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는 기본… 협상에만 6개월 이상 걸리기도
결국 사업지연 막기위해 토지분할 소송으로 ‘맞불’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조합장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는 과도한 동별 동의요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단지다.
상가소유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협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로 인해 사업은 사업대로 지연됐고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됐다. 정기춘 조합장은 제2의 피해단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동별 동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가 소유자들과 협상이 결렬됐던 이유는 뭔가
조합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 단지는 지난 2009년부터 조합을 구성하기 위해 상가소유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상가 소유자들은 아파트 소유자들과 달리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의서를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에 결코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상가 소유자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반대급부로 아파트 소유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가 소유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했었나
당초 조합에서는 법률 및 설계상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상가 소유자들은 연도형상가 계획을 거부했고 심지어 종합상가를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던 중 또다시 말을 바꿨다. 권리가액을 두배로 책정해 줄 것과 면적을 두배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또 모두 무상으로 지어달라고 했다. 이후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중단을 요청했고, 심지어 자신들이 주축이 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상가 소유자들과의 갈등으로 어떤 피해를 입게 됐나
우선적으로 전체적인 사업일정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협상에 협상을 거듭했지만 결국에는 결렬되면서 시간과 비용만 허비하고 사업일정도 지연됐다.
나아가 시공자 선정 당시 상가를 포함한 사업제안서를 받았는데 최종적으로 상가를 제척함에 따라 사업규모가 달라져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특히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분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제는 서로가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향후 각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명 도로확보나 일조권 침해 등의 걸림돌이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재건축사업에서 동별 동의요건은 반드시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별 동의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보니 상가 등에서 알박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용과 시간을 엄청나게 허비했다. 앞으로는 우리 단지와 같은 사례가 없어야 한다.
동별 동의요건을 완화하는 것이야 말로 재건축 활성화의 시작이다. 조합원들도 서민이다.
그만큼 정부에서 보살펴 줘야 한다. 옛날식의 규제나 인식은 버리고 조합원들이 직접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귀담아 들어 정책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
“툭하면 말바꾸고 눈앞 이익에 혈안… ‘도덕적 해이’ 난무”
■ 업계 반응은
상가 소유자들의 알박기로 인한 폐해가 속출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동별 동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수가 재건축에 동의하더라도 소수에 의해 사업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상가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재건축단지들이 조합을 설립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협의가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동별 동의요건을 악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결과를 도출해 내려고 하니 결코 협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일선 재건축단지들은 호소하고 있다.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장은 “상가 측은 향후 아파트 소유자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가 하면 절충안을 마련해 수용하겠다고 하더라도 말 바꾸기를 하기 일쑤다”며 “그렇다보니 협상이라기보다는 동별 동의요건을 악용해 한몫 챙기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동별 동의율 1/2 완화’ 방침을 하루 속히 가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의 진희섭 부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사업을 반대하거나 음성적인 거래를 요구하면서 상가 등 소수자의 의견이 조합설립 여부를 좌우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심지어 ‘이면합의’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조합으로서는 현행 동별 동의요건이 최대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