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ve agenda] 초기자금조달 해법
[The five agenda] 초기자금조달 해법
꽁꽁 묶인 자금줄에 사업 고사위기… 공공지원 자금 확 풀어야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2.09.20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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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경영악화로 사업자금 지원 중단
공공관리제도 453곳 중 10%만 자금 지원

 

 

최근 초기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해 고사위기에 놓인 사업장이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초기 사업비 대여의 한축을 담당해 온 정비업체나 시공사 등 협력업체가 경영악화로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약속했던 공공자금 지원은 높은 문턱으로 인해 사실상 융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권 역시 자금을 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정비사업의 평가가치가 낮아지면서 대출 장벽을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일선 추진위·조합에서는 사업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공공지원의 문턱을 낮추거나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는 등 현실적인 사업비 마련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수도권, 추진위·조합장 자비로 사업 추진… 정비업체 선정 아닌 ‘모셔오기’=지방은 물론 인천, 수도권에서도 정비업체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지 못해 정비업체를 재선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정비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공고를 낸 추진위·조합들은 대부분 정비업체 재선정을 하기 위해서였다. 사업비를 지원하지 않는 기존 정비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안정적인 사업비 지원이 가능한 정비업체를 재선정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 6개월간 지방과 수도권에 소재한 정비구역에서 정비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낸 입찰공고를 조사한 결과 기존 정비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정비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구역들은 대부분 기존 정비업체가 대여한 사업비용을 대납하는 조건을 달고 있다. 문제는 입찰공고를 내더라도 새로운 정비업체를 선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비업체들이 이미 수주한 현장에도 사업비를 대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현장을 수주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는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업비도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의 사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추진위나 조합이 아닌 정비업체가 먼저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업성 악화로 자금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조합을 설립하고도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하는 구역들이 많기 때문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정비업체들은 사업성이 검증된 곳 외에는 새로운 현장을 수주하기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체 453곳 중 45곳만 운영비 지원… 비용규모도 1천억원에서 251억원으로 줄어=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서울시 내 정비구역에서도 초기 사업비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하면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뤘다. 대신 사업자금을 서울시가 공공자금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융자조건이 까다로워 일선 추진위·조합에서는 공공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된 후 지금까지 3년 동안 자금지원을 받은 곳은 시범지구를 포함해 총 41곳에 불과하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된 구역이 453곳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주택사업특별회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주택정비사업 관련 조합운영자금 융자 지원’은 전체 예산액을 약 1천억원 확보했지만, 실제 융자는 1건에 그쳐 13억8천6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액의 불과 1.3% 수준이다.


2011년에는 공공지원 예산액이 337억원으로 1/3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어 들었다. 이중에서 공공자금을 지원받은 곳은 총 35개 구역으로 총 210억원이 지출됐다. 특히 올해는 출구전략이 시행됨에 따라 공공지원 계획이 늦어져 아직까지 단 한건도 지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현재 12건의 신청이 접수된 상태로 약 60억원 정도가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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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선정시기 앞당겨야 초기자금 ‘물꼬’ 트인다

 


■ 어떻게 풀어야하나
일선 추진위·조합이 초기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추진위·조합 초기자금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금이 회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즉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겨 정비업체나 설계자 등 협력업체의 자금난을 해소해야 추진위·조합의 초기자금 대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서울의 대부분 현장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공자를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며 “서울에 묶인 자금이 회수되면 새로운 현장에 자금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이 원활하게 회전된다면 많은 구역들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면 과거처럼 자금회전이 선순환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자금 지원에 대한 기준을 낮추고 예산 규모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사실상 공공자금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할 당시 서울시는 정비사업 초기단계에서 정비업체 등 협력업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담합이나 비리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공이 초기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이 같은 담합과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주장과는 달리 여전히 일선 현장에서는 대부분 공공자금보다는 협력업체나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 기준이 까다로운 것은 물론 이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비업체의 경우 초기자금을 지원하면서 이자를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현재 서울시가 지원하고 있는 공공자금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아무리 총회비용을 아낀다고 해도 총회를 한번 개최하는데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현행 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예산반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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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선정 지연→정비업체 정산 난항

연대채무 명시토록 조합정관 변경 요구

 


■ 자금 대여 왜 어렵나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은 정비업체로부터 초기자금을 대여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정비업체로부터 대여 받은 초기자금은 시공자를 선정한 후 시공자가 정산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정비사업에 자금이 막히는 ‘돈맥경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정비사업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시공자들의 참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지방은 물론 인천·수도권조차도 시공자를 구하지 못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구역들이 늘고 있다. 정비사업의 최대 사업비 출처인 건설사들이 자금을 묶어두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추진위·조합만이 아니다. 사업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업에 참여한 정비업체나 설계업체도 피해를 받고 있다.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하거나 늦어지면서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체의 자금난은 곧 추진위·조합들이 사업비를 대여받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비업체는 신규 사업장을 수주하지 못하고, 새로운 정비구역은 자금 압박에 사업추진이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또 새로운 사업장이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현장이 줄어들게 되고, 정비업체는 자금 회수가 어려운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공공자금은 지난해 융자기준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현행 공공융자 기준에 따르면 추진위나 조합이 공공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대한주택보증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정비사업과 관련된 소송이 있을 경우 대한주택보증의 심의통과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 정비사업을 반대할 목적으로 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구역에서 소송이 1건 이상은 걸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이 신용불량자일 경우에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나아가 운영규정이나 조합정관을 변경해야 하는 조건도 자금지원이 불가능한 이유가 되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추진위원회의 경우 운영규정에 “추진위원회의 운영 및 사업시행을 위한 자금을 추진위원회가 제32조제3호의 규정에 따라 특별시장, 광역시장 또는 시장으로부터 융자받을 경우 이에 동의하며,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추진위원회가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가 지분에 비례하여 채무를 인수한다”는 규정을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또 조합의 경우에는 조합정관에 “합의 운영 및 사업시행을 위한 자금을 조합이 특별시장, 광역시장 또는 시장으로부터 융자받을 경우 이에 동의하며,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조합이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이 지분에 비례하여 채무를 인수한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문제는 운영규정이나 조합정관에 앞선 조항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업이 취소될 경우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이 갚아야 한다는 내용을 동의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강북의 한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서울시의 공공자금 지원은 예산도 충분하지 않은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며 “현실적인 기준으로 낮췄다고 하지만 자금대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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