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성남 재개발 포기’ 잿밥 우선시 한 이중성 선언
‘LH, 성남 재개발 포기’ 잿밥 우선시 한 이중성 선언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0.08.19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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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11:01 입력
  
 전국 414곳 사업성 검토… 내달 결과 발표 예정
“사업성 없다” 이유로 손털기에 지역주민들 분노
 

 
LH공사의 성남 재개발사업 포기 선언으로 LH가 참여하는 공공시행 정비사업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3일 LH 산하 성남도시재생사업단은 성남시청을 방문해 성남 구시가지 2단계 재개발사업 3개 현장을 포기하겠다고 구두 통보했다. 사업포기 이유는 118조원에 달하는 과도한 부채와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이다. 아파트 시세가 아파트 건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사업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LH공사의 사업포기 선언이 알려지자 전국의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LH공사의 무책임한 처사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전대미문의 LH공사의 대규모 포기 사태에 대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스스로 버렸다는 데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성남 구시가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공기업이 사업성이 안 좋다고 사업을 포기해 버리면 우리나라 곳곳에 분포한 사업성 안 좋은 곳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그런 곳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곳이 LH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LH 대거 포기 가능성 ‘솔솔’=문제는 향후 LH가 포기를 선언하는 사업장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전국에서 LH가 사업추진 중인 414곳의 각종 개발 현장에 대해 대대적인 사업성 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내달 중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보류·연기·취소’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지송 사장의 최근 인터뷰 내용도 이러한 내부 방침이 정해졌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사장은 “서민주택 보급을 핑계로 지난 10년간 마구 사업을 벌려 왔기 때문에 이번에 독한 맘 먹고 정리하겠다”며 사업 포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LH 내부적으로는 정비사업 축소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LH의 이번 사업포기 선언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약 1년여 전부터 각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 검토 작업이 착수됐으며 그 결과가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재생사업처 규모의 대폭 축소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LH가 정비사업 현장을 포기하는 것은 부채 탕감의 원인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사업성 하락에 따라 향후 벌어질 문제를 사전에 회피하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며 “원가정산방식에 의해 진행되는 재개발사업에서 향후 부담금 상승에 따른 책임의 부담감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드러난 LH 공공성의 실체=최근의 일방적인 사업 포기 통보는 오히려 LH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그 이유로 LH의 이중적 실체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평소 강조하던 공기업의 공공성 주장은 온데간데 없고 부동산 하락 시점에 이르자, 사업성 하락을 근거로 사업 포기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성에 일희일비하는 ‘민간 기업’과 다를 바 없는 기업적 특성을 드러내면서 공공이 만능해결사가 아니라는 한계를 보여준 셈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때 LH는 신도시 정책의 퇴보로 신규 택지개발 업무가 줄어드는 것을 대비해 신규 사업 영역 확보 차원에서 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면서 “LH의 정비사업 진출은 공공성 확보라는 목적 보다는 LH의 새로운 신규 수익원 발굴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업 포기는 수익원 발굴이라는 LH의 당초 정비사업 진출 취지로 본다면 어쩌면 예정된 결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LH가 사업포기의 이유로 제기한 사업성 문제가 일종의 핑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성남 수정구의 신영수 의원은 “사실 성남 구시가지는 당초 사업성이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LH가 최초 사업에 참여할 때 모르고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사업은 과거 서울 철거민들이 밀려난 우리 사회의 그늘을 걷어내는 역사적 프로젝트로 사업성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포기한 적 없다” 말바꾸는 LH=성남 구시가지 사업 포기 문제가 커지자 LH 측은 “공식적으로 포기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는 해명을 하고 나섰다. 사업 포기 보도가 나간 후 지난 6일 성남시의회 의원들이 LH 도시재생사업처를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LH 도시재생사업처장은 이같이 입장을 번복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향후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공문 등을 통한 공식적 입장이 없는 이상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아직 실제 공문으로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며 “정식 공문이 접수되면 법적 대응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안양시 역시 추이를 지켜본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냉천·새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와 덕천지구 재개발사업이 LH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의사표시가 없었다”며 “상황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본 후 시 차원의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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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설득하자” “민간방식 전환을…” 논란
 
■ 주민들 반응
성남 해당 사업장 주민들은 혼란 속에서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대안 찾기는 크게 두 가지다. LH와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하자는 주장, 민영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LH와 함께 사업을 계속 진행하자는 주장은 그동안 사업이 상당히 진척돼 왔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인한 시간 비용의 허비보다는 기존 LH 사업방식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성남시와 연합해 LH 측과 협상자리를 만들어 다시 사업에 참여하게 하자는 논리다.
 
반면, 이번 기회에 LH와의 모든 약정 사항을 파기하고 새로 사업을 진행하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LH 측의 사업진행에 대해 문제제기를 많이 했던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주로 이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주장의 근거로 그동안 LH의 사업진행 자세를 지적하고 있다. 이번 일방적 사업포기 통보는 이미 예전부터 LH가 해오던 사업진행 방식이라는 것이다. 대개의 사업추진에서 주민들을 제외한 채 해당 자치단체와의 협의 만으로 진행하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성남의 한 재개발 비대위 관계자는 “성남의 재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은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면서 “이러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민간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남시 2단계 사업장에서는 최근 사업성 문제로 LH 측에 불만이 많았던 상황이다. 성남 고도제한 완화로 사업성 개선이 기대됐으나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은 상황에서 LH가 사업계획 변경 불가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성남 사업장에서는 LH가 다시 사업에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각종 소송 및 관리처분 문제 등으로 인해 시간이 많이 소요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재개발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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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역할을 포기한 것”… 주민들 배신감 느껴
 
■ 현장 반응
이번 LH 사업포기 사태로 LH는 공기업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 상실이라는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그동안 LH와 같은 공기업은 정비사업 등에서 공공성을 기반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그 결과 경쟁자 없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도 했고 실제로 그 자격을 통해 쉽게 주요 사업장에 입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성은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 돼 있을 때에만 외치는 구호였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안양의 덕천지구의 한 주민은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경쟁자가 많으니 그때에는 공공성을 주장하며 공기업으로서의 독점혜택을 누려놓고, 부동산 침체기에는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 철수를 진행하니 참 편리한 논리”라며 “평소 주장하던 공공성은 과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양 새마을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구역 내 또다른 주민은 “워낙 부정·비리 논란이 컸던 탓에 초기 사업추진 과정에서 민간기업을 대신해 공기업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서 많이 좋아했었다”면서 “그러나 사업성이 없다며 현장을 내버리고 나가려 하고 있으니 공기업도 민간기업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같은 공기업 및 정부에 대한 신뢰성 상실은 일종의 사례로 남겨져 향후 진행될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같은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많은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 재개발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한 번 불신 요인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진실된 얘기를 해도 믿지 못하고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LH 사업포기 사태는 해당 사업장 주민들에게 크나큰 상처로 남게 돼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다며 공공을 투입했는데 이 마저도 불신 요인으로 자리잡게 됐으니 공공의 위상도 많이 깎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의 불똥은 정부로 이어지고 있다. LH의 감독기관인 자치단체와 국토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주민들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에서는 LH의 성남 사업장 포기 발표 이후 긴급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그다지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성남시내 정비사업 조합장은 “시청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으나 결국 아무런 내용도 없는 설명회였다”며 “공식적인 공문이 나오면 법적 대응하겠다는 등의 구체성이 없는 대안이어서 공황상태에 빠진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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