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퇴출 전략 허점 분석
서울시 뉴타운 퇴출 전략 허점 분석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2.02.23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02-23 12:48 입력
  
뉴타운 해제 위한 ‘반대 30%룰’… 주민간 갈등비용이 더 문제
매몰비용, 구체적 대책 없어 소송 남발 우려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도 조례에 위임 ‘악재’
 
 

 

 

서울시가 뉴타운에 메스를 댔다. 가벼운 치료가 아닌 대수술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내놓은 박원순표 뉴타운 출구전략의 핵심은 △신규 뉴타운 지정 금지 △기존 뉴타운 해제 △해제시 매몰비용 일부 지원 △세입자·상인 등 보호 등이 큰 뼈대다. 서울시가 밝힌대로 ‘사회적 약자 보호형’으로 뉴타운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주민 30% 동의만 있으면 정비구역 해제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서울시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은 총 1천300곳이다. 이 중 434곳은 준공까지 완료했고, 나머지 866곳은 사업이 진행중이거나 준비중인 곳이다. 이 866곳 가운데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610곳(아파트 재건축 제외)이 이번 박원순표 뉴타운 출구전략의 중심에 있다. 이들 구역들은 주민의사에 따라 해제 추진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정비구역 83곳과 정비예정구역 234곳 등 317곳은 토지등소유자 30%이상이 구역해제를 요청하면 실태조사와 주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사업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역해제를 둘러싼 찬반 주민간 소송 등이 예상된다.
 

또 610곳 중 이를 뺀 나머지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된 293곳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10~25%이상이 동의하면 구청장이 실태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때 추진위나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1/2~2/3 또는 전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해산도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정비구역 83곳은 해당 구청이 실태조사를 하게 되고, 정비예정구역 234곳은 시가 담당한다”며 “다음달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몰제도 적용된다. 사업추진 단계별로 일정기간 내 다음 단계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구청장이 정비구역 취소절차를 추진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 정한 정비구역 지정 예정일로부터 구역지정 신청까지 3년 △정비구역 지정 고시일부터 추진위 승인 신청까지 2년 △정비구역 지정 고시일부터 조합설립 신청까지 3년(공공관리 구역) △추진위 승인일부터 조합설립 신청까지 2년 △조합설립 인가일부터 사업시행인가 신청까지 3년 등을 넘어서게 되면 일몰제가 적용된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법 시행일인 2월 1일부터 일몰제 시간적용을 받게 된다. 다만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된 곳은 일몰제 대상에서 배제된다. 정비구역 지정을 받고 추진위 승인신청을 하지 않은 곳은 오는 2014년 1월 31일까지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매몰비용 지원 여부 따라 출구전략 성패 갈릴듯=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의 성공 여부는 결국 누가 돈을 내는지에 달렸다. 국토해양부는 물론 서울시와 자치구를 비롯해 주민들도 이 비용을 떠안으려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이 매몰비용을 일부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 지원없이 서울시 자체적으로 비용을 전부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국토부의 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지만 국토부는 회의적이다. 서울 구청장협회의 뉴타운 TF 팀장인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에 따르면 조합원이 2천명 가량인 조합의 매몰비용을 100억원대로 추산했다. 전체 구역으로 확대하면 조 단위 액수를 넘을수도 있다. 매몰비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길고도 지루한 싸움이 예상된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서울시가 매몰비용에 대한 명확한 해법 없이 서민보호를 강조하며 내놓은 뉴타운 출구전략이 과연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MB식 뉴타운 뒤집기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세입자 주거권 강화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의 자격 유무에 관계없이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뉴타운 현장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재생지원센터도 운영된다. 여기에 별도로 15명으로 구성된 갈등조정위원회를 통해 자문도 병행한다.
 
