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상 노후·불량 건축물 안전진단 면제?
20년이상 노후·불량 건축물 안전진단 면제?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9.04.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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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상 노후·불량 건축물 안전진단 면제?
 
  
‘준공 후 20년 지난 건축물’ 아예 법으로 정해야
주택시장 혼란 야기·안전진단 실효성 의문 우려
 
 

 

재건축사업의 안전진단 신청 가능연한을 시·도 조례로 위임하지 말고 법에서 정한 20년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공동주택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노후·불량건축물로서 안전진단을 실시한 다음 그 판정에 따라 재건축사업의 가부가 결정된다. 노후·불량건축물의 범위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서 준공된 후 20년이 지난 건축물로 제한하고 있고, 이를 또 다시 시·도 조례로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시·도에서는 별도의 조례로 정하고 있는데 법에서 정하고 있는 20년을 적용하는 곳이 있는 반면 최장 연도 40년으로 정하고 있는 곳도 있어 지역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등 11명이 노후·불량건축물 기준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도정법〉 일부개정안을 입법발의했다. 이밖에 노원구의회에서도 서울시의 과도한 노후·불량건축물의 범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서울시에 제출한 바 있다.
 

▲노후·불량건축물 무조건 준공된 후 20년으로=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등의 대상이 되는 노후·불량건축물의 범위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대로 ‘준공된 후 20년’이 지난 건축물로 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신 의원은 건축물의 급·배수·오수설비 등이 노후돼 수선만으로 그 기능을 회복할 수 없게 된 건축물을 노후·불량건축물의 범위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진단 절차를 대폭 완화하자는 것이다.
 

현행 〈도정법〉 제2조제3호에 따르면 “노후·불량건축물이라 함은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건축물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각목은 △건축물이 훼손되거나 일부가 멸실돼 붕괴 그밖의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건축물 △다음의 요건에 해당하는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 조례로 정하는 건축물 △도시미관의 저해, 건축물의 기능적 결함, 부실시공 또는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등으로 인하여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 조례로 정하는 건축물 등이다.
 

하지만 신 의원이 발의한 〈도정법〉 개정안 제2조제3호다목에 따르면 “준공된 후 20년이 지난 건축물”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라목에서도 “건축물의 급수·배수·오수설비 등이 노후화되어 수선만으로는 그 기능을 회복할 수 없게 된 건축물”이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택시장 혼란 야기 △사회적 자원 낭비 △안전진단 제도의 실효성 취약 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임병규 수석전문위원이 현행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을 서울시를 대상으로 적용해 본 결과 올해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준공년도는 1983년으로 21개 단지, 총 3천747세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정안을 적용하게 되면 해당 준공년도는 1983년부터 1989년까지로 221개 단지, 세대수는 총 23만54세대에 이른다. 즉 189개 단지, 19만9천307세대로 약 7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수석위원은 “개정안과 관련해 건축물의 구조형식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신청 가능연한을 20년으로 법률에 규정하게 되면 일시적인 재건축 물량 급증으로 인해 주택시장에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며 “또 개개의 건축물에 따라 구조 또는 기능상 간단한 보수·보강으로 10~20년 정도 수명을 연장해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건축물의 안전성과 사용성에 관계없이 준공 후 20년이 되면 재건축·재개발 등이 가능해지게 돼 이로 인한 사회적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능회복 불가 건축물 안전진단 제외=나아가 신 의원은 준공된 후 20년이 지난 건축물이 급수·배수·오수설비 등의 기능저하로 수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아예 안전진단 자체를 면제해 주자고 제안했다.
 

신 의원은〈도정법〉 개정안 제12조제1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자는 시장·군수에게 당해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신청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은 안전진단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현행과 달리 단서조항을 신설했다.
 

