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뉴타운 퇴출전략이 주민갈등만 부추겨
박원순표 뉴타운 퇴출전략이 주민갈등만 부추겨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2.02.23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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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3 12:36 입력
  
국토부-서울시, 조단위 매몰비용 지원 두고 대립각
주민 30%가 캐스팅보트… 사업 반대 악용수단 우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퇴출전략을 공개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610곳을 대상으로 전면 실태조사를 한 뒤 주민 30% 이상이 반대하면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게 골자다. 취소를 쉽게 하기 위해 추진위 때까지 투입된 비용인 이른바 매몰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박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대해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우선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이 대다수라고 해도 반대하는 주민 30%에게 사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를 쥐어준 것은 주민간 갈등만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30%룰’이 소수 반대세력의 알박기 수단으로 악용될 것은 자명하다는 얘기다.
 
매몰비용 지원도 텅빈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발표 당시 박 시장 스스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주장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튿날 국토해양부는 조 단위로 예상되는 매몰비용에 대해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뉴타운·재개발·재건축사업은 비용부담이나 개발이익이 민간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된다고 해서 매몰비용을 정부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사용목적에 타당하지 않다”며 “만약 지원한다면 다른 유형의 민간개발사업에서도 지원요구가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뉴타운 지정 해제 여부를 판별하는 주민조사 대상과 기준, 자격 등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벌써부터 지자체에는 관련 문의로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도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뉴타운에서 해제되면 토지이용계획이 처음 설계했을 때와 달라져 기반시설이 엇갈릴 가능성도 크다. 일례로 뉴타운으로 사업을 진행한 구역이 6차선 도로를 신설했는데, 인접 구역은 기존대로 2차선 도로를 둔다면 도시 재정비는 하나마나 한 상황이 된다. 일부 구역만 해제되면 도로나 학교 등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도시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주택수급 불균형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 들어 단 한건의 분양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주택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의 경우 사실상 신규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곳은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뿐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감소할 경우 집값상승에 이은 전셋값 급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낡은 주택을 허물고 다시 지으면서 자기 돈 들이지 않고 남의 돈으로 짓고 이득까지 보겠다는 주민들과, 공원·학교·도로 같은 기반시설은 공공이 설치하는 게 맞는데도 기부채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자체를 감안해 보면 출구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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