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등소유자 방식의 도시환경… 잡음 나는 까닭은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도시환경… 잡음 나는 까닭은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0.08.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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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등소유자 방식의 도시환경… 잡음 나는 까닭은
 
  

소유자 2/3 이상 동의땐 사업시행인가까지 직행
사업절차는 간소화… 큰 지분 소유한 상가 불만

도시환경정비사업에 있어 추진방식을 놓고 주민들 간에 갈등으로 인해 잡음이 일고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크게 조합을 설립해 추진하는 방식과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사업시행자가 돼 추진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먼저 조합 방식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토지등소유자 수와 토지면적 비율을 맞춰 조합을 설립해야 한다. 이에 반해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 이러한 절차 없이 정비구역 지정을 받고 나면 면적 비율에 대한 제한없이 토지등소유자 수의 3/4 동의만 있으면 곧바로 사업시행인가까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주민 간에 의견이 대립하는 것이다.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 면적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머릿수만 가지고도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다. 비교적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상가가 작은 지분을 가진 주택소유자들로 인해 외면당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은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종로구 돈의문뉴타운3구역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돈의문3구역의 경우에는 소송으로 이어져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등소유자 방식은 면적제한 없어=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조합 방식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추진위 승인, 조합설립인가 등을 거쳐 사업시행인가 순으로 이어진다. 이때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재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 동의 및 토지면적의 1/2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반해 토지등소유자 방식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곧바로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이때 토지등소유자 3/4 이상이 사업시행계획서에 동의하면 가능하다. 토지등소유자 방식은 정관도 필요없다. 다만 정관과 비슷한 유형의 ‘자치규약’을 정하는데, 이 규약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때 총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처럼 조합 방식에 비해 토지등소유자 방식은 면적비율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다가 사업절차가 간소화된다는 이점이 있다.
 
일례로 토지등소유자 20명으로 구성된 면적 1만㎡의 정비구역 내 8천㎡의 상가를 2천㎡씩 4명이 소유하고 있고, 주택부지인 나머지 2천㎡를 16명이 각각 나눠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에는 8천㎡를 소유하고 있는 상가소유자들을 모두 제외하고 주택소유자 중 1명을 뺀 15명(75%)에게만 동의를 얻으면 사업시행인가가 가능하다.
 
반면 조합 방식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 15명에게 동의를 얻어 숫자에 대한 동의율을 충족한 다음, 여기에 상가소유자 4명 중 2명과 주택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즉 조합 방식은 상가소유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 큰 지분을 소유한 상가소유자들은 외면한 채 주택소유자만으로도 사업추진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삭제된 면적비율=토지등소유자 방식에서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한 동의를 받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은 지난해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된 이후부터다. 하지만 입법예고될 당시에는 토지등소유자 방식도 재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면적비율을 충족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지난 2008년 8월 입법예고된 〈도정법〉 개정(안) 제28조제6항에 따르면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사업시행계획서의 내용에 대하여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면적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논의과정에서 면적비율이 제외됐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당초 이 법안이 입법예고될 당시에는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에도 타 정비사업방식과 마찬가지로 면적비율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국회 논의과정 중 소규모 공업지역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한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입법 취지에 맞도록 면적비율을 규정하지 않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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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등소유자 사이에 형평성 담보한 자치규약 만들어야
 
■ 전문가 시각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 청량리4구역 등과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도정법〉 시행령 제41조제4항에 따르면 “제2항제13호의 규정에 의한 규약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 중 당해 정비사업에 필요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각 호는 △정비사업의 종류 및 명칭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 △업무를 대표할 자 및 임원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자격·임기·업무분담·선임방법 및 업무대행에 관한 사항 △총회 및 대의원회 등의 조직에 관한 사항 △회의에 관한 사항 △토지등소유자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 △제31조제4호 내지 제10호의 사항 △규약 및 사업시행계획서의 변경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된 규약을 제정해야 한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자인 토지등소유자와 사업시행자가 아닌 토지등소유자의 비용부담이 균형을 잃지 아니하도록 하는 내용과 부담하는 비용의 납부시기·납부방법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에 사업시행계획서에 동의하든 안하든 비용부담이 균형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너시티의 박순신 대표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의 시행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한 동의는 물론 자치규약에 대해서도 동의를 받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며 “이때 사업시행자와 사업시행자가 아닌 토지등소유자 간에 비용부담이 형평성을 유지해야만 적법한 인가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자치규약에서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이 형평성을 갖추지 않은 채 사업시행인가를 받게 될 경우 소송에서 패소할 것이 분명하다”며 “이 경우 인가를 내 준 구청도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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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상가 소유자의 갈등
돈의문3구역은 법정 대립

 
■ 사업장에선…
청량리4구역과 돈의문뉴타운3구역의 경우 작은 지분을 소유한 주택소유자들과 큰 지분을 소유한 상가소유자들 간에 첨예하게 대립각이 세워져 있다.
 
청량리4구역의 경우 대로변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상가번영회 측 주민들은 작은 지분을 소유한 주택소유자들이 〈도정법〉에서 정한 머릿수만 맞춰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준비위원회 측은 법에서 정한대로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의 3/4 동의를 얻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관내 청량리4구역에서 시행방식을 놓고 왕산로변 상가번영회 측과 주택을 소유한 준비위원회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75%의 동의만 있으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큰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상가소유자들의 입장도 간과할 수 없어 행정청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청량리4구역의 상가번영회 측에서는 준비위원회가 공시지가에 1.5배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결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고, 반대로 준비위 측은 사업추진을 위해 법적인 절차를 준수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도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구에서는 상가번영회 측과 준비위원회 측 간에 대화를 주선하는 등 합리적인 협의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돈의문뉴타운3구역의 경우도 상가소유자들과 주택소유자들 간에 갈등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토지등소유자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돈의문뉴타운3구역은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해 토지등소유자 80%의 동의를 얻어 지난해 12월 종로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에 불복한 재단법인 한국연구원이 사업시행인가 이후 종로구청을 상대로 ‘도시환경정비 사업시행인가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6월 패소했다.
 
한국연구원은 또 지난 3월 면적에 대한 규정없이 토지등소유자 수만을 갖고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조항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 6월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돈의문뉴타운3구역의 경우 도정법에서 정한대로 절차를 이행했지만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상가소유자들이 불만을 표출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사례인데 결국 우리 구청이 승소했다”며 “이들은 또 도정법에서 정한 토지등소유자 방식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이 또한 기각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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