여기서 각호는 △천재·지변 등으로 주택이 붕괴되어 신속히 재건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시장·군수가 인정하는 것 △주택의 구조안전상 사용금지가 필요하다고 시장·군수가 인정하는 것 △제2조제3호라목에 해당하는 준공된 후 20년이 지난 노후·불량건축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 등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개정안과 관련해 건축물의 급수·배수·오수설비 등이 노후화돼 수선만으로는 그 기능을 회복할 수 없게 된 건축물의 판단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거나 객관화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안전진단 단계가 필요하다”며 “안전진단 실시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게 될 경우, 건축물이 20년 이상이 지나게 되면 안전진단 실시 없이 곧바로 재건축이 가능하게 돼 안전진단 제도의 실효성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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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의회, ‘조례개정’ 촉구 결의
 

지방의회에서는 처음으로 노원구의회가 재건축 연한을 완화해 줄 것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8일 노원구의회는 지역 내 아파트단지의 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후·불량건축물의 범위를 20년으로 한정토록 촉구하는 ‘주택재건축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위한 조례 개정 촉구 결의문(안)을 전체 의원 22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이영섭 의원 등 22명은 결의문에서 “도시 전체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도정법〉에서 위임된 ‘20년이상 노후·불량건축물 기준’의 서울시 조례를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부응하고 침체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함은 물론 서울지역 균형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용적률 및 층수규제 완화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고 보다 합리적인 주택재건축을 위해 재건축판정을 위한 안전진단기준은 조정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편향적인 개발을 지양하고 골고루 발전되기를 희망하면서 서울 전 지역의 모든 자치구 및 의회는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해 공동 대처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현행 〈도정법〉 시행령에서 노후·불량건축물 범위를 준공 연한 20년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다시 시·도 조례로 위임함으로써 지역별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이 서로 달라 형평성 및 국민의 재산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특히 서울시의 경우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을 준공 후 최장 40년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위임입법의 취지를 벗어난 재량권 일탈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는 바, 현행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대로 노후·불량건축의 범위를 20년으로 한정토록 조례를 필수적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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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들쭉날쭉
서울·경기·인천 최장 40년
 

■ 지자체 실태
서울시, 경기도 등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려면 최장 40년이 지나야 안전진단을 실시할 수 있어 기준이 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정법〉 시행령 제2조제2항제1호에서는 “준공된 후 20년(시·도 조례가 그 이상의 연수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 연수로 한다)이 지난 건축물”이라고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을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각 시·도 조례로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데 부산시,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에서는 별도의 연한규정을 두지 않고 법규정 그대로 20년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대구시, 대전시,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에서는 별도의 기준을 두고 있는데 30년에서 길게는 40년까지 정하고 있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은 △1992년 1월 1일 이후 준공된 5층이상의 건축물은 40년, 4층이하의 건축물은 30년 △1982년 1월 1일부터 1991년 12월 31일까지 준공된 5층이상 건축물은 22+(준공연도-1982)×2년, 4층이하의 건축물은 21+(준공연도-1982)년 △1981년 12월 31일 이전에 준공된 건축물은 20년 등으로 정하고 있다.
 

결국 1992년 1월 1일 이후에 준공된 5층이상의 건축물들은 40년이 지나야만 재건축을 꿈꿀 수 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와 산식은 다르지만 1993년 1월 1일 이후 준공된 5층이상의 건축물은 40년이 지나야 노후·불량건축물로 인정된다. 인천시 역시 1994년 1월 1일 이후에 준공된 5층이상의 건축물은 40년으로 정하고 있다. 또 대구시(1994년 1월 1일 이후), 경상북도(1994년 1월 1일 이후), 전라남도(1995년 1월 1일 이후) 등에서는 3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반면 부산시,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에서는 별도의 규정 없이 준공된 후 20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병규 수석위원은 “서울특별시나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의 경우 노후·불량건축물의 최장 년도가 40년에 달해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신 의원의 개정안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개별 지자체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 각 시·도 조례가 정하고 있는 노후·불량건축물의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서울시의 경우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한 범위를 최장 40년으로 정하고 있어 그동안 타 지자체들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건축물의 노후화는 경과연수 뿐만 아니라 지리·환경, 사용조건, 설계오류, 시공오류, 유지관리 소홀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시급히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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