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시대 주택정비사업 - 새해특별좌담
MB시대 주택정비사업 - 새해특별좌담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8.01.10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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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0 11:04 입력
  
재건축·재개발 집값 상승 주범 몰면 곤란
용적률 10% 높여도 공급문제 대폭 해소

 
<참석자>
△사회
 김호권 하우징헤럴드 대표이사 겸 발행인
△토론자 
 김경철 동부건설 상무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김조영 법률사무소 국토 대표변호사
 박의진 신성건설 상무
 박환용 경원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

향후 내놓게 될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의 거듭된 규제로 고사 위기에 몰려 있던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폭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선거운동 초기부터 참여정부와는 입장을 확연히 달리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도심 개발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행정도시를 비롯해 혁신도시·기업도시 등 신도시개발을 추진했던 참여정부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같은 이 당선자의 모습은 대기업 건설사 CEO 이력과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한 추진력이 결합되면서 조합 및 업계 종사자로 하여금 규제 완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수월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 상황에 부닥친 이 당선자 측은 당선 직후보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집값 안정과 시장 정상화라는 자못 서로 상반돼 보이는 두 개념을 융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 안겨진 숙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지에서는 2008년 새해를 맞아 업계·학계의 정비사업 전문가들과 함께 정비사업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김호권 발행인=반갑습니다. 2008년은 새 대통령과 새 정부를 맞이해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 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건축·재개발 시장상황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동안 참여정부에서 자주 언급된 얘기 중의 하나가 ‘재건축·재개발=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을 공급 부족이라며 의견을 달리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재건축·재개발이 주변지역의 집값을 상승시키는 주범인지에 대해 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환용 교수=재건축·재개발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생각은 주택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생각됩니다. 두메산골 지역의 허허벌판에 재건축·재개발을 시행한다고 해서 주변지역의 주택가격을 끌어 올릴 수 있을까요. 그러한 질문은 넌센스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참여정부는 주택시장의 가격변동을 몇몇 시장참여자에 의해서 일어나는 매우 이기적인 행동의 결과라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의 변화는 주택시장의 공급과 수요사이의 불균형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매우 원론적인 내용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이명박 정부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밖에 없으며 많은 이들이 슬기롭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 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김경철 상무=저도 박교수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2000년에 들어 시작된 주택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외적으로는 세계적인 저금리 때문이며, 내적으로는 외환위기로 인한 신규주택 건설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신규주택 공급부족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당시에 교육 및 사회적 기반시설이 발달된 도심 지역에서는 중대형 고급주택 수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에서 이를 간과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이들 지역의 대명사인 강남 지역에서 재건축이 시작되면서 이들 수요가 몰리자 집값 급등 현상으로 비춰졌던 것입니다. 재건축 대상 주택가격이 상승해 일반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평면과 고급 마감재로 도심에서 유일하게 신규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에 재건축대상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박의진 상무=맞습니다. 재건축 아파트나 택지개발 아파트나 모두 인근아파트의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가 주변 여타 지역의 집값을 상승시킨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에도 지방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보합 내지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재건축아파트가 가격을 선도한다는 얘기는 강남 등 일부지역에 국한된 내용으로 이를 전체적으로 일반화 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김조영 변호사=저는 여러분들과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단지가 주변집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일반분양분의 분양가 책정이 자율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도급제의 경우에는 조합이, 지분제의 경우에는 시공사가 일반분양 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분양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주변 아파트 등 주택가격이 뒤따라 상승하는 작용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요인은 앞으로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상당부분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김선덕 소장=저 또한 재건축·재개발이 주변 주택가격 시세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이 늘어나면서 우선 기존 주택과 인허가 되는 용적률 상한폭의 차이로 곧바로 개발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합니다. 다만, 최근의 재건축 대상 물량들은 이미 용적률이 높아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서울의 특정 지역은 지역내 아파트가 거의 모두 재건축 대상 아파트이기 때문에 재건축 기대로 인해 지역 전체의 아파트 가격이 움직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만 이 특정지역 시세가 광역적으로 타 지역에까지 가격을 상승시키는 가의 문제는 판단 기준의 문제이기 때문에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바람직한 정비사업 방향
  
