안에서 시·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을 뿐”이라며 “정비계획 수립대상구역의 독자적인 지정요건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 아니함이 그 문언상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경기도 조례 제4조제1호는 각목에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되는 건축물 수 △무허가건축물 수 △호수밀도 △주택접도율 △과소필지 △부정형 또는 세장형 필지수의 기준을 정하고 그 중 하나의 요건만 갖추면 주거환경개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위한 정비계획 수립대상구역의 세부요건이 아닌 독자적인 지정요건을 시행령 별표1제1호 각목이 정하고 있는 것보다 완화해 정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 조례 규정은 시행령 별표1제5호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법원은 “경기도 조례 제4조제1호가목이 시행령 별표1제1호가목과 관련된 것으로 볼 경우 시행령 별표1제1호가목에서는 ‘198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축된 법률 제3719호 〈특정건축물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무허가건축물 또는 위법시공건축물로서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되는 건축물의 수가 당해 대상구역 안의 건축물 수의 50% 이상인 지역’을 정비계획 수립대상구역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기도 조례 제4조제1호가목은 건축물이 시행령 별표1제1호가목 전단의 ‘198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축된 무허가건축물 또는 위법시공건축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묻지 않고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되는 건축물 수가 대상구역 안의 건축물 총수의 50% 이상인 지역’에 해당하기만 하면 정비계획 수립대상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상위법령인 시행령 별표1제1호가목의 요건을 완화하여 규정한 것으로 이에 저촉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무허가건축물은 〈건축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한 건축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를 하지 않고 건축한 건축물을 말하고, 위법시공건축물이란 〈건축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한 건축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고 건축한 건축물로서 동법의 규정에 적합하지 않아 동법 제7조의 규정에 의한 준공검사를 마치지 않은 건축물을 말한다.
 
법원은 또 “경기도 조례 규정이 시행령 별표1제1호바목에 근거한 것으로 보더라도 경기도 조례 규정상 ‘노후·불량건축물에 해당되는 건축물 수가 대상구역 안의 건축물 총수의 50% 이상인 지역’에 해당한다는 것만으로는 시행령 별표1제1호바목 후단의 ‘주거지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거나 도시미관을 현저히 훼손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어 역시 경기도 조례 규정은 상위법령인 시행령 별표1제1호바목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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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경기도 재개발 구역지정 요건 문제 없다”
 

■ 케이스 스터디
재개발 구역지정 취소소송에서 조합이 승소한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24일 인천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조일영 판사)는 장모씨 등이 부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지정 확정고시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재개발 구역지정 요건 외에 별도로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해야 한다는 요건도 충족돼야 함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이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위법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기각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장모씨 등은 “〈도정법〉 제2조제2호나목은 재개발사업을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재개발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대상구역이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할 뿐만 아니라 정비기반시설도 열악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 구역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지 않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이 아님에도 부천시가 이 사건 구역 내의 준공된 후 20년이 지난 건축물을 모두 일률적으로 노후·불량건축물로 분류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구역이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으로 판단해 정비구역 지정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결여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정법〉 시행령 별표1제2호가목 내지 다목에 규정된 각 요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개발 정비계획을 수립해 이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도정법〉 제2조제3호다목이 규정한 노후·불량건축물의 개념은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실제 정비구역 지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정한 재량권 행사를 위한 기준을 정립해야 하는데 경기도 조례는 이를 세분화해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대리한 H&P 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도정법〉 제2조제3호다목이 규정하고 있는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이라는 부분은 노후·불량건축물로 인정되기 위한 직접 요건이 아니라 시행령과 조례에 노후·불량건축물의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하면서 그 위임의 한계를 설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위와 같은 기준은 정비구역지정권자 혹은 추진위원회에 직접 노후·불량건축물인지 여부를 실사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아니라 시행령 또는 조례가 노후·불량건축물의 범위를 정할 때 입법의 지침으로 작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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