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ve agenda] 조합장 처우개선 및 자질함양
[The five agenda] 조합장 처우개선 및 자질함양
추진위·조합임원 ‘박봉에 밤샘 근무까지’… 열악한 임금구조 고쳐야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2.09.20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원장·조합장 월급 대졸 신입사원 수준 못미쳐
수천억 프로젝트 전념하게 근로환경부터 개선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상근직원들이 최소급여도 받지 못하는 등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 추진위원장과 조합장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도 최소 급여 수준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어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비사업을 이끌어가는 위원장·조합장에게는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봉사를 요구받아 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몇몇 구역에서는 업무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위원장이나 조합장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을 회사 경영과 비교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상근 임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위원장·조합장 급여 3명 중 2명이 200만원 미만… 근무시간은 8~12시간=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대표자인 위원장과 조합장의 처우가 매우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가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재건축·재개발 상근임직원 최저 급여기준안’ 마련을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분석한 결과 근무시간은 과다한 반면 급여는 생활비에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과도한 업무로 인한 근무시간이 문제다. 지난해 위원장·조합장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은 8~12시간을 근무한다는 비율이 무려 85.6%로 가장 높았다. 대부분 상근직원들이 1일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대부분 초과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시간은 과도한데 반해 급여는 부족해 상근직원들의 근무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정비사업이 워낙 복잡한 절차로 진행되다 보니 매일 처리해야 할 업무량도 만만치 않다”며 “주민들을 만나거나, 행정청과 협의해야 하는 등 외근도 잦아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시간 일을 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급여수준은 대졸 신입사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주협에 따르면 지난해 위원장·조합장의 월 급여 수준은 △200~250만원 미만 30.4% △150~200만원 미만 28.8% △150만원 미만 18.4% △250~300만원 미만 12.8% △300만원 이상 7.2%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급여를 받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는 응답도 1.6%를 차지해 급여수준이 매우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주협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급여가 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68.8%에 달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인 240만원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 2008년에는 2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위원장·조합장이 58.7%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약 10% 가량이 급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위원장·조합장의 월급도 삭감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생활비는 월 25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4.8%였으며, 200만~250만원도 21.6%인 것으로 나타나 약 67% 가량이 현재의 급여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부동산 침체로 재개발사업도 타격을 받아 사업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우선 방법으로 임금을 삭감했다”며 “지방에서는 상근직원을 줄이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구역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근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개선을 위해 법 개정이나 제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정비사업이 최소 천억 단위의 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중소기업 임원 수준 이상의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주협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위원장이나 조합장은 대기업 임원에 비교될 만큼 많은 업무를 보고 있지만, 처우는 신입사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근로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조합장=봉사직’ 인식이 저임금 구조 만들어

 


■ 근무환경 왜 열악하나
추진위·조합 상근직원들의 열악한 이유는 ‘임원=봉사직’이라는 조합원들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예산안을 다루는 총회에서는 상근 직원들의 급여가 많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자주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상근직원들이 대졸 신입사원 연봉에도 못 미치는 봉급을 받고 있지만 급여를 축소해 사업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는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식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조합원들의 이러한 요구는 상근직원들의 급여가 조합원에게는 부담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기총회를 개최한 한 추진위원장은 “매년 정기총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할 때면 급여를 줄이거나 무료로 근무하라는 조합원의 요구가 있다”며 “최소한의 급여를 받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삭감을 요구하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급여로는 생활비로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위원장이나 조합장은 업체와의 뒷거래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조합원들의 그릇된 인식도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일부 구역에서 특정업체를 선정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위원장·조합장에게는 급여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정비사업이 침체되면서 사업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상근 직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정비업체나 시공자 등 협력업체들이 사업자금을 축소하거나, 대여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청주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그동안 사업비를 대여해 준 정비업체가 자금지원을 끊어 금융권에서 사업비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급여는 커녕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돼 있다”고 말했다.


------------------------------------------------

 

“근로조건 악화 모르쇠 일관 업체와 뒷거래 부추기는 꼴”


■ 전문가 시각
추진위·조합 상근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추진위·조합 상근직원들은 업무량이 많은 반면 급여조건 등은 열악한 구역이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추진위원장과 조합 임원의 경우 준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높은 책임감을 요구받고 있다.


실제로 현행법에서는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조합 임원의 경우 벌칙 적용에 있어서는 공무원에 준해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도정법〉 제84조에 따르면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조합의 임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대표자(법인인 경우에는 임원을 말한다)·직원 및 위탁관리자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다.


반면 근로조건이나 처우에 있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법적으로 공무원에 준하는 의무를 갖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처벌규정 뿐만 아니라 처우에 있어서도 공무원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주협을 비롯한 단체에서 상근직원에 대한 근로환경 개선의 요구가 있음에도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토지등소유자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토지등소유자들은 추진위·조합 임원을 비롯한 상근 직원에게 지나치게 봉사의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근무환경이 열악한 경우 실제로 업체의 유혹에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급여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에서는 업체가 내미는 뒷거래 유혹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특정업체와 담합하게 된다면 조합원들에게는 상근직원의 급여 이상으로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위원장이나 조합장이 단독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업체에게 충분히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예로 시공자와의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조합장이 뒷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공사비 인하를 요구하거나, 부당한 공사비 인상에 대해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담합을 한 경우라면 공사비 인상에 대해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공사비를 ㎡당 10만원만 인상하더라도 연면적이 10만㎡라면 조합원들은 100억원을 손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조합장에게 연봉을 1억원씩 주더라도 100년 동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따라서 상근직원에 대한 적정한 처우는 투명한 사업추진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또 추진위·조합 상근직원에게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정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주협이 매년 발표하는 ‘재건축·재개발 상근임직원 최저 급여기준안’ 등을 제도화해 법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주협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추진위·조합 상근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추진위·조합에서도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추진위·조합의 근로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