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정비촉진지구 첫 사례…파장과 전망
서울시 재정비촉진지구 첫 사례…파장과 전망
창신·숭인뉴타운 지구 해제… 잃어버린 8년
  • 이혁기 기자
  • 승인 2013.06.27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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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곳 중 7곳 해제요청… 지구지정 면적 미달
추진주체 있는 창신11구역 주민들 거센 반발

 

 

“순탄하게 잘 가고 있던 사업이 서울시 뉴타운 정책으로 엉망이 됐습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사업비용만 늘어나고….” 최근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된 창신11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뷰 도중 말끝을 흐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3일 서울시는 재정비촉진지구 가운데 처음으로 창신·숭인 재정비촉진지구가 해제된다고 밝혔다. 총 14개 구역 가운데 7개 구역이 전체 토지등소유자 30%이상의 동의로 해제되면서 지구면적은 기존 총 84만6천여㎡에서 약 40만㎡로 줄어들었다. 결국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요건(주거지형 50만㎡ 이상) 미달로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되는 것이다. 문제는 창신·숭인재정비촉진지구 내에서 유일하게 추진주체가 결성돼 사업을 진행해왔던 창신11구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04년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당시 창신2구역) 재개발이 한창 진행돼왔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시가 재정비촉진지구에 포함시키면서 면적이 넓어지고 이해관계자가 많아졌다. 이때부터 사업은 지지부진 흘러갔다. 그리고 지난 13일 시는 8년 만에 재정비촉진지구 자체를 해제시켰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시의 일방적인 행정절차에 분노하고 있다. 공공을 향한 민심은 불신으로 변했다. 잃어버린 8년이라는 긴 시간과 함께 한 동네 주민들의 갈등과 감정의 벽도 높아졌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노후지역… 해마다 침수피해, 범죄, 주차난 등 슬럼화 우려=지난 19일 여전히 1970년대 풍경을 간직한 창신11구역(위원장 최용득)을 찾았다. 구릉지 일대에는 낡은 저층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주택가에는 반듯한 길하나 찾기가 어려웠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은 주차된 자동차로 인해 성인 남자 한명이 들어갈 만큼의 여유도 있지 않았다. 그만큼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이곳은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민들은 슬럼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 주민은 “내가 여기서 10년 넘게 살았다”며 “10년이 다 돼가도록 도대체 재개발이 되는 것인지 되지 않는 것인지를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적어도 차가 다닐 수 있는 제대로 된 길과 주차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골목길은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 언덕길이 많은 창신동 일대는 절도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등 강력범죄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에는 이른바 ‘창신동 발바리’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범인은 길을 지나는 여성을 끌고가 성폭행하고, 당시 10살 초등생에게도 파렴치한 성범죄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창문이 깨진 채 빈집으로 방치돼온 폐가를 비롯해 인적이 드문 골목길은 강력범죄의 환경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노후된 주택도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주택 내부로 비가 새는 것은 물론 하수가 역류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철 장마와 태풍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노후화 된 집이 그대로 방치됐다”며 “서울 시내에 이렇게 살기 불편한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이면 각종 해충과 악취는 물론 아래쪽에서는 침수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의 정체된 모습에 실망하는 주민도 있었다. 기존 창신2구역 당시에는 잘 진행돼오던 사업이 시의 행정에 따라 지지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주민 C씨는 “처음 재개발을 한다고 했을 당시만 해도 매우 기뻤다”며 “하지만 시간만 흐르고, 나도 이젠 잘 모르겠다”고 실망한 모습을 내비쳤다. ▲재개발은 돈있는 사람들이 결정?=현재 부동산 시장은 월세수입을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지어 시세차익을 거두던 정비사업이 인기를 끌던 것과는 상반된다. 대다수 주민은 월세 등 임대수익을 거두는 집주인들이 주로 사업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뉴타운이 지정될 때는 돈과 집 가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더니 부동산경기 침체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없는 지금에 와서는 가장 반대한다는 것이다. 창신11구역 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건물을 소유해서 세를 받고 있는 부자들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며 “공공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사업을 정상화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대 피해 예상지는 창신11구역… 매몰비용만 17억여원 ■ 날벼락 맞은 구역창신·뉴타운지구 해제에 따른 최대 피해구역은 창신11구역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사업비용에 대해 추산된 매몰비용만 약 17억2천만원에 달한다. 이 구역은 지난 2004년 6월 주택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오던 곳이지만 지난 2007년 시가 뉴타운지구로 선정하면서 잘 나가던 사업이 중지됐다. 구역면적이 넓어지고 이해관계자가 많아짐에 따라 사업이 정체된 것이다. 산고 끝에 지난 2012년 추진위변경승인을 받았다. 추진위는 조합설립을 받기 위해 사업성 분석을 한 결과 비례율 약 98%로 사업성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용적률 20%p 상향시 비례율이 116%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의 실태조사가 사업에 발목을 잡았다. 추진위가 산정한 비례율을 믿지 못하겠다며 일부 반대하는 주민들이 실태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이 구역은 지난 1월 주민 약 10%의 신청으로 실태조사가 진행중이다. 창신11구역 안 총무는 “추진위가 산정한 비례율과 공공이 산정한 비례율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주민들은 추진위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로구청은 지난 17일 창신11구역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로부터 추진위 해산동의서가 접수돼 서류 검토중에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다음 달 중으로 뉴타운지정 이전으로의 환원에 대한 주민 설문조사 실시 여부를 검토중에 있다”며 “해산동의서 서류검토 결과에 따라 향후 사업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뉴타운 정책은 탁상행정 주민들 손해배상도 검토”
안태현  

