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 시행 100일… 정비업체 선정기준
공공관리 시행 100일… 정비업체 선정기준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0.10.27 0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계계약에 가점제까지… 특정업체 밀어주기 논란
 
2010-10-27 11:09 입력
  
추진위 아닌 구청장 대변할 가능성 더 높아
업계 “정비업체, 공공의 하수인 전락” 우려
 
 
서울시의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기준이 공공의 행정편의를 위한 ‘특정업체 밀어주기’로 변질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7월 발표한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기준에는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는 별도의 선정절차 없이 승계계약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또 재선정 절차를 거칠 때에도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는 가점을 받게 돼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추진위·조합의 정비업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공공관리자는 정비업체 선정에 대해 사실상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나아가 공공관리제도의 ‘특정업체 밀어주기’로 인해 추진위와 정비업체간의 합법적인 담합이나 비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비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승계계약, 가점제 적용… 공공관리자 정비업체 선정 권한만 강화=서울시의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기준이 공공관리자의 업체 선정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기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공공관리자의 강력한 선정 권한으로 인해 정비업체는 추진위나 조합이 아닌 공공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기준에 따르면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는 추진위원회에서 승계계약을 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즉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는 추진위가 설립되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하고 있는 선정 철차를 거치지 않고도 총회 의결만으로 계약체결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승계계약이 아닌 재선정 절차를 거쳐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경우에도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의 특혜는 여전하다.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에 가점 3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재선정시에도 사실상 해당 구역의 정비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정기준에 따라 정비업체를 재선정할 경우 추진위는 자격심사(I)와 자격심사(II)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자격심사(I)는 추진위와 공공관리자는 기술인력과 수행실적, 경영상태, 신인도 등을 평가하는 ‘업체 현황평가’ 점수와 최저입찰가격을 당해 입찰가격으로 나눈 값에 배점한도를 곱한 ‘가격평가’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자격심사(I)의 업체 현황평가와 가격평가 모두 절대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요건을 갖춘 정비업체들은 대부분 거의 비슷한 점수를 받게 된다. 따라서 업체 간의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실제로는 불과 1점 이하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산점 3점은 특혜로 작용된다.
 
또 자격심사(II)를 적용할 경우에도 종전 정비업체가 재선정에 유리한 것은 마찬가지다. 자격심사(II)를 적용할 경우 적격심사를 공공관리자에게 위탁하도록 하고 있는데 주관적인 평가기준인 기술제안이 전체 평가비율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공관리자의 입맛대로 정비업체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차용역을 수행한 정비업체에게는 자격심사(I)와 마찬가지로 3점이 가점되기 때문에 수주 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나아가 사전에 선정된 업체의 경우 토지등소유자들의 주소나 연락처, 주민 성향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홍보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추진위 설립을 주요업무로 일했던 만큼 홍보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관리자에 의해 정비업체로 선정될 경우 추진위 승인 이후에도 정비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정비업체로서는 타구역의 정비업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라도 공공관리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럴 경우 추진위나 조합의 사업성보다는 공공관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강북의 한 재개발추진위 관계자는 “공공관리자의 업체 선정 권한이 막강해지는 만큼 정비업체는 추진위나 조합의 도우미 역할보다는 공공관리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용역 발주액 절반에 덤핑 수주… 조합원 부담금 증가 불보듯
 
■ 성수1지구 사례 분석

공공관리자가 선정하는 정비업자 입찰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정비업체들이 덤핑으로 수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진위 승인 후 승계계약을 할 경우 용역계약 비용이 대폭 상승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공공관리제도가 최초로 적용된 성수지구에서 정비업체 입찰공고가 발표되자 정비업체들은 입찰가격에 대해 볼멘소리를 했다. 추진위 승인까지 실제 투입되는 비용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은 용역비가 문제였다.
 
하지만 정작 용역계약을 체결한 금액은 공공관리자의 입찰가격에서도 상당히 인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성수1지구의 경우 발주금액이 1억7천900만원선이었지만 낙찰 금액은 약 절반 정도인 9천800만원 수준(55%)인 것으로 나타났다. 2지구의 경우 발주금액 1억6천만원에 계약금액 1억1천300만원 수준(70%), 3지구는 발주금액 1억5천400만원에 계약금액 9천500만원 수준(62%), 4지구는 발주금액 1억4천200만원에 계약금액 1억2천500만원 수준(88%)인 것으로 조사됐다. 4개 지구의 발주금액 대비 계약금액 평균 낙찰 비율은 약 68% 수준인 것이다.
 
정비업체가 이같이 낮은 용역비를 받으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향후 해당 구역에 추진위가 승인될 경우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진위와 용역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동안 추진위 승인을 받기 위해 기투입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용역비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즉 공공관리자가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경우 덤핑으로 수주하고 추진위와 승계계약시 용역비용을 올려 받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승인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이나 추진위원이 전문가인 정비업체와 협상하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추진위의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공관리제도로 인해 주민들의 부담금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정비업체 승계계약 ‘합법적 담합’ 우려
 
■ 전문가 시각

서울시의 ‘특정업체 밀어주기’ 선정기준이 추진위·조합과 정비업체간의 합법적인 담합이나 비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는 사실상 추진위 승인 이후에도 정비업체로 승계계약하거나 재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진위와 조합의 ‘짜고 치기’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기준에는 승계계약에 따른 정비업체의 용역비용에 대한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추진위나 조합이 정비업체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즉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기준에 따라 합법적으로 승계계약이 가능하며 용역비용은 추진위와 정비업체가 알아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정비업체의 경우 불확실한 재선정 절차보다는 추진위원회를 설득해 위험부담이 없는 승계계약을 유도할 것이다. 추진위 입장에서도 정비업체를 재선정하더라도 가산점 등을 감안하면 기존 업체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를 거처 정비업체를 선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공관리자가 투명하게 선정한 정비업체와 합법적으로 승계계약한다는 명분도 세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서 추진위와 정비업체 간에 뒷거래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비업체의 경우 승계계약을 해주는 대가로 추진위에 뒷돈을 지급하고, 추진위는 뒷돈의 대가로 용역비용 협의 과정에서 높은 용역비를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관리제도가 적용되기 전에는 일부 구역들에서 암암리에 이러한 비리가 저질러졌다면, 공공관리제도가 적용된 후에는 당당하게 합법적으로 자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협력업체 선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던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 도입 취지와는 반대로 합법적인 비리를 양산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승계계약 제도를 폐지하고 재선정시에도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는 입찰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업체가 재선정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제거해 비리를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과거 정비업체를 수의계약하는 것은 법률적인 처벌이나 조합원들의 반발로 인해 불가능했지만 공공관리제도 하에서는 승계계약이 가능해 사실상 수의계약이 합법화됐다”며 “기존 정비업체가 추진위 임원에게 이른바 ‘사전 작업’을 하면 합법적으로 담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리 발생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리를 근절해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공공관리의 도입 목표인 만큼 공공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공공관리자가 선정한 정비업체와 추진위가 비리를 조성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