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 시행 100일… 문제는 뭔가
공공관리 시행 100일… 문제는 뭔가
도정법 보다 센 제왕적 조례… ‘독불장군’ 서울시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0.10.27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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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11:01 입력
  
조례 위임여부 묻지도 않고 ‘서울시 맘대로’
국토부도 ‘어정쩡’한 위임으로 논란만 자초
 

서울시의 공공관리 전횡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가 공공관리 조례를 제정하면서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무시하는 ‘제왕적 조례’를 만들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법 위에 조례’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고 있다. 나아가 서울시 공공관리 조례가 지원조항은 뺀 채 조합의 의무조항만 늘린 나머지 민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공지원은 물 건너가고 공공의 간섭과 감독만 남았다.’
 
공공관리가 시행된지 100일만에 내린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공공관리 도입 초기부터 지원이 아닌 사실상 규제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조례 위임여부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은 국토해양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국토부는 공공관리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자금·인력난은 물론 정비사업의 특성상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을 제외하고는 지방의 경우 모두 다 반대 의견을 개진한 점도 고려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 같은 기세에 눌린 국토부는 〈도정법〉 개정 당시 ‘선택적 공공관리’라는 ‘어정쩡’한 법률로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정비사업의 공공관리를 규정하고 있는 제77조의4제1항은 “시장·군수는 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시·도 조례로 정하는 정비사업에 대하여 사업시행 과정을 지원하거나, 주택공사 등,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8조제7항에 따른 신탁업자, 〈주택법〉 제76조제1항에 따른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 또는 이 법 제69조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에 공공관리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선택사항으로 규정하면서 논란의 중심에서 비껴간 것이다.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정비사업을 공공관리하는 시장·군수 및 공공관리를 위탁받은 자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다음 각호란 △추진위원회 또는 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위한 업무 지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위탁관리자는 선정을 위한 지원에 한한다)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방법 등에 대한 지원 △그 밖에 시·도조례로 정하는 사항이다. 또 제6항은 “공공관리의 시행을 위한 방법과 절차, 기준 및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의 지원 등 필요한 사항은 시·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 위임범위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하게 규정하면서 서울시의 ‘일방통행’ 행정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시공자 선정시기와 관련해서는 〈도정법〉과 상반된 조례를 제정하는 데도 상위기관으로서 제지는 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어 국토부 스스로 권한행사를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공공관리 주도권은 서울시가 쥐게 됐고, 지금처럼 막강 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제48조제2항은 “조합은 제1항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할 때에는 법 제28조에 따라 인가된 사업시행계획서를 반영한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사실상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늦췄다. 이는 명백한 상위법 위반이다.
 
현행 〈도정법〉 제11조제1항은 “조합은 제16조에 따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선정시기와 방법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아전인수식 법 해석은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련자료의 공개와 보존 등을 규정하고 있는 〈도정법〉 제81조제1항은 “추진위원회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의 경우 조합임원,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경우 그 대표자를 말한다)는 정비사업시행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를 조합원·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합들은 자체 홈페이지 또는 인터넷 카페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의무적으로 클린업홈페이지 운영을 강제하고 있다. 법에서 위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서울시 조례 제43조제4호에 “클린업시스템이란 시장이 법 제81조제1항에 따른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의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개 업무를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구축한 정보공개 통합홈페이지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조합설립 등의 업무지원을 규정하고 있는 제50조제2항, 자료의 제출을 규정하고 있는 제53조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재건축재개발정보원의 고승철 본부장은 “공공관리가 좋은 제도라면 공공관리 시행에 앞서 너도나도 앞다퉈 시공자를 선정했겠느냐”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공공관리 시범지구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조합들도 공공관리에 적극 동참할 게 뻔하다”며 “좋은 제도라고 인식시켜서 따라오게 만드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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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관리 전문성 떨어지고 전담부서도 없어 ‘혼선’
 