▲서울, 수주의 봄은 언제 오나=‘더 이상의 뉴타운은 없다’는 서울시의 발표로 그동안 뉴타운에 공을 들여온 건설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게다가 〈도정법〉이 개정되면서 서울시 요구대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시기가 조례로 위임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벌써부터 대형 건설사들은 구역지정 해제 예상지역 리스트를 작성, 손실 규모를 추정하는 등 자체 점검에 나서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영업담당 임원은 “구역지정 취소 가능성이 높은 곳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며 “특히 시공자를 선정한 구역에서 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어 만일의 경우 소송까지도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법정 분쟁에 휘말린 구역 215곳 우선 퇴출될듯
 
■ 출구전략 희생양은
조합 내부사정 등으로 법정 분쟁에 휘말린 구역들이 박원순표 뉴타운 출구전략의 최대 희생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소송으로 사업추진이 쉽지 않은데다 주민 반대가 지속될 경우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번 출구전략이 ‘엎친데 덮친’ 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은 모두 215곳에 이른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해 서울시내 전체 구역수는 1천300곳인데, 이 중 사업이 진행중인 866곳의 25%인 네 곳 중 한 곳이 소송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215곳 가운데 구역지정 33곳, 추진위 30곳, 조합설립 116곳 등으로 사업초기 단계 사업장이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추진 동력까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 사업장인 610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분쟁이 지속되는 곳의 정비구역을 해제하겠다는 게 이번 방침”이라며 “이미 소송 등으로 주민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면 아무래도 해제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간 분쟁의 유형은 △임대·영업소득 상실을 우려한 개발 반대 △사업성 저하에 따른 추가부담금 상승 △층수·용적률 등 행정청에 대한 불만 △조합 비리 등 불투명한 운영 △구역지정 요건 및 동의율 미충족 △국공유지 무상양도 소송 등으로 나타났다.
 

------------------------------

 
주민 30% 이상 동의하면
뉴타운 무조건 해제? NO
 

■ 민원 해법 풀이
서울시의 뉴타운·정비사업 신(新) 정책구상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두고 일선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구역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할 실태조사 관련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은 물론 자치구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는 실태조사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한달 앞당겨 오는 4월부터 실시키로 했다.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서울시와 자치구에 접수된 주민들의 주요 민원들을 풀어본다.
 

▲주민 30% 동의하면 무조건 구역해제된다?=아니다. 주민 30% 동의가 있다고 모두 정비구역이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추진위나 조합 등 사업추진 주체의 유무에 따라 요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30%룰(주민 30%가 동의하면 해제)’은 추진위가 구성돼 있지 않은 사업장에 적용된다. 추진위가 없는 구역은 실태조사와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토지등소유자의 30%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면 절차를 밟게 된다.
 

추진위나 조합이 있다면 해제절차는 조금 까다롭다. 먼저 토지등소유자 10~25%이상이 동의하면 구청장이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정확한 동의비율은 서울시가 오는 4월 조례로 정한다. 이후 주민여론 수렴을 통해 일정 비율 이상의 토지등소유자가 해산을 요청하면 추진된다. 해산 요건은 두 가지다. 추진위나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1/2~2/3이상의 동의하거나 전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된다. 이때 동의율도 조례로 정하게 된다.
 

▲기존에 투입된 사업비용(매몰비용)은 서울시가 전액 부담한다?=아니다. 매몰비용은 서울시가 일부 지원한다. 그것도 추진위 승인 취소에만 해당한다. 조합해산 때는 지원하지 않는다. 현재 서울시는 국토부에 비용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매몰비용의 지원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매몰비용 지원은 〈도정법〉 제16조의2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추진위 승인이 취소된 경우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는 해당 추진위가 사용한 비용의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재 국토부가 시행령 개정작업 중이어서 시행령이 개정되는 시기에 맞춰 서울시도 조례를 개정해 비용의 지원 범위를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 시기를 오는 8월로 보고 있다.
 
▲사업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에 세입자도 포함된다?=아니다.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등의 사업추진을 결정하는 주체는 모두 토지등소유자이다. 세입자는 참여할 수 없다. 현행 〈도정법〉 테두리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지등소유자라는 용어는 법적인 용어다.
 
▲실태조사 내용은 모두 같다?=아니다. 조사내용은 정비예정구역이냐, 정비구역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비예정구역은 주변여건이나 입지를 감안한 사업실현 가능성이나 구역지정 요건, 주변 아파트 시세 등이 담긴다. 정비구역은 정비예정구역의 조사내용을 포함해 주민부담금 추정, 주택규모와 상태, 세입자 및 외지 소유자 비율 등이 추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