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구분형아파트 소유자·세입자 환영 못 받는 졸속정책
세대구분형아파트 소유자·세입자 환영 못 받는 졸속정책
공사비 부담에 비싼 임대료… 세대구분형 아파트 ‘失效’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2.10.10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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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1천600만`~2천만원 더 내도 시세는 동일
월세 80만원에 수요 급감… 공실율 증가 가능성

 
국토해양부 등 정부 합동대책반이 지난 5·10 대책에서 내놓은 세대구분형 아파트 제도가 졸속정책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에 대비한 제도로 아파트 소유자와 세입자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정책이라는 정부 측 설명과는 달리 소유자 및 세입자 양 측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유자에게는 공사비 부담이 큰 대신 그에 따른 혜택이 적다는 점에서, 세입자에게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각각 선택을 꺼릴 것이라는 점이다.

▲공사비 많은데 시세는 동일=아파트 소유자 입장에서는 공사비만 많이 나오고 공실이 우려되며 시세는 동일평형 아파트와 똑같다는 점에서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경우 동일 평형 일반아파트보다 공사비가 1천600만~2천만원 가량 더 든다. 현관, 욕실, 부엌 등의 시설을 독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세는 동일 평형의 일반아파트와 똑같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흑석동 흑석6구역에서 국내 최초로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되고 있으나 일반의 관심을 모으지 못하며 시세도 33평형 일반아파트와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는 33평형을 25평형과 8평형으로 나눠 2가구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흑석뉴타운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 흑석6구역의 아파트에 대한 시세가 점차 형성되고 있는데 세대구분형 아파트라고 해서 특별한 동향은 없다”면서 “33평형 동일 평형의 일반아파트와 시세가 똑같다”고 말했다.

▲대학생·고령자 대상 임대료 월세 80만원의 아이러니=임대료 수준도 문제다. 대학생·독신자·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공급하려는 목적의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임대료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서울 도심의 뉴타운 지역에 이같은 제도가 도입되면서 적정 임대료 수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소유자와 세입자 간 기대 임대료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급면적 8평형의 주택에 대해 아파트 소유자들은 보증금 1천만원에 70만~80만원의 월세 수입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세입자들의 월세 지불 가능금액은 보증금 1천만원에 30만~4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원룸 및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70만원대 이상의 월세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도동에 신축한 도시형생활주택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 짜리 물건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렴한 대체상품이 있는데 흑석동에 월 70만~80만원을 내고 세대구분형 아파트에 거주하려 세입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유주 입장에서는 최소한 월 80만원을 받아야 손해가 나지 않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흑석뉴타운의 한 재개발조합장은 “안정적인 월세 수입의 가격 수준은 결국 일반아파트를 분양받느냐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선택하느냐의 판단 기준이 된다”며 “최소한 보증금 1천만원에 월 80만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에 따르면 이 지역 일반분양가를 평당 2천만원이라고 했을 때 임대주택 8평형을 따져보면 1억6천만원의 가치를 가지며 세대 분리 추가 공사비 2천만원과 세금 및 쾌적한 주거환경 등을 감안하면 2억원의 가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2억원의 투자수익률을 5%로 산정할 경우 연 1천만원의 수익이 나와야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소유할 필요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월 80만원의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세대구분형 아파트가 아닌 소형아파트에 살면서 그 차액으로 다른 투자 수단을 강구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다.

▲공실 우려도=향후 공실도 걱정이다. 최근 인구감소 및 소형주택 공급 증가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의 급변으로 인한 공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원룸 및 도시형생활주택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주택의 공급이 급속히 늘고 있어 이에 따른 영향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대학생, 젊은 미혼 직장인 등 세대구분형 아파트에서 흡수하고자 하는 수요층이 원룸 및 도시형생활주택 등 저렴주택과 겹친다는 점은 월세 수익 확보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부문”이라고 말했다. 
소유주와 세입자 간 프라이버시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향후 통합 가능성을 위해 소유자 세대와 세입자세대 간 구분을 경량칸막이로 구분하기 때문에 완벽한 소음 차단은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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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현관·개별 부엌·샤워시설·침실 의무화

 

■ 건설기준 어떻게 바뀌나
국토해양부는 세대구분형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 5월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설기준’을 내놨다. 세대별 규모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내부 설계 기준도 마련했다.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지으려면 임차가구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독립된 현관과 1개 이상의 침실, 개별부엌, 샤워시설이 구비된 개별욕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임차가구에 가스, 전기, 수도 등에 대한 별도의 계량기도 구비하도록 해 관리비 다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규모 제한도 대폭 완화했다. 기존에는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에만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설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면적에 관계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에는 임차되는 가구의 면적상한을 30㎡로 제한했지만 이를 폐지, 규모에 관계없이 건축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최소 주거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14㎡ 이상으로 구획하도록 했다. 아울러 향후 필요 시 주택을 통합해 한 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세대 간 통합 가능한 연결문을 설치하도록 했다.