창신11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총무


“시의 탁상행정으로 인해 기존 창신2구역이었던 우리 구역은 시간적, 물리적 손해가 상당합니다. 이에 따른 손해배상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주민들은 뉴타운 및 추진위가 해산돼도 종전 창신2구역으로 환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진위에서도 기존 창신2구역으로 환원돼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길 바랍니다.”


창신11구역 안태현 총무는 시의 뉴타운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주민이 원하지 않았지만 뉴타운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뉴타운정책은 인기몰이형으로 무분별하게 지정됐고, 종로구청이 뉴타운지정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정비촉진지구의 각 구역들은 사업성이 낮았고 동대문을 비롯한 문화재가 많아 고층개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사업성 부족으로 후보지에서 탈락한 바 있으나 종로구청이 추가지정을 신청한 끝에 지난 2007년 4월 3차 뉴타운으로 선정됐다.


▲이번 창신·숭인뉴타운지구 해제에 대한 추진위 입장은=잃어버린 8년이다. 지난 2005년 창신2구역이었을 당시 추진위승인을 받고 같은해 한화건설을 주민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하는 등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문제는 지난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부터다. 구역이 일부 확장되며 잘 나가던 사업이 중지됐다. 확장된 곳에서 기존 사업비용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기존 창신2구역이 사용했던 사업비용에 대해 확장된 지역에 속한 주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이해관계자가 많아지며 이견도 많아졌고,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이후 산고 끝에 지난 2012년 1월 51.57%의 동의율로 추진위변경승인을 받았다. 조합설립을 목전에 두는 듯 했지만 지난 13일 시는 일방적으로 지정한 뉴타운을 해제시켰다. 각종 분쟁으로 들끓던 뉴타운 환부를 도려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잘라낸 환부에 제대로 약을 바르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로 곪을 것이 분명하다.


▲주민들 반응은=현장을 자세히 바라보지 못한 시의 탁상행정으로 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이 시간동안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주민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 구역 맞은편에 있는 숭인4구역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시작돼 재개발이 완료됐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곳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향후 대책은=현재 사업을 반대하는 비대위가 주민 과반수의 해산동의서를 구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실태조사에 대한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해산동의가 접수된 것은 주민들의 알 권리가 무시된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사업성 여부에 따라 주민들이 선택했어야 할 부분이다. 향후 시를 상대로 잃어버린 8년에 대한 시간적·금전적 손해배상소송도 불사할 것이다. 다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확장된 구역을 제외하고 종전 창신2구역으로 환원돼 개발이 원만히 진행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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