■ 업계 반응

공공관리 전담부서 신설이 지연되면서 공공관리가 혼선을 빚고 있다. 나아가 전담부서가 있더라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초짜’ 공무원들이나, ‘보신주의’ 공무원들 때문에 되레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현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공공관리 전담조직을 신설해 운영중인 구청은 전체 25개 구청 중 종로, 용산, 성동, 동대문 등 15개 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 영등포, 동작, 강동구 등 4개구는 조직 전체에 대한 진단 및 개편작업을 마치면 신설할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심지어 중랑, 도봉, 양천, 강서, 서초, 중구 등 6개 구청은 조직 신설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직 신설 시기나 규모 등을 놓고 관련부서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조직 구성도 한계를 보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관리를 총괄하는 공공관리과는 공공관리행정팀(5명), 공공관리정책팀(5명), 공공관리운용팀(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과장을 포함해 총 15명이다. 이들만으로 서울시 전역을 책임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또 공무원의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합이나 정비업체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구청 공무원들도 부지기수인데 이들이 조합을 지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결국 간섭이나 감독 권한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북의 한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공공관리의 성공 여부는 실무자들의 전문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고 이해관계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실무경험이 전무하거나 부족한 공무원 몇 명이 많게는 수십개에 달하는 사업장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과욕을 부린 나머지 일선 구청 공무원들에게 민원폭탄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는 공공관리 전담조직 신설을 유도하기 위해 구청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관리의 운용실적과 조직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해당 자치구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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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77조’ 어겨도 처벌 불가
 한남5 임원 고발은 공갈 행정
 
■ 현장 실태

공공관리를 고의로 어기더라도 현행법상 추진위원회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추진위는 벌칙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남5구역 임원 고발은 사실상 공갈포인 셈이다.
 
감독을 규정하고 있는 〈도정법〉 제77조제1항은 “정비사업의 시행이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처분이나 사업시행계획서 또는 관리처분계획에 위반되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비사업의 적정한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은 시·도지사, 시장·군수, 추진위원회, 주민대표회의, 사업시행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시·도지사는 시장·군수, 추진위원회, 주민대표회의, 사업시행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시장·군수는 추진위원회, 주민대표회의, 사업시행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그 처분의 취소·변경 또는 정지, 그 공사의 중지·변경, 임원의 개선 권고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 조항을 근거로 한남5 재개발추진위에 연거푸 협박성 공문을 띄웠다. 내용은 모두 대동소이한데 “도정법 제77조제1항에 따라 추진위 승인을 취소하고, 동법 제85조제12호에 따라 추진위 임원 고발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용산구가 벌칙의 근거로 내세운 제85조제12호에는 추진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법 제85조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2호에 “제77조제1항의 규정에 따른 처분의 취소·변경 또는 정지, 그 공사의 중지 및 변경에 관한 명령을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업시행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고 명시돼 있다.
 
즉 사업시행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처벌대상이기 때문에 사업시행자가 아닌 추진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사업시행자는 〈도정법〉 제2조 용어의 정의에 명시돼 있는데 제8호에 “사업시행자라 함은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자를 말한다”고 돼 있다. 또 정비사업의 시행자는 제8조에 보다 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데 요약하면 ‘조합’을 일컫는다.
 
나아가 〈도정법〉 제정 당시 제77조제1항은 “(전략) 국토해양부장관은 시·도지사, 시장·군수, 사업시행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후략)”이라고 돼 있다가 지난 2009년 2월 6일 개정되면서 사업시행자 앞에 추진위원회, 주민대표회의가 새로 신설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벌칙조항인 제85조제12호는 ‘사업시행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그대로였다. 입법미비라고 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추진위 승인취소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남5구역의 경우 정비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문제가 벌어진만큼 행정처분을 내리더라도 이와 관련한 행정처분이어야지 보복성 행정처분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4일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용덕 판사)는 연남동 새마을아파트 재건축조합이 마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조합장의 월권행위를 전적으로 조합 자체의 위법행위와 동일시하여 조합의 설립인가를 취소하는 가장 중한 처분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법무법인 영진의 강정민 변호사는 “한남5구역의 경우 만일 잘못이 있더라도 정비업체 선정과 관련된 잘못일텐데 이를 어겼다고 추진위 승인취소 등의 조치는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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