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활성화 새로운 대안찾기 고심
리모델링 활성화 새로운 대안찾기 고심
국토부 반대… 정치권 무관심… 물 건너간 수직증축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2.11.28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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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필로티 세대 허용’ 등 현실적 대안 모색
3년간 실익 없자 주민들 항의 수위도 높아져

 


리모델링 수직증축 도입 시도가 사실상 중단된다. 그동안 수직증축 도입을 위해 움직였던 업계 관계자들이 최근 줄줄이 방향 선회에 나서면서 수직증축 카드를 포기하고 있다. 정부가 수직증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현재 상태에서 이들 관계자들의 수직증축 도입 포기는 곧 수직증축 이슈의 중단과 다름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수직증축 논의가 이어져 왔던 것도 이 관계자들이 대정부 민원의 형태로 수직증축 도입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게 큰 이유였다. 수직증축을 요구해 왔던 지난 3년간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탄식이 최근 이들 관계자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수직증축을 추진해 왔던 전학수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 공동대표는 “리모델링 사업장들이 더 이상 수직증축 이슈에 매달릴 수 없다는 절박한 한계에 도달했다”며 “수직증축을 대신해 일반분양 등 현행 주택법에 보장된 내용들을 최대한 활용해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3년간 얻은 게 없다”=업계에는 수직증축 도입을 추진해 왔던 지난 3년간 ‘3중 피로감’이 누적돼 왔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수직증축 도입을 위해 활동했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과정이 지속되며 현실적 벽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국토해양부의 일관된 반대 입장 표명이다. 국토부는 구조안전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15년 이상의 노후아파트에 수직증축을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구조안전 논란에서 국토부는 계속해서 논쟁의 우위를 점했다. 수직증축이 안전하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업계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수직증축이 국내 최초·세계 최초로 논의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었던 업계는 수세에 몰려 왔다. 

둘째, 정치권의 지원도 열악했다. 18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수직증축 도입을 약속했던 민주통합당의 약속도 무위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18대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수직증축이 빠지고 일반분양만 허용됐다.
업계에서는 당초 수직증축을 먼저 제도화시킨 후 일반분양 제도 허용을 뒤이어 추진하고자 했는데 결과는 정반대가 돼 버렸다. 반쪽 개정이 돼 버린 주택법은 현실에서 그 개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반분양 가구를 확보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의 준비부족 개정안 발의로 되레 수직증축 도입을 무산시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수직증축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지난 9월 19대 첫 정기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폐기됐다. 문제는 박 의원의 법안 폐기 과정에서 나온 국회 국토해양위 법안 심사보고서로 인해 수직증축 도입의 반대논리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9월 국회 국토해양위 법안 심사보고서는 △리모델링과 관련된 주택법 개정이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동일 내용 개정의 불합리하다는 이유 △그동안 구조안전 담보 기술이 발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 등을 지적하며 수직증축 도입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현행 〈주택법〉은 지난 1월 26일 개정해 6개월 후인 7월 27일부터 수평 증축 및 세대수 증가를 통한 일반분양이 허용되고 있는 상태다. 당시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통합당 변재일 위원과 새누리당 홍문종 위원 등은 “안전 문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폐기 의견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직증축 도입 이슈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지난 3년간의 행적에서 증명된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준비가 없이 법안을 발의해 되레 악재가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회 법안 심사보고서 내용에 공감을 표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박범계 의원실 관계자조차 “법안이 폐기됐지만 국회의 의견에는 우리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셋째, 여기에 최근 주택경기 침체가 리모델링 약세 상황에 대못을 박고 있다. 증축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형주택들의 가격 하락 심화가 사업 추진 동력을 꺼뜨렸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현장에서 주민들의 추진의지도 퇴색되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위 또는 조합 측에서는 “지난 3년간 해 놓은 게 없다”는 항의까지 받아내야 하는 형편이다. 특히 조합에서는 고정적인 운영비가 투입돼야 하는 이유로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3년 동안 고생해 리모델링에서도 일반분양 제도를 이끌어 냈지만 형식적으로만 허용됐을 뿐 실질적으로 아무런 소득이 없다”며 “조합 내부에서도 주민들의 항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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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필로티 세대배치 허용땐 전체 가구수 7% 늘어난다