또 임차가구의 수 및 임차가구의 전용면적이 각각 전체 세대의 수 및 전용면적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문제는 주차장 등 부대·복리시설의 확보 여부다. 임차인 가구의 증가로 주차장, 진입도로 등 부대·복리시설의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현행 기준으로도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부대·복리시설은 교통영향평가 등에 의해 설치기준 보다 1.2배 이상 설치되고 있어 여유가 있으며, 늘어나는 임차가구의 수를 전체 세대의 1/3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이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시·군·구청장이 판단해 주차난 등이 우려되는 경우 60㎡이하의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임차가구 당 0.2대 이내에서 주차장 설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주차장 기준에 따르면 전용 60㎡이하는 0.7대로 주차장이 부족할 경우 0.9대까지 확대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안에도 주차장 부족 등 주거환경 악화의 우려는 남아 있다. 최근 생활양식에 비춰 볼 때 독신가구라 하더라도 자동차 소유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임차가구 증가에 따른 주차장 확대 시 비용부담 주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세대 분리 공사비에 덧붙여 주차장 확대 비용까지 부담할 경우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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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원룸 급증 대학가서도 ‘찬밥’

 

■ 세대구분형 아파트 실태
대학생 임차가구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대학가에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 흑석뉴타운재개발연합회(회장 김용재)는 최근 서울시와 동작구청에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립을 조합 자율에 맡겨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기사 20면〉
서울시는 이미 2008년부터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립을 재정비촉진계획에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건립시키고 있다. 문제는 대학생들의 주거복지 차원에서 도입됐던 세대구분형 아파트 도입의 정당성이 대학가 인근의 주택시장 급변으로 그 정당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인근에 원룸과 도시형생활주택이 급증하고 있으며 기숙사 증설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편리해진 지하철을 이용해 싼집을 찾아 흑석동 외곽으로 빠져 나가고 있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대학생들의 거주지 보호 차원에서 세대구분형 아파트가 도입됐지만 정작 학생들은 떠나가고 공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회의 이같은 민원 제기는 정작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지어 놓아도 임대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 연합회의 시장 조사 결과 대학생들의 임대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가장 큰 악재는 원룸 및 도시형 생활주택의 급증이다. 주차장 등 인허가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최근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원룸과 도시형생활주택이 세대구분형 아파트의 강력한 경쟁자가 된 셈이다.
단독주택 몇 세대를 매입해 완공까지 불과 6개월도 걸리지 않아 공급이 쉽고, 임대료 및 관리비도 저렴하니 대학생들도 도시형생활주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증가하다 보니 대학가에 방이 부족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는 대학에서 10분 이내의 거리가 아니면 학생들이 거주지로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에서 대학 기숙사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반값등록금 으로 촉발된 대학생들의 복지 문제가 부각되면서 기숙사 증설에 대한 당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대학 내 기숙사 건립 시 층수제한 완화 등을 통해 대학 내 기숙사 건물 신축을 대폭 허가해 주고 있다. 또 정부는 국유지를 활용해 공동 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혀 기숙사 공급 증가에 따른 대학가 인근의 임대수요는 계속 감소할 전망이다. 흑석뉴타운에 인접한 중앙대학교에서도 지난 5월부터 기숙사 증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2008년 당시 286명에 불과했던 기숙사 수용학생이 2천명을 넘게 된다.
대학생 수요가 있다고 해도 비싼 임대료 수준은 대학생에게 무리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방성호 흑석7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지역 시세와 아파트 관리비 등을 감안한다면 임대가구에 대해 월 70만~8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대학생이 과연 그 돈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해 놓고 후발주자로 세대구분형 아파트를 도입하는 것은 미분양 및 공실로 이어지며 결국 그 피해가 조합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재 흑석뉴타운 연합회장은 “현재 흑석뉴타운 사업장 중 여러 곳이 건축심의 단계를 진행 중인데, 서울시는 세대구분형 아파트 의무건립을 해제하고, 조합이 자율적으로 건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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