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여의도·이촌 전략정비구역 주민 반발한 까닭은…
합정·여의도·이촌 전략정비구역 주민 반발한 까닭은…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1.05.03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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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12:49 입력
  
고밀개발 취소… 과도한 기부채납… 흔들리는 ‘한강 르네상스’
합정 주민들 발전소이전 취소·저층개발계획에 발끈
여의도 공공기여 40% 요구에 “재산착취” 강력 항의
 
 

 

서울시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핵심요지인 합정, 여의도, 이촌 전략정비구역 등의 개발 사업이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월 한강변 25% 이상 기부채납 및 초고층 고밀개발 등을 골자로 한 합정·여의도·이촌 전략정비구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과도한 기부채납, 용적률 하향 조정 등으로 사업성이 낮아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며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민설명회와 공람 등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안이 발표된 합정,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역점사업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시작 전부터 순탄치 않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합정동 일대에는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 수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서울시가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한 합정, 여의도, 이촌 등 3곳의 전략정비구역 중 주민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합정지구다.
 

지난 2월 시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합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 주민설명회는 합정동 일대 주민들 수백 명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합정지구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집단적으로 전략정비구역 개발계획에 반발하면서 시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합정지구 주민들이 개발계획에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전략정비구역 지정 당시에 비해 사업계획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합정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재수정을 요구하는 주민 모임인 ‘합정전략정비구역 상수·당인·합정 주민대책위원회’는 개발 면적이 약 1/3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전략정비구역 지구지정 당시 서울시는 당인리발전소(서울화력발전소)를 이전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구역전체를 고밀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인리발전소 이전이 불가능해지자 지난 1월 발표된 계획안에 발전소 주변을 문화지구로 지정하고 인근 구역을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저층개발구역으로 편입시켰다. 개발방식도 전면 철거를 통한 재개발이 아닌 자력개발 방식으로 정비를 해야 하며 기준 용적률이 130%에 불과한데다 층수도 7층 이하를 적용했다. 이에 주민들은 재산권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강수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당인리발전소를 이전해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합정동 주민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서울시가 불과 2년 만에 백지화시켰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고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은 반드시 재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가 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할 경우 보다 강력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주민들의 권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책위는 자력개발 유도구역과 상수역 특별계획구역 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수정을 위한 동의서를 약 50% 이상 걷은 상황이며 이를 토대로 시와 국회에 압박을 가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 27일 당인리발전소 이전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하는 등 반발의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여의도 전략정비구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은 주민설명회와 주민공람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안이 발표되자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과도한 공공기여비율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이 지구에는 최소 40%의 공공기여비율이 책정돼 있다. 서울시의 ‘한강공공성 회복선언’에 따라 토지와 공공시설 설치비용 등을 최소 40% 이상 기부채납 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략정비구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여의도지구 내 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 주민은 “토지가격이 가장 높은 여의도지구에 기부채납을 40% 받겠다는 것은 주민들의 재산을 착취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서울시의 재산도 아닌 용적률로 주민들에게 선심 쓰면서 재산을 절반이나 내놓으라는 계획안에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강을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미명하에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의도지구 내 주민 반발은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서울시가 개최한 2차 설명회는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현재 여의도지구의 경우 전체 가구 수의 약 80% 가량이 지구단위계획안 반대서명에 동참해 영등포구청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주민공람 역시 주민들이 저지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구단위계획안을 확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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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여론 빗발치자 주민설명회 ‘감감 무소식’
 

■ 이촌·압구정지구는
합정, 여의도 전략정비구역과 함께 지구단위계획안이 발표된 이촌 전략정비구역의 경우 아직 주민설명회와 공람이 진행되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특별한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합정, 여의도 전략정비구역의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자 이촌 전략정비구역도 이 같은 주민 반발이 예상돼 서울시가 주민설명회 날짜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촌 전략정비구역 역시 사업성 저하에 따른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이촌 전략정비구역 내 재건축단지에서는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구지정 당시보다 용적률이 하향된데다 기부채납비율도 최소 25% 이상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기부채납 비율을 최소 25%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며 “현재 계획대로 확정하거나 더 많은 기부채납을 요구하게 되면 주민들이 집단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의 ‘최소 25% 이상 기부채납’ 요구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던 곳이 압구정이었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설계사무소 관계자는 “서울시의 기부채납 정책에 압구정 주민들이 가장 거세게 반발했던 만큼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타구역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부채납비율을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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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견 수렴 없는 지구단위계획 무효”
 

박강수  
합정전략지구 상수·당인·합정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인 전략정비구역 사업이 계획단계에서부터 표류하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개발계획이 지나치게 공공성 위주로 수립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합정전략정비구역 주민들의 반대는 심각한 상황이다. 합정지구는 합정전략지구 상수·당인·합정 주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사업계획 확정에 반대하는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박강수 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지구단위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시 도시정책과장과 통화한 결과 도시 미관이나 도시계획적인 부분만 고려했을 뿐 주민들의 분담금이나 권리가액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다. 전략정비구역사업은 주민들의 재산과 직결된 문제다. 주민들의 재산권을 고려하지 않고 계획을 수립했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
 

▲합정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전략정비구역 지구지정 당시 계획안에 비해 사업계획이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점이다. 당초 발전소 이전 예정지였던 고양시의 반대로 이전이 불가능해지자 발전소주변을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역세권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들도 문화지구와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층수를 7층 이하로 묶고 자력개발구역으로 변경했다. 용적률도 불과 130% 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상수역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개발계획도 재수정을 요구하고 있다=상수역의 경우 종상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허용 용적률이 250%이며 기준용적률은 180% 밖에 되지 않는다. 최고 높이도 겨우 90m다. 현재 합정역 주변에 상권이 발달돼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상수역은 강변북로의 초입에 위치해 있고 당인리발전소 주변 공원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가 될 것이다. 여기에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홍대 상권이 점차 상수역 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유동인구의 유입이 합정지구를 능가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상수역 특별계획구역이 합정역 특별계획구역에 비해 차별을 받아야 될 이유가 없다.
 

▲대책위가 서울시에 요구하는 사항은=우선 당인리발전소를 이전하고 문화지구지정을 해제해야 한다. 당인리발전소를 이전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선거공약 사항이었다. 만약 이전이 불가능하다면 문화지구가 아닌 에너지 과학공원으로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법적 근거도 없는 문화지구로 지정하기 보다는 한국 최초의 발전소라는 역사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과학공원으로 조성하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자력개발구역 지정을 취소해 원안대로 고밀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상수역 특별계획구역도 최소 합정역 특별계획구역의 개발계획 수준 이상으로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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