 


■ 방향 선회한 업계 일반분양 활용
수직증축 카드를 버린 관계자들은 보다 현실적인 이슈에 매달릴 예정이다.
현행 〈주택법〉에 내용이 없는 수직증축에 매달릴 게 아니라 법에 이미 명시돼 있는 내용들을 최대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컨대 1층 필로티에 세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과 지구단위계획 구역 내에서 리모델링 특례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구조안전이라는 큰 벽에 막혀 있는 수직증축 도입 요구보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도 훨씬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평균 15층짜리 아파트 단지의 경우 1층 필로티에 세대를 배치할 수 있다면 전체 가구 수의 약 7%가 증가할 수 있어 여유 공간이 없는 대다수 리모델링 단지에 일반분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15층짜리 500가구 단지의 경우 약 35가구가 증가해 이를 일반분양해 조합원 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리모델링 특례도 허용되기만 한다면 리모델링 조합들이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 리모델링이 추진 중인 대다수의 리모델링 단지가 대개 택지지구로 개발된 사실 때문에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250~280% 내외의 용적률 규제를 받고 있다.


현행 30~40% 증축을 통해 리모델링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이 용적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요구다.


이에 따라 1층 필로티에 세대를 배치하는 사업모델에 대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층을 일반분양 하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최상층에 일반분양 세대를 배치하는 방안이다. 분양수입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분양 하는 세대는 주거환경이 우수한 최상층에 배치하는 게 높은 분양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층 세대는 조망권 및 신축구조라는 이점 등을 이유로 시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게 조합원들의 합의다.


그동안 리모델링사업에서 1층 세대의 참여율이 높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필로티 설치를 통해 종전 1층에서 2층 높이로 옮겨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라이버시 향상 등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양수입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 세대를 최상층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종전과 똑같은 자리에 거주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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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도 리모델링 관심
성남시는 지원 조례안 발의

 


■ 지자체 움직임
수직증축 이슈가 중단된 현장 분위기와 반대로 자치단체 쪽에서는 리모델링에 시선을 돌리고 있어 상황이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들이 도입하게 될 리모델링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의 리모델링에 쏟는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관계 부서장 및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리모델링 관련 회의도 수 차례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정책 방향과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마을만들기 등 기존 공동체 유지·관리에 관심을 쏟는 박 시장 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은 증축 리모델링이 아닌 대수선 리모델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리모델링 전담 부서 신설도 준비 중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대수선 리모델링으로 공동주택 관리 제도를 이끌어 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서울시 담당자들이 오히려 국토부보다 리모델링 제도 도입에 훨씬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또한 최근 리모델링에 쏟는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분당 등 5개의 1기 신도시 아파트에서 퍼져 나오는 리모델링 활성화 요구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입장에서는 관할 지역인 1기 신도시 아파트 노후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기도에서도 리모델링 전담 부서 신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종 도시·주택 관련 회의에서 경기도청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리모델링 제도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최근 경기도에서 각종 리모델링 관련 자료 요청이 들어와 이에 자료 지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분당 신도시를 관할하는 성남시의 경우 이미 본격적인 리모델링 지원 행보에 나섰다. 성남시는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해 최근 시 의회에 제출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시 회계에 리모델링 기금을 설치해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비용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 리모델링 지원센터 조직 및 인력 구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1년 예산 1억8천700만원이 책정돼 5급의 센터장, 6급의 사무국장, 7급의 사업지원 직원 등 3명의 상근인력 조직이  구성 된다.


또한 자문단 구성을 위해 단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분야 전문가 회의체가 구성되며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자문위원은 건축, 구조, 설비, 주거환경 등 공동주택 리모델링 분야에 학식과 경험을 갖춰야 하며 △대학 조교수 이상의 자 △박사 학위 취득 후 5년 이상의 연구 및 실무 경험이 있는 자 △건축사 및 감정평가사로 5년 이상 실무 경험이 있는 자 중에서 시장이 위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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