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정보공개로 신뢰구축과 투명성 확보
정비사업 정보공개로 신뢰구축과 투명성 확보
조합 “공개 정보량 과다”-조합원 “너무 소홀”… 신뢰성이 사업 좌우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2.09.20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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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기준 강화해도 여전히 기대에는 못 미쳐
인터넷 홈페이지 홍보 부족… 공개 ‘하나 마나’

 

“법으로만 정보공개를 하도록 하면 뭐 합니까? 실제로는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는데…. 조합에 믿음이 안 갑니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합니다.”

경기도의 한 재개발조합 인터넷 카페에 조합원이 남긴 글이다.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조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다. 정보공개는 지난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된 당시부터 법적인 의무사항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공개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공개사항이나 벌칙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보공개는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추진위·조합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 “공개 정보량 과다… 누락 불가피” VS 조합원 “기간 정해져 있지 않아 정보공개 소홀”=일선 추진위·조합에서는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할 정보가 과도하게 많아 불가피하게 정보공개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현행 〈도정법〉에는 추진위나 조합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나 정관, 시공자·정비업체 등 용역업체 선정계약서, 회의 의사록 등 정비사업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자료를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으로 병행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추진위원회나 조합 임원들이 대부분 연령대가 높다는 점이다. 최근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인터넷에 자료를 공개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춘 추진위나 조합 임원들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추진위·조합에서는 정비업체나 설계업체 등 협력업체 직원에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협력업체 직원도 1명이 여러 구역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량의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최근 정비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인력이 감축되다보니 혼자서 7~8개의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위원장이나 조합장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이어서 정보공개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정비사업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정보공개가 원활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인터넷에 공개하기 어렵고, 양이 많은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고의로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면결의서나 동의서 등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에서 직접 복사를 해야 한다. 또 각종 회의 자료나 회계 장부, 설계도면 등 다양한 정보를 수시로 요청해 사업을 마비시키는 경우도 있다.

지방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매일 사무실을 찾아와 각종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통에 전 직원이 정보공개에 매달려야 할 판”이라며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은 추진위·조합이 정보공개 의무를 고의적으로 소홀이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은 법이나 조례에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고의적으로 누락하는 경우도 있던 것이 사실이다. 정보공개 기간은 지난 2월 〈도정법〉이 개정되면서 ‘서류 및 관련 자료 작성일, 또는 변경일로부터 15일 이내’로 규정돼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여기에 추진위·조합 홈페이지 홍보 부족도 불투명한 정보공개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추진위나 조합명을 검색해도 결과가 반영되지 않는 곳들이 많다. 심지어는 서울시의 ‘클린업시스템’도 모르는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도 상당수 있다.

강북의 한 재개발 조합원은 “조합원에게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집행부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모르는 조합원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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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숨기면 오히려 조합원 불신…사업 지연될 수도

■ 전문가들 시각

전문가들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은 법적 의무사항임에도 처벌규정이 없거나, 구체적인 공개 목록이나 절차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아 정보공개가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정보공개 의무가 강화된 상태다. 정부에서도 정보공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의 정보공개 요구도 높아진 상황이다. 그동안은 정비사업 관련 정보공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정비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제공받길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는 자발적으로 정보공개를 해야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시행함으로써 오히려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지난해 조합원 분양률이 92%를 기록해 화제가 됐던 동대문구 용두4구역이 대표적인 현장이다. 이 구역은 이사회 및 대의원회 등에 대한 회의록은 물론 월별 자금 입·출금세부내역, 사업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면서 조합원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것이 조합 측의 설명이다.

이순필 조합장은 “정보를 제공하면 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악용해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 생각하는 추진위·조합이 많다”며 “조합원이 원하는 정보를 모두 제공하면 조합을 신뢰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를 숨길수록 조합원들에게 불신만 초례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이 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정보공개와 관련한 제도개선의 목소리는 높은 실정이다. 그동안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회의록이나 영상자료 등을 만들어 보관해야 하는 ‘중요한 회의’에 관해 위헌 논란이 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중요한 회의라는 용어만으로 독자적인 판정 기준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석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얻을 수 없다”며 “범죄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통상의 판단 능력을 가진 국민이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예견하기 어렵게 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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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중요서류·자료 15일 이내 인터넷에 공개

■ 정보공개 어떻게…


정보공개 의무는 〈도정법〉이 제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투명한 사업추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제도를 강화하는 취지다. 또 토지등소유자가 재건축·재개발사업에 관심이 높아진데다,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면서 전자정보공개가 일반화됐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도정법〉 제정 당시에는 제81조제1항에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인터넷 등을 통하여 공개하여야 하며,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공람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공람시켜 주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까지는 시행령에서 정비사업과 관련된 공개 자료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후 2007년 법이 개정되면서 정보공개를 해야 하는 범위가 규정되고, 토지등소유자 등이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즉시 응하도록 했다. 이때 정해진 정보공개 대상은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등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추진위원회·주민총회·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 의사록 △사업시행계획서 △관리처분계획서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회계감사보고서 △그밖에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 등이다.

2009년에도 법이 개정되면서 또 한 차례 정보공개 의무가 강화됐다. 공개대상 서류와 관련 자료를 분기별로 공개대상 목록과 개략적인 내용, 공개장소, 열람·복사 방법 등을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어 2010년에는 정보공개 의무에 대한 시행령이 신설됐다. 법81조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와 관련 자료를 △월별 자금 입금·출금 세부내역 △연간 자금운용 계획에 관한 사항 △정비사업의 월별 공사 진행에 관한 사항 △설계자·시공자·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와의 세부 계약 변경에 관한 사항 △정비사업비 변경에 관한 사항 △법 제46조제1항에 따른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에 관한 사항 등으로 정했다. 또 매분기마다 △공개 대상의 목록 △공개 자료의 개략적인 내용 △공개 장소 △대상자별 정보공개의 범위 △열람·복사 방법 △등사에 필요한 비용을 토지등소유자 등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했다.

또 지난 2월에는 정보공개를 위한 자료 등록과 정보공개 요청시 제공해야 하는 기간이 정해졌다. 법에 따르면 공개해야 하는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되는 경우 15일 이내에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했으며, 열람·복사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15일 이내에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공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최근 운영규정이 개정되면서 정보공개도 강화됐다. 지난달 2일 개정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는 법 개정에 맞춰 의무공개 자료를 15일 이내에 인터넷과 그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하도록 했으며, 토지등소유자가 열람·복사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15일 이내에 요청에 응하도록 했다. 공개자료 목록도 종전 6개 항목에서 10개 항목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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