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도정법 개정안 선심성 발의 봇물
[매몰비용] 도정법 개정안 선심성 발의 봇물
“조합비용까지 국비지원”… 정치권·지자체 주먹구구식 생색내기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2.10.10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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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재정부담 경감 출구전략 가속화 ‘순기능’
민간사업 손실분 세금으로 메우는 도덕적 해이

 

 

매몰비용 처리문제가 정치권까지 확대되면서 점입가경이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추진위원회 매몰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정부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까지 합세해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입김을 받아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열린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서용교·김경협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일단 보류됐지만 노회찬·오영식·문병호·김상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슷비슷한 개정안이 줄줄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매몰비용의 국비지원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매몰비용에 대한 개략적인 비용추계도 없이 선심성 생색내기 발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추진위원회 뿐만 아니라 조합이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지방재정 소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규모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법안심사 때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국토해양위 임병규 수석전문위원은 “향후 해산될 추진위나 조합의 규모를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며 “사용한 비용의 실제 내역과 규모를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정비구역간 사업규모 뿐만 아니라 운영기간 등이 다양해 소수의 표본자료만으로 이를 추산하는 경우 통계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추진위의 경우 평균 사용비용이 3억~4억원, 조합은 대략 18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추진위가 5억5천만원, 조합이 23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은 추진위·조합 구분없이 매몰비용 총액을 발표했는데 지난 6월 기준으로 재개발·재건축 167곳의 추진위·조합이 사용한 잠정 비용이 3천46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매몰비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가늠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지역 내 국회의원들을 압박해 관련 법안의 입법을 종용하고 있다. ▲국회서 매몰비용 첫 논의=지난달 20일 국토해양위는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서용교 의원과 김경협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도정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일단 두 개정안 모두 보류돼 계속 계류중이다. 먼저 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추진위 뿐만 아니라 조합이 사용한 비용도 지자체에서 보조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보조받을 수 있는 비용의 종류는 물론 조합 해산 후 조합의 채무에 대한 조합원의 변제책임 범위도 법률에 명시했다. 개정안 제16조의2제6항은 “조합의 설립인가가 취소되어 채권자가 조합원에게 조합 채무의 변제를 청구하는 경우 조합원은 조합과 채무자 간의 채무계약이 분명하고 조합원들이 해당 계약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조합총회 등을 통해 변제범위·변제방법을 확정할 수 있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변제할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해산되는 조합이 총회를 통해 변제범위, 변제방법 등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총회에서 확정되지 못하는 경우 조합원의 변제책임이 생기지 않는 효과가 생기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추진위 뿐만 아니라 조합이 취소된 경우에도 조합이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 외에 국가도 이를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경감시켜 출구전략을 가속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개정안 제16조의2제4항은 “제1항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등이 취소된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이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다음 각호의 범위에서 각각 보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다음 각호는 △국가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제1호) △지방자치단체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범위(제2호) 등이다. 문제는 개발이익이 토지등소유자에게 귀속되는 민간사업인데 사업중단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지원하는 게 국가재정의 사용목적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 매몰비용에 대한 재정지원을 일반화하는 경우 도덕적 해이가 유발될 개연성도 있다. 도시개발사업, 시장정비사업, 지역조합 등 다른 유형의 민간개발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일시에 많은 조합이 해산되는 경우 도시정비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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