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 3년] 공공관리 3년 이젠 확 바꾸자 (上) 조합·추진위 실태
[공공관리 3년] 공공관리 3년 이젠 확 바꾸자 (上) 조합·추진위 실태
공공융자 끊겨 조합 자금줄 ‘막막’… 클린업시스템도 ‘낮잠’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3.07.2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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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추진위 작동 불능… 공공관리 폐지 ‘목청’
클린업시스템 누적 방문자 4년 새 2,070명 불과

 
서울시 공공관리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관리제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현행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공공관리제도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공공관리제도는 조합과 추진위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자금 없는 조합과 추진위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자금줄을 끊어 놓으니 정비사업에서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실제로 서초 무지개아파트에서도 급여를 받지 못해 조합 직원들이 떠났고, 업무 공백이 생기니 조합원들도 관심을 끊고 조합사무실을 멀리 하고 있다.

▲사람들이 떠나는 텅 빈 조합·추진위=사람들이 떠난 텅 빈 조합과 추진위에서 사업이 진행될 리 없다. 특히 직원의 퇴직은 곧장 업무 차질로 연계된다. 문제는 직원들의 퇴직이 정작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운용이다. 클린업시스템은 서울시가 자랑하는 공공관리제도의 상징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추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취지로 구축한 것으로, 조합 및 추진위원회에서 해당 사업장의 홈페이지 관리를 하도록 위임해 놨다.

그러다보니 관련 자료를 등록하거나 분류하는데 조합 관계자에게 일정한 인터넷 활용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서울시는 클린업시스템 구축 후 일정 기간 동안 조합·추진위 관계자 및 정비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조합과 추진위에는 이렇게 교육 받았던 직원들이 떠났다. 그 짐은 홀로 남겨진 조합장 또는 추진위원장이 짊어져야 한다.

손근수 조합장은 “원래 클린업시스템 관리는 조합 직원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 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나이가 들어 컴퓨터에 친숙하지 못하고 잘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클린업시스템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할 때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조합장은 클린업시스템이 “미로 같다”고도 말했다. 다양한 경로에 관련 자료가 배분되는 형태다 보니 복잡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합·추진위의 업무 공백이 클린업시스템의 활용도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남겨진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들의 자료 업데이트나 인터넷 운용이 원활하지 못하니 클린업시스템에 방문하는 조합원들도 줄어드는 추세다. 서초 무지개아파트의 경우 클린업시스템에서 2010년 8월부터 4년간 운영해 오는 중인데, 누적 방문자가 2천70명에 불과하다.

▲서울시 공공융자 예산 소진으로 ‘이중고’=정비사업 자금 마련은 더욱 캄캄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 시행으로 초기자금 문제에 부닥치자 대안으로 내놨던 공공융자 지원 제도에도 구멍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만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산 범위보다 많은 융자 신청이 들어올 경우 지원이 불가능한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책정된 공공융자 예산이 이미 지난 5월에 소진됐다고 밝혔다.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예산이 바닥난 것이다. 올해 책정된 정비사업 융자지원 예산은 약 95억원. 그러나 올해 상반기를 지나기 전, 이 예산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융자신청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더 이상 융자 신청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남겨진 조합과 추진위는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공공융자 중단 소식을 접한 조합과 추진위는 서울시에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강제적인 공공관리제 적용으로 자금 고갈 상황을 제공한 서울시가 자금융자 또한 자신들 마음대로 중지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분노다.

김종광 천호뉴타운1구역 조합장은 “수많은 정비사업 현장들이 자금부족으로 사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너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예산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 확인된 이번 참에 아예 공공관리제도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융자를 받는 것도 조합과 추진위에게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버거운 업무가 돼 버렸다. 서울시의 공공융자에서 내세우는 요건은 총회 의결을 요구하고 있다.

일종의 공공자금인 만큼 전체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운영비용이 바닥난 조합과 추진위가 총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 조합장은 “1천가구 규모의 조합이 총회를 개최하려면 대략 5천만원 가량이 드는데, 돈이 없어 돈을 빌리려는 조합이 총회 비용 5천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수많은 비상식적인 상황을 빚어내는 공공관리제도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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