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안통과 불발 원인과 전망
국회 법안통과 불발 원인과 전망
정부-정치권 엇박자에 리모델링 수직증축 무산… 시장 ‘찬바람’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3.07.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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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부동산 활성화… 업계 사업 추진계획 ‘대혼란’
국토부 준비 부족도 한몫… 8월 임시국회 재상정 될 듯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6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리모델링 조합과 업계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법 통과를 예상해 리모델링 사업재개를 준비하던 일선 현장들은 법안 통과 불발 소식을 듣고 또 다시 올스톱 상황에 빠졌다. 지난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결국 이와 관련된 〈주택법〉 개정안을 의결하지 못한 채 임시국회 회기를 종료했다. 〈주택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토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정부·정치권 엇박자가 원인=리모델링 시장은 이번 법안 통과 무산으로 사업 정상화 기대감의 흐름이 완전히 끊긴 상태다. 정부와 정치권의 엇박자가 리모델링 시장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성남 분당의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이번 법안 통과 불발은 말로만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추진한다면서 실제로는 정부와 정치권이 관심없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엇박자가 리모델링 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선 정치권의 돌발 행동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법안이 최초로 법안소위에 상정됐을 때까지만 해도 소위원회 통과는 당연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번 충격은 더 컸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현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의 핵심 주제였으며, 여야 모두 법안 통과에 원칙적으로 찬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심재철 의원)과 민주통합당(주승용 의원) 양당에서 모두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통합당은 오래 전부터 리모델링 활성화가 당론이라는 입장까지 표명해 왔다. 그러나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법안소위에서 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법안 통과 흐름이 끊겼다. 이 의원은 강·남북 지역별 이익편중, 재건축사업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 결국 법안소위는 법안을 추후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심의를 보류했다. 문제는 그 후 국회 내 분위기가 정치적 돌발변수로 180도 뒤집혔다는 것이다. NLL 논란 및 KTX 경쟁체제 도입 등 각종 현안이 불거지며, 여야가 대립 국면으로 바뀌었다. 결국 법안소위가 열리지 못하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통과는 무산됐다. 국토부의 준비부족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면밀한 물밑 작업을 통해 원활한 법안 통과에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의 한 추진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첫 부동산정책이었던 만큼 준비가 철저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국회 국토위 국회의원에게서 이견이 나오도록 한 것에 대한 사전설득 작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추진 계획 뒤죽박죽=조합과 업계는 그동안 준비해 왔던 사업추진 계획들이 모두 뒤죽박죽이 돼 버렸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달 초 법안 발표가 있을 때까지 조합과 업계는 발빠른 정부의 대책 추진에 희망을 가졌다. 조합과 업계는 각자 입장에서 향후 사업추진 시나리오도 짰다. 조합 입장에서는 6월말 국토위 통과 → 7월 초 법 공포 → 7~12월까지 사업계획 변경 및 주민설명회 개최 → 2014년 1월 법 시행 → 2014년 2월부터 본격 사업추진 등의 로드맵을 짰다. 건설사에서도 기존 수주 단지에 대한 사업계획 검토 등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계획들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 버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법안 통과가 불발됨으로써 시공사에서도 사업추진에 나설 명분이 없는 상태”라며 “회사 내부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속한 법 통과가 해결책=리모델링 전문가들은 빠른 〈주택법〉 통과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법 통과가 정부의 정책 의지를 리모델링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국회의 법 통과가 일반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게 작용한다”며 “실제로 리모델링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가장 많이 문의하는 점도 법이 국회를 통과했느냐 여부에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법 공포 후 시행하기까지 일정 기간을 두는 경과기간을 줄여 당초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국토부는 법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7월 초 국회를 통과했다면 내년 1월 초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국토부는 국회 통과가 무산됐지만 국토부의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대한 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 노후아파트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국토부의 변함없는 기본적인 방침”이라며 “빠르면 8월에 임시국회가 열리면 국토교통위 위원들과의 협의를 통해 법 시행 시점을 4개월로 앞당겨 내년 초부터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건설업계 “사업참여 여부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
■ 현장에서는…
시공사들은 한 발짝 물러서 향후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당초 사업성 검토 등 관심을 보이는 듯 했으나 법안 통과가 불발로 끝난 후 좀 더 지켜보자는 보수적 입장이 됐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수직증축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에, 정부 정책 도입까지 흔들리고 있으니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내에서도 리모델링사업 추진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실무팀에서는 지금 사업 추진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영진들은 좀 더 지켜보자며 말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이번 국회 통과 불발이 경영진의 보수적 판단에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며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는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는 2007~2008년 전후의 리모델링 시장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노무현정부가 재건축사업을 규제하고 리모델링사업을 대폭 개방하면서 건설사들은 리모델링사업을 블루오션으로 여기고 뛰어들었으나 큰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수주한 사업장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범수도권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가 2010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리모델링 사업장이 89개 단지에 이른다. 이 중 현재까지 준공이 완료된 단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건설업체 경영진에게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선투자가 이뤄졌지만 결실은 없는 천덕꾸러기 사업이라는 딱지가 붙은 셈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정부의 리모델링 정책을 믿지 않고 있다”며 “이번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무산된 사실을 보면서 리모델링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더 지켜본 후 하자고 미루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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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활성화 타이밍 놓쳤다”

 


■ 주민 반응
시장에서는 이번 국회 통과 불발로 어렵게 잡은 리모델링 활성화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국회가 수직증축 이슈를 사업정상화로 이어갈 수 있는 최고의 적기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법안 통과 불발로 활성화 분위기의 흐름이 끊겼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성남 분당의 매화1단지 리모델링조합은 최근 시공자 선정을 준비하다가 법 통과가 무산되면서 일정을 뒤로 미뤘다.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공자 선정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비슷한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던 리모델링 추진위들도 일단 사업을 중단하고 법 통과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조합과 업계가 이번 법 통과 불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법 통과’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법 개정은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회다.


법안을 만들고 입안하며,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모든 과정에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민들 역시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법적 근거 유무다. 리모델링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더라도 많은 주민들이 빼놓지 않고 묻는 질문이 법 통과 여부다.

주민 입장에서 법적 근거가 있어야 설명회 주최 측에서 내놓는 사업계획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찬반이 확실치 않은 소위 부동층 주민들에게 법 통과 사실은 가장 기본적인 고려사항이 된다는 것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일반 주민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국회에서의 법 통과 여부”라며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업추진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는 효과를 보여 사업추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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