▲김 발행인=참여정부 주택정책 특징 중 하나가 도심 개발은 규제하면서 신도시 개발에 집중했다는 부분입니다. 그동안 꾸준히 신도시 개발을 발표해 도시 외곽으로 확산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공급 물량을 계속해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택지개발로 공급되는 주택은 직주근접성 저하 및 환경오염, 교통비 부담 등의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 도심지를 개발하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 교수=주택은 토지를 기반으로 조성되는 건조물입니다. 기성시가지에서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토지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 및 보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신도시개발에 주력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도시개발은 기성시가지 개발에 비해 지구지정 및 보상 등으로 많은 시간을 소요할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도시외곽에 건설되기 때문에 직주근접을 실현하기는 매우 힘들며 모도시와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반시설투자비 또한 많이 소요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기성시가지 개발은 최근 개발 트렌드인 친자연환경적이며 캠팩트 시티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개발방식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이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것인가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신도시개발을 통한 대량 공급이 주택가격을 잠재우기가 훨씬 쉬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주택200만호 건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하여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지 않고서는 주택시장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힘듭니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재건축·재개발이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상무=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는 원리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많은 출퇴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공급하는 것 보다는 출퇴근 시간 및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직주근접형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 두드러지고 있어 이 같은 요구는 매우 시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령화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교외형 신도시 개발전략을 포기하고 도심개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논의가 나오는 시점에서 이 같은 사례는 충분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상무=도심지내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재건축·재개발이 도심지내 유일한 주택공급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상승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최근 신도시를 개발해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는 등 자기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직주근접성의 문제, 즉 외곽지역에 아무리 많은 신도시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여전히 미분양이 지속되는 것은 직주근접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꽁꽁 묶인 규제 왕국
 
▲김 발행인=현재 재건축·재개발사업은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특히 재건축·재개발사업에 각종 규제책을 동원했습니다.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임대주택 의무건립부터 소형평형 의무비율 강화, 후분양제 도입, 조합원 지위 전매 금지,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까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재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중첩된 규제나 중복된 규제들은 과감히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 소장=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초기에는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으나 점차 재개발 사업에도 규제가 증가했습니다.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는 시기에 따라서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재건축과 재개발 과정에서 절차와 내용(분양, 임대, 평형 등) 등에 관련된 중복된 규제는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된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순수한 의미의 주거환경 개선과 신규 주택공급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기 수요는 억제해야 합니다. 
 
▲김 변호사=앞서 열거하신 모든 규제들은 재건축·재개발단지의 주택가격 상승이 주변 다른 지역의 주택가격을 같이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재건축·재개발단지의 주택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는 신규분양가 책정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신축분양가의 상승을 막기 위한 취지와 관계가 없는 것은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규제를 완화해야 할 내용들은 조합원지위전매금지, 후분양제 등이라고 할 것입니다.
 
▲박 상무=각종 강력한 규제들로 인해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져 사업을 포기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점을 감안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200㎡이상의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한 모든 사업에서는 기반시설부담금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어 사실상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이는 기반시설 설치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서울 등 주요 도심지역의 부담금 산정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산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 안전진단 절차가 강화됨에 따라 신규 택지가 모자란 서울·수도권의 경우 재건축 사업의 위축이 자칫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집값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개발이익의 최고 50%까지 환수되면서 상당수의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지방의 경우는 개발이익을 낼 만큼의 초과이익이 발생하지도 않습니다. 그 외에 조합원 지위 전매 금지로 인해 경제력이 부족한 조합원들의 명의 변경이 금지돼 매도 청구나 현금청산을 받아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급한 선결과제
  
▲김 발행인=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제정·시행된 이후 시공자 선정시기 조정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최초 제정 당시에는 재건축·재개발 모두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뽑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2005년 3월 18일 재건축에 한해서만 시공자 선정시기를 규정했고 재개발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후 재개발추진위들이 시공자를 선정하는 등 논란이 일자 다시 2006년 8월 25일 재개발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뽑을 수 있도록 개정됐습니다. 재건축·재개발에서 시공자 선정시기가 중요한 것은 사업초기의 자금조달 문제 때문입니다. 정비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기 때문에 시공사의 자금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사업초기자금 조달 문제 해결=사업추진의 동력’이라면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 아닐까 보는데요?

