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내쫓는 현대산업개발… 추가부담금 ‘폭탄’
조합원 내쫓는 현대산업개발… 추가부담금 ‘폭탄’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3.01.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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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공사중단… 추가부담금 갈수록 증가

“올 3월까지 2억3천만~1억5천만원 내라” 횡포 

 

 

“입주를 두 달 앞두고 2억3천만원이란 엄청난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대기업 건설사가 조합원들을 거리로 내쫓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부천 약대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거액의 추가부담금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3월 입주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아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이 돈을 못 내면 입주가 안 된다는데, 이는 조합원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는 대기업 건설사의 강압적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산이 약 1천명의 약대주공 조합원들에게 요구한 추가부담금은 전체 1천368억원으로 조합원 당 평균 1억3천만원이다. 조합원 개인별 지분 및 평형 선택 여부에 따라 최고 8억원까지 부담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도 발생한 상황이다. 특히 많은 조합원들이 몰린 34평형과 44평형의 경우가 문제다. 이 조합원들은 3월까지 2억3천만원~1억5천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조합원들은 2010년 관리처분 변경 당시와 비교해 막대한 금액이 급증한 것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기존 25평 조합원이 44평형에 입주할 때 2010년에는 5천400만원만 내면 되는 것으로 통보됐다. 하지만, 이번에 현산이 요구한 금액은 2억3천만원으로 1억8천만원이 추가됐다.

추가부담금 소식을 접한 조합원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44평형을 신청한 50대 여성 조합원은 “지금 당장 2억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말이냐”며 “이 돈을 못 내면 우리는 길바닥에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흐느꼈다.

34평형을 신청한 40대 남성 조합원은 “추가부담금 소식을 듣고 밤잠을 못자고 있다”며 “새 아파트에 들어가 살아보겠다던 염원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 곳 인줄 몰랐다”며 “건설사가 입주 직전에 거액의 공사비를 요구하고 그것을 못 내면 힘없이 쫓겨나야만 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약대주공 재건축사업은 현재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는 막바지 공사비 및 사업비 충당을 위해 현산이 조합에 추가부담금을 요청했고, 이 내용이 대의원회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배경은 도급제 방식의 약대주공 재건축사업이 최악의 미분양 사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분양시장 악화로 40~60평형대의 일반분양 아파트를 최고 23%까지 할인했지만 현재 10%도 팔리지 않았다.

시공자인 현산의 입장은 강경하다. 도급제 사업으로써 추가 부담금을 내지 않으면 입주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산은 지난해 말, 추가 부담금이 납부되지 않는다며 공사까지 중단한 상태다.

현산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되면 입주가 늦어지고 그에 따라 추가부담금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 이라며 조합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오는 3월 입주 예정시기에 맞춰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전셋집에서 나와야 하지만 들어갈 집이 없어지게 되는 막막한 상황이다.

분노한 조합원들은 지난해 긴급 임시총회를 열어 이 모 조합장과 김 모 총무이사 등 전 집행부를 모두 해임하고 직무대행 체제로 조합을 운영 중이다.

나아가 조합원들은 지난달 12일부터 현산 본사 앞에서 장기간의 시위에 돌입하며 현산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합원들은 ‘내 평생 다시는 현대산업개발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자폭하라’는 등의 과격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걸고 현산을 비난하고 있다.

약대주공은 원래 지분제사업으로 출발했으나 2009년 도급제로 사업방식을 변경해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의정족수 부족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약대주공 사태가 조합원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대기업 건설사의 대표적 횡포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급제라 하더라도 사업관리를 전담하는 시공자 입장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한 것에 대해 분양시장 침체 상황을 미리 예측한 현산이 혼자 안전지대로 피신한 것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아파트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현산이 분양시장 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도급제 계약이 돼 있다고 하더라도 시공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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