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공공관리제 바람직한 정착 방안
겉도는 공공관리제 바람직한 정착 방안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06.09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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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9 17:01 입력
  
세입자·철거·이주 등 공공개입 필요… 업체선정은 주민자율에 맡겨야
인·허가 관청 감사·감독권 행사 강화해야
열악한 사업장에 제한적으로 시행 바람직
 
 

공공관리제도의 바람직한 개선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은 ‘공공개입 최소화’ 한 마디로 요약된다.

공공관리제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 역시 공공개입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공공이 필요한 곳에만 개입하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 자율에 맡기라는 주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공공관리제도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는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도로 사업을 투명하게 진행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투명성 확보방안은 다른 수단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행 공공관리제도는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1억원 절감’이라는 수익성만을 강조해 현실과의 괴리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관리제도 도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수익성에 대해 홍보하면서도 도입 과정에서의 충분한 논의나 협의는 미흡했다는 것이다.

또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세입자보상이나 철거, 주민권리 보장 등에 대한 문제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철거·이주 문제 해결 가장 시급=공공의 개입이 가장 시급한 분야는 세입자 문제 및 철거, 이주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오히려 공공이 외면하고 조합 비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현행 공공관리제도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현행 정비사업 사업추진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이주나 철거 문제에 대한 보완이 없다면 공공관리는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공공은 감독·정보제공에 주력해야=공공은 지원·감독·정보제공에 역점을 둬 투명하면서도 자율적인 사업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제도 내에서의 공공관리제도는 일종의 ‘옥상옥’으로 결재 과정만 또 하나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추가돼 결국 사업의 장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공공관리에 참여하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나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제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이고 있다. 과거 사례로 봤을 때도 공공의 비리 역시 근절되지 않는 사회문제로 계속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은 사업성 열악한 곳에 한해 시행=공공의 역할은 우선적으로 사업성이 열악한 곳에 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 개입이 필요한 곳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관리제도를 모든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다. 조합이 공공관리제도 적용을 원하는 곳이나 내부 갈등으로 사업진행이 불가능한 사업장에 한해 공공관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공관리는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만 집중돼 있다는 게 문제다. 공공관리를 적용해 공공이 협력업체를 선정할 경우, 과연 그 업체가 주민을 위해 일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작 사업주체인 조합보다는 공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체 선정권한 및 자금 집행권한이 있는 공공을 위해 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은 결국 주민들의 비용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주객이 바뀌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공관리제 재정지원 여건 마련 후 도입=공공관리제도 대신 인허가 관청의 감사·감독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현재까지 40여 차례 넘게 개정을 거듭하면서 절차 및 내용 등이 많이 보완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허가 관청의 감사·감독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현행 공공관리제도의 본격 도입은 각 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이 마련된 뒤 시행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서울시 중심의 독주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정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타 자치단체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공공관리제도의 근간은 기존의 업체가 진행하던 일을 공공이 대신 진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재정의 뒷받침은 제도 성공의 바탕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취약하다면 제도 성공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주민 교육에 집중해야=주민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재산권을 토대로 진행하는 사업에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관리처분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큰 반발에 부딪치는 것도 사업 초기 동의서 상의 개략적 분담금의 이해도 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공공에서는 주민들의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정기적인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주민 자율적 사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추진위 및 조합 임원이 될 경우 집중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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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관리제 도입은 과거로의 회귀… 역할 최소화해야”
 

■ 전직 공무원의 시각
“공공관리제도 도입은 과거로 후퇴하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건축 분야 출신의 전직 공무원 A씨는 공공관리제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공공의 권위를 높이고, 공무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측면도 잠복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공관리제도 도입이 결정된 이후 항간에 공공관리제도가 공무원 직제 확대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용산사태 등으로 정비사업 갈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었고, 서울시 입장에서도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 규모 확대를 통해 정비사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공공관리과에는 15명의 공무원이 배치돼 있다. 서울시 내 25개 구청에도 이미 주택 부서 내에 공공관리팀이 구성됐거나 구성될 예정이다. 시범사업지구 중 가장 먼저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한 성동구청이 공공관리팀장을 포함해 4명으로 가장 많다. 뒤이어 송파구청과 용산구청이 팀장을 포함해 3명이 배속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예산 집행도 적지 않은 규모다. 정비사업 시행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구청마다 공공관리 담당자가 평균 2명이라고 감안한다면, 구청 담당 직원 총 인원 50명에 서울시 본청 직원 15명을 합산하면 65명이 된다. 여기에 평균 6급 주사 연봉 약 5천만원을 적용하면 약 33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확보돼야 한다는 의미다.
 
공공관리팀이 새로 생겨나더라도 기존의 재건축·재개발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조직 속에서 새로운 직제와 직위가 생겨나는 것이다.
 
A씨는 “공무원들은 자리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면서 “해당 자리에서 직위와 그에 따른 권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조직 사회에서 자리가 한 번 만들어지면, 그 자리는 스스로 그 자리의 필요성을 만들게 된다”면서 “공공관리제도 도입 초기 단계인 현재 시점에서 공공 역할을 최소화 시키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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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입 커지면 사업 더뎌 시공자 선정 앞당겨 활력을”
 

■ 전직 시공사 직원의 시각
“사업에 공공의 개입 정도가 커지면 그만큼 사업 진행은 느려진다.” 국내 재개발 사업 초창기에 사업 현장을 경험한 B씨의 의견이다. B씨는 1980년대 초반부터 재개발사업에 참여했다. 국내에 본격적인 합동재개발사업이 시작된 것은 1983년이다. 이듬해인 1984년 서울시에서는 ‘합동재개발사업 세부시행지침’을 마련해 본격적인 합동재개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합동재개발이란 조합이 주체가 돼, 조합과 건설사가 합동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학문적 용어다. 즉 현재의 재개발사업은 모두 합동재개발인 셈이다.
 

B씨는 이때를 전후해 건설회사에서 재개발 담당으로 인허가 절차 업무를 진행했다. 국내 재개발 초창기 경험자인 셈이다. 그 전까지의 재개발사업은 공공이 진행했다. 공식적인 시행자는 서울시·구청 등 공공이었으며 관리처분도 서울시·구청에서 작성해 주민에게 공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연히 강력한 민원이 빈발하고 공무원들은 재개발부서를 기피했다.
 

당시 공무원의 힘은 막강했다. 그러나 전문성이 없어 인허가 과정에서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들은 사업진행에 관심이 없었고, 시간을 때우다가 타 부서로 전보되기를 기다렸다.
 

B씨는 “공무원들은 민원 발생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다 보니 사업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건설회사에서는 공무원에게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전문성을 높여 사업 추진하도록 애쓰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건설회사에서는 인허가와 관련해 중요한 로비가 있었는데 애써 가르친 공무원이 타 부서로 보직변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면서 “전문성을 높여 놓으면 타 부서로 가고, 그러면 또 새로운 신임 담당자를 가르쳐야 하는 과정이 반복돼 결국 사업에 큰 손실 요인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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