▲김 상무=재개발·재건축 사업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초기 운영자금 문제입니다. 현재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부터 유일하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자본금 규모 5억원 수준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능력으로는 자금을 조달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이는 결국 음성적인 자금조달을 부추기게 됩니다. 따라서 초기 자금조달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능력이 강화될 때까지 현실을 인정하고 한시적이라도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는 것만이 사업초기 운영자금조달 확보를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공자 선정시기를 앞당기게 되면 자금조달의 원활뿐 아니라 시공자에게 사업에 대한 일관성 있는 책임감을 부여하게 되고 효율적인 설계 및 사업관리를 통한 공사비 절감 및 조합의 전문성을 보완하여 효율적인 사업관리가 가능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 변호사=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시공자 선정시기는 추진위원회설립승인을 받은 뒤에 주민총회에서 전체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하여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토지등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주민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면 주민 모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일 뿐만 아니라 초기자금조달 문제의 엄청난 해결책이 되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시기를 추진위원회설립승인후 시점으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박 상무=사업시행인가 이후나 조합설립 이후 등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의 시공자 선정시기가 정해짐에 따라 대부분의 조합들이 사업초기 자금의 조달방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업초기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경우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오히려 자금을 둘러싼 비리와 갈등이 발생합니다. 현재로선 초기자금은 조합원들이 담보를 제공해 금융기관에서 대여받거나 영세한 정비업체가 투입해야 하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때문에 시공자를 통해 초기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려다보니 오히려 비리에 연루되기 십상입니다. 또한 시공자 조기 선정은 빠른 사업진행으로 금융비용의 절감 등으로 이어져 조합원뿐만 아니라 시공자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추진위 단계에서의 시공자 선정이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김 발행인=재건축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리모델링이 최근 부각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해 자원의 재활용이나 폐기물 감소 등의 장점이 있다며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들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재건축 업계에서는 15년된 아파트를 거의 재건축과 다름없이 골조만 남겨놓고 모두 뜯어 고치는 리모델링이 오히려 자원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공사비도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리모델링된 아파트를 불과 20년뒤에 또 다시 재건축해야 한다면 리모델링이 사회적 비용을 더 소모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서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데요.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상호 공존하는 해결책이나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 상무=재건축의 각종 규제들로 인해 그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 단지는 리모델링을 원해서 하기 보다는 재건축의 강력한 규제들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했으나 최근 정권 교체로 인해 재건축 규제 완화 목소리가 들리자 다시 재건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리모델링이 안고 있는 문제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신축과 비슷한 수준의 공사비, 공사기간 동안의 이주비, 평면적 문제와 시세차익의 한계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리모델링의 메리트가 재건축보다 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리모델링에 대한 세제혜택, 재정지원 등으로 인해 리모델링의 사업성을 높여야 두 사업이 서로 공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부가가치세 면제범위 확대와 취등록세 면제, 국민주택기금 지원 확대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면 재건축으로만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 교수=현재 우리나라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거의 비슷합니다. 재건축을 해야 할 시기에 도달하여 재건축을 할 것인가 아니면 리모델링을 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일본의 경우 리모델링을 리폼이라고 부르는데 건축물의 잔존가치가 반(1/2)정도 남았을 때 리폼을 시행합니다. 그래야 주요구조물이 수명을 다하는 나머지 반(1/2)의 기간동안 건축물이 제기능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리모델링으로 해당 구조물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다면 재건축사업을 위해 구조물에 내려지는 불가 판정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입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자산가치 증진 측면에서 접근하지 말고 구조물의 안전이나 주거공간의 쾌적성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좀더 지혜로운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에 준하는 제도적 접근이 가능할 것입니다.
 
