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걸림돌’ 전락한 동별동의요건 ② 상가 미동의
‘재건축 걸림돌’ 전락한 동별동의요건 ② 상가 미동의
2배 넘는 권리가 요구에 분통터지는 조합… 상가가 기가막혀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5.03.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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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박기’는 기본… 협상에만 6개월 이상 걸리기도
결국 사업지연 막기위해 토지분할 소송으로 ‘맞불’


일선 재건축단지들은 상가가 사업의 최대 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죽하면 ‘상가에게 길을 물어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상가 소유자들의 과도한 요구로 조합설립에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별 동의요건을 악용한 ‘알박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자 대부분의 재건축단지들은 사업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토지분할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상가 소유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차라리 떼어내는 게 손해가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부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가 소유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2/3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현행 동별 동의요건이 재건축의 최대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만 6개월 이상… 아파트 100% 동의해도 상가 때문에 지연 그동안 서울 강남구 개포1~4단지, 시영 등을 비롯해 강동구 고덕3단지, 고덕6단지, 둔촌주공 등에서도 상가와의 갈등을 빚어왔다. 경기도에서는 과천주공1단지, 2단지, 6단지, 7-1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들은 동별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해 협상하는 데만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 나아가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은 단지들은 소송전을 통해 조합설립인가를 않았다. 심지어 아파트 소유자 전체가 동의하더라도 상가 1개동에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렉스아파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곳은 전체 토지등소유자 481명 중 아파트 소유자 460명으로부터 100% 동의를 받았는데도 조합을 구성하는데 애를 먹었다. 유독 상가 동에서 절반 수준밖에 동의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으로 정하고 있는 동별 2/3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단지 역시 토지분할 소송으로 조합을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토지분할 소송을 통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가 취소되고, 재인가를 받은 곳도 있다. 바로 과천주공7-1단지다. 이곳은 상가와의 협의과정에서 갈등을 빚다가 결국 토지분할 소송을 통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가 소유자들이 토지측량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다. ▲조합설립 지연되자 토지분할 소송으로 상가 제척 토지분할 소송을 통해 상가제척이 확정된 대표적인 곳이 바로 고덕주공6단지다. 현재 이곳은 ‘바’상가와 ‘사’상가 등 2개동의 상가를 두고 있다. 이 중 ‘바’상가는 동의율을 충족한 반면 유독 ‘사’상가에서 동의서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시 추진위는 ‘사’상가의 동의율을 충족하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협상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상가 측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당시 상가 측에서는 종합상가를 건설해 줄 것, 대지지분을 두 배로 늘려 줄 것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주축이 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6개월 이상의 협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결국 고덕주공6단지는 토지분할 소송을 통해 ‘사’상가를 제척하기로 결정, 지난 2011년 2월 법원의 판결에 의해 토지분할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개포시영이 분산상가를 제외한 주 상가동만을 제척하는 내용의 공유물분할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상가제척이 가시화되고 있다. ▲더 큰 피해 방지 위해 부득이 상가 측 요구 수용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일정정도 손실을 보더라도 상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다만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점을 찾아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과천주공2단지는 토지분할 소송을 통해 조합을 설립한 후 상가와의 합의점을 찾았다. 상가를 제척하는 것보다 포함하는 것이 피해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과천주공2단지 유익형 조합장은 “상가의 요구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제척했을 경우 손실액은 약 429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2천여만원이지만 반대로 포함했을 때에는 가구당 몇 백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100%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절충안을 수용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 “동의요건은 지나친 규제 빨리 완화해 피해 막아야”
정기춘 

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조합장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는 과도한 동별 동의요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단지다.


상가소유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협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로 인해 사업은 사업대로 지연됐고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됐다. 정기춘 조합장은 제2의 피해단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히 동별 동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가 소유자들과 협상이 결렬됐던 이유는 뭔가


조합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 단지는 지난 2009년부터 조합을 구성하기 위해 상가소유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상가 소유자들은 아파트 소유자들과 달리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의서를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에 결코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상가 소유자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반대급부로 아파트 소유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가 소유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했었나


당초 조합에서는 법률 및 설계상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상가 소유자들은 연도형상가 계획을 거부했고 심지어 종합상가를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던 중 또다시 말을 바꿨다. 권리가액을 두배로 책정해 줄 것과 면적을 두배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또 모두 무상으로 지어달라고 했다. 이후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중단을 요청했고, 심지어 자신들이 주축이 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상가 소유자들과의 갈등으로 어떤 피해를 입게 됐나


우선적으로 전체적인 사업일정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협상에 협상을 거듭했지만 결국에는 결렬되면서 시간과 비용만 허비하고 사업일정도 지연됐다.


나아가 시공자 선정 당시 상가를 포함한 사업제안서를 받았는데 최종적으로 상가를 제척함에 따라 사업규모가 달라져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특히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분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제는 서로가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향후 각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명 도로확보나 일조권 침해 등의 걸림돌이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재건축사업에서 동별 동의요건은 반드시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별 동의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보니 상가 등에서 알박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용과 시간을 엄청나게 허비했다. 앞으로는 우리 단지와 같은 사례가 없어야 한다.



동별 동의요건을 완화하는 것이야 말로 재건축 활성화의 시작이다. 조합원들도 서민이다.



그만큼 정부에서 보살펴 줘야 한다. 옛날식의 규제나 인식은 버리고 조합원들이 직접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귀담아 들어 정책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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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말바꾸고 눈앞 이익에 혈안… ‘도덕적 해이’ 난무”



■ 업계 반응은


상가 소유자들의 알박기로 인한 폐해가 속출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동별 동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수가 재건축에 동의하더라도 소수에 의해 사업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상가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재건축단지들이 조합을 설립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협의가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동별 동의요건을 악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결과를 도출해 내려고 하니 결코 협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일선 재건축단지들은 호소하고 있다.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장은 “상가 측은 향후 아파트 소유자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가 하면 절충안을 마련해 수용하겠다고 하더라도 말 바꾸기를 하기 일쑤다”며 “그렇다보니 협상이라기보다는 동별 동의요건을 악용해 한몫 챙기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동별 동의율 1/2 완화’ 방침을 하루 속히 가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의 진희섭 부장은 “영리를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사업을 반대하거나 음성적인 거래를 요구하면서 상가 등 소수자의 의견이 조합설립 여부를 좌우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심지어 ‘이면합의’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조합으로서는 현행 동별 동의요건이 최대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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