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basic>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다시 짜자
Back to the basic>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다시 짜자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06.10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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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asic>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다시 짜자
 
  
1992년 이전 아파트 내진설계 안돼… 지진 6.0 넘으면 ‘무방비’
교량·학교 등 공공시설에만 내진설계 대책발표
주택 뾰족한 대안 없이 함구… 허위작성 사례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근거로 강남북 차별론도 제기되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과학적 기준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상황이 바뀐 만큼 기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3월 8일 서울시가 재건축연한 기준 변경을 검토했으나 현행 기준을 유지한다는 발표를 해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발표한 내용에서는 구조에 대한 내진설계 적정성 여부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규모 3~4 정도의 지진에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서울시 발표 3일 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고, 교량·학교 등 공공 시설물에대해서는 본격적인 내진구조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택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추가 발표 함구=서울시 정책자문위원회 의견과 서울시의 공식 의견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3일 전 서울시 재건축정책자문위원회에서 ‘현행 기준 유지’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재건축연한 기준에 대한 공식 입장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주변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동일본 지진 여론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지진 규모 3~4에 대해서는 문제 없을 것”이라던 발표 직후, 8.0의 대지진이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본격적인 대책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노원구 재건축 정책 간담회=이같은 상황에서 노원구는 지난 5월 9일 구청 소회의실에서 ‘내진설계 미반영에 대한 재건축연한 단축 정책 간담회’를 개최해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개선 방안 논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안전진단 업체인 티섹의 오봉환 부사장은 “서울에 6.0 이상의 지진이 왔을 때 상계동 지역의 아파트들에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티섹은 지난해 1월 노원구의 의뢰를 받아 상계동 아파트 표본 단지 5개 곳에 대해 지진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오 부사장은 “1988년에 처음으로 제정된 국내 내진설계 기준에 비춰볼 때, 그 전에 인허가를 마치고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은 내진설계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따져 볼 때 1992년 내지 1993년에 준공된 아파트들도 내진설계 적용이 안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당시의 아파트들은 구조적으로도 취약하다. 아파트를 떠받치고 있는 벽체도 얇고, 철근콘크리트 양도 적다. 게다가 이 당시 아파트들의 일부 벽체는 철근콘크리트가 아니라 벽돌로 일종의 칸막이만 한 곳들도 적지 않다. 현재 건축구조기준(KBC 2009)에 따르면 6.0 규모의 지진에 버틸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적용되고 있다.
 
▲건축물 내진설계 허위작성=현재 의무화된 내진설계 기준을 위반하는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인허가 기관의 안전불감증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지난달 내진설계 건축구조를 확인하지 않은 건축사 및 서초구청장 등 124명을 검찰에 고발해 현재 취약한 국내 내진구조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구조기술사회는 서초구, 은평구, 광진구, 동대문구, 성동구, 금천구, 청주시청 등 7명의 자치단체장과 117명의 건축사에 대해 내진구조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임의로 안전하다고 기재하거나 그 내용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며 건축법 등의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현재 국토해양부에서는 일본대지진 후 3층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내진설계가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건축물에 대해서도 안전진단 등을 통한 정밀한 지진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설치 여부 포함 요구도=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 여부 등이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1월 강남구청은 한양대학교 박준석 교수에 의뢰해 작성한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한 합리적 재건축 기준 제안’ 연구에서 현행 서울시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변경을 제안했다.
 

현재 열에너지 손실이 높은 노후 주택을 계속 유지할 경우, 결과적으로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열에너지는 등유, 가스 등 화석에너지로부터 발생함으로써 친환경 측면에서 안전진단 평가 항목에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안전진단’ 명칭도 바꾸자=‘재건축 안전진단’이라고 통칭되는 용어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식 명칭은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이다. 용어에서 풍기는 뉘앙스에서 안전진단의 용어는 구조안전에 대한 내용만을 다루는 것으로 일반인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법에서는 건축구조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 등 다양한 항목들에 대해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 입장에서 재건축 규제의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기에도 수월한 명칭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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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과 리모델링 안전진단의 차이점
 

이문곤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주택 등의 노후·불량 정도에 따라 구조의 안전성 여부, 보수비용 및 주변여건 등을 조사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내용으로, 예비평가를 통과할 경우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건축 판정 여부의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 정밀안전진단은 보다 복잡한 구조이다. 구조안전(40%), 설비성능(30%), 주거환경(15%), 경제성(15%) 등 항목별로 나뉘어 구체적으로 평가된다.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이후, 대상 건축물은 A등급부터 E등급까지 평가 결과가 세분화 된다. E등급은 즉시 재건축이 승인되지만 A∼D등급은 건물 마감 및 설비성능, 주거환경 평가 등을 거친 뒤 다시 경제성이 검토된다. 최종적으로 재건축 시기조정 대상인 D등급(리모델링이나 조건부 재건축)과 A∼B등급(일상적 유지관리 등으로 분류돼 재건축 시행시기가 조정된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도 문제점은 상존하고 있다. 첫째, 재건축 신청연한의 조정 필요성에 대한 문제다. 현행 재건축 신청연한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조제2항제1호에 의해 준공 후 20년이 지난 건축물로 규정하고, 일부 특별시·광역시 또는 도에서는 조례로서 최소 신청연한을 따로 정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1992년 이후 준공된 5층 이상의 건축물의 경우 40년이 지나야 한다. 그러나 이는 철근콘크리트조의 신청연한을 준용한 것으로 철골조, PC조 및 조적조 등 구조형식 및 재료에 따라 정확한 공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해당 구조형식 및 재료에 따라 재건축 신청연한을 세분화해야 한다.
 

둘째 재건축 판정을 위한 예비평가 절차를 충실히 진행해야 한다. 현행 예비평가는 해당 시장·군수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예비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신청자가 제출한 결합부위의 현황사진, 육안조사 등을 실시하여 △유지관리 △안전진단실시 △재건축 실시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이 내용을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의 검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간단한 외관조사만 수행하고 철저한 검증절차 없이 재건축 실시로 판정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예비평가를 수행하도록 그 절차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셋째, 안전진단 결과 보고서의 철저한 검토 의무화가 필요하다. 안전진단 결과 보고서의 검토와 관련해 현행 기준에서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규정하여 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검토가 유명무실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상위법으로 결과 보고서 검토제도를 의무화 하고, 보다 더 공정한 안전진단을 수행하여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재건축 판단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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