▲김 상무=이제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각각의 역할 정립을 통해 선진국형 주택 유지관리 및 개보수 정책으로 개선·발전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건물의 물리적 수명은 남아있으나 사회적 기능으로서의 가치를 전면 재검토해 리모델링을 적극 장려하고 사회적 비용 절감과 국민의 주거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합니다. 또한 건물의 물리적 수명이 한계에 달한 경우에는 큰 어려움 없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소극적인 리모델링 장려정책에서 소형평형 아파트에 대한 증축비율 완화 및 수직 또는 수평 증축 가능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개선이 추진돼야 합니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공존을 위해서는 ‘先 리모델링 後 재건축’으로의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 발행인=재건축·재개발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대부분 안 좋은 내용들입니다. 어느 조합이 비리를 저질렀다거나, 그래서 구속됐다거나 등등 좋지 않은 소식들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민간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공이 재건축·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법을 개정함에 있어 공공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도 감수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공공의 개입은 주민들과의 마찰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민간보다 더 큰 화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공공의 역할과 기능은 어디까지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 상무=정부가 재건축·재개발을 부패·비리의 총합으로 보고 투명한 사업진행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신림 2-1구역 등에서 시행한 주공의 사업진행 결과를 놓고 본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주공은 투명·신속·정확을 모토로 내세우지만 홍보요원의 허위사실 유포, 과장홍보 등으로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고, 주공의 시행으로 인해 주민들의 권리참여 또한 배제돼 과연 공공 개입이 옳은지 의문시 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은 민간 시공자의 사업초기단계 접근을 봉쇄해 놓은 상황에서 사업성이 양호한 곳을 선점하기 위해 공공시행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어 공권력 남용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 본래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봐야할 것입니다. 공공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지만,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지역을 개발하는 공익성이 있는 사업에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김 상무=민간이 하면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이 나서겠다는 발상 또한 잘못된 것입니다. 2005년 8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이후로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등 민간이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공이 사업을 시행하면 민간기업에 비해 효율성과 창의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특히 경쟁력 분야에서 민간의 다양한 창의력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적자가 나면 민간은 고스란히 자체적으로 감수하지만 공공은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적자 발생시 세금으로 보전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입니다. 또한 다양한 주택공급을 필요로 하는 현시점에서 고객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민간건설업체를 선호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공공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아파트 공급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며, 특혜시비가 거론되면서까지 만들어진 법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합니다.
 
▲박 교수=공공의 역할은 시장소외계층을 보호하고 그들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는데 노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작업은 시장성도 없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하며, 공공기관은 정부의 대변자로서 시장소외계층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공기관의 존재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물어보아야 하며 존재 가치에 대해 다시 검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자본주의에서는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으며, 이를 치유하는 방안으로 공공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그러한 사회적 요구가 수반되는 곳에서 공공의 역할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MB시대 주택정책
 
▲김 발행인=마지막으로 MB시대 재건축·재개발 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전문가로서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김선덕 소장=MB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시키는 정책 방향을 공약에서 밝혔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신도시를 멈추고 재건축과 재개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보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촉진한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10% 정도 상승시키고 여기서 나오는 추가적인 이익은 환수해서 저소득층 주거 대책에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재건축과 재개발에 관한 중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는 구단위 계획, 시단위 계획, 광역 단위의 계획, 중앙정부의 계획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구단위 계획을 시에서 조정하고, 시 단위 계획은 광역 차원에서 조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제도 개선과 지원의 역할로 변해야 할 것입니다.
 
▲김 변호사=주택공급에 모아져야 합니다. 재건축·재개발단지에 적용되고 있는 용적율을 상향조정하고, 층수제한을 완화하며, 각종 부담금 등을 줄여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단, 규제완화로 인해 과도하게 증가되는 개발이익에 대하여는 소형주택건설의 의무비율을 더 높여서 신규공급 주택수를 과감하게 증가시킴으로써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박 교수=재건축·재개발이 신도시개발에 비해 좀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주택시장의 동맥경화를 유발해 주거의 이동을 제약하고 주민의 주거안정을 해치는 규제와 문제점을 과감히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수단이 과도한 가격상승을 유발한다거나 주택투기를 유발하는 형태로 발전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참여정부의 실책은 강남 주택가격 잡기로 일관하다가 전체의 주택가격이 상승해 주거안정성을 해쳤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또한 희소성에 의해 설정된다는 시장원리를 MB정부는 정확히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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