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영의 재건축 법률 상담>서면결의서 제도와 문제점
<김조영의 재건축 법률 상담>서면결의서 제도와 문제점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6.08.0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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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2 11:15 입력
  
과연 조합원 의사를 반영하고 있는가?
 
김조영
본지 편집인
 
1. 서면결의서의 의의
 
서면결의서라고 함은 ‘자신이 조합총회나 이사회, 대의원회에 출석할 수 있는 자격은 있으나, 해당 회의에 직접 참석이 불가능하거나 참석하기 싫은 경우에 자신의 의사표시를 서면으로써 대신 밝히는 서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해당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거나 하기 싫은 경우에는 자신이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회의출석권·결의권을 포기해 버리면 되는데, 그렇지 않고 서면결의서라는 문서로써 자신의 회의출석권·결의권을 행사하는 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해당 조합원이나 이사, 대의원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면, 당해 회의에 참석한 것이 되어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의사정족수에 포함이 되고, 또 서면결의서상의 의결내용에 찬성, 반대 표시를 하면 결의권을 행사하는 것이 되어 의결정족수에 포함이 된다.
 
이러한 서면결의서는, 어쩔 수 없이 해당회의에 참석할 수 없거나 참석하기 싫은 사람들도 회의출석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의 표시가 반영이 된다는 좋은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조합원의 입장에서 보면 ‘총회에 참석할 필요가 뭐 있어, 바쁘고 골치 아픈데, 서면결의서 내면 안가도 그만이지 뭐!’라는 식으로 총회 등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회피적 수단으로써 사용되고 있다. 조합집행부의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이 총회 당일날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서면결의서만 많이 받으면 되기 때문에 별로 조합원들의 직접 참석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서면결의서 징구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이 있다.
 
2. 서면결의서 제도의 문제점
 
위와 같이 서면결의서제도를 인정하는 최초의 본질에 반하여 현재 많은 조합에서는 취지가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다. 참석할 수 없는 조합원들의 의사도 최대한 반영을 하여야겠다는 서면결의서제도의 좋은 취지가 왜 변질되어 있는 것일까?
 
먼저,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총회에 상정될 안건에 대하여 무엇이 타당한지, 부당한지 전혀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서면결의서에 찬성, 반대의 도장을 찍고 있다.
 
총회 전에 각 조합원들에게 발송되는 총회회의 책자는 대부분 상당한 분량이 다. 그리고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냥 읽어만 보아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총회에 있어서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 숫자가 총 조합원들의 과반수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과연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조합원들은 총회에 상정될 안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찬성 또는 반대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총회책자를 읽어보고 판단하였다’라고 답변은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조합에서 총회책자 인쇄에 앞서 인쇄될 내용을 본 변호사에게 보내 그중에 일정한 내용에 대하여 검토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총회책자를 읽어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내가 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고 타당성을 결여한 내용들이 있는데, 그 두꺼운 총회책자를 어떻게 조합원들이 다 읽고 서면결의서에 찬, 반의 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 제출현황을 보면, 조합에서 서면결의서를 보낼 때 조합 앞으로의 발송용 봉투까지 다 동봉하여 보내게 된다.
 
그런데도 조합원들이 서면결의서를 직접 우편으로 조합에 보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방에 있는 조합원들이나 우편으로 보내지, 해당지역에 살고 있는 조합원들의 경우에는 총회 서면결의서징구 도우미(흔히 O/S 요원이라고 함)들이 조합원집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부탁을 하면 그때서야 서면결의서를 작성해 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O/S 요원들은 자신들이 서면결의서 한 장을 징구해 가면 상당한 금액의 일당을 받기 때문에 상당히 열성적으로 받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시공사선정 등 중요한 총회에서는 지방에 있는 조합원들의 서면결의서를 징구해 오면 한 장당 100만원도 준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서면결의서 징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서면결의서를 O/S 요원에게 줄 때에 서면결의서상의 찬성·반대 표시란에 자신이 직접 표시를 하고 주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아예 자신이 서명 날인만 하고 찬성·반대 표시란을 공란으로 하여 주는 경우도 더러 있다.
 
본 변호사가 총회관련 소송을 하다보면 총회서면결의서가 증거로 제출될 수밖에 없어 서면결의서를 거의 100% 보게 되는데, 그때 보면 자신이 서명·날인한 필기구와 찬성·반대란에 표기된 필기구가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서명날인은 볼펜으로 하였는데, 찬성·반대란에는 싸인펜으로 표시가 되어 있거나, 서명·날인은 검정색 볼펜으로 하고, 찬성·반대란에는 파란색 볼펜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서면결의서 작성도중에 필기구가 망가졌을까?
 
조합에서 서면결의서 양식을 만들어서 보낼 때 표기한 내용을 보면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서면결의서 양식을 보면 자신의 인적사항의 서면·날인란에는 ‘자신이 직접 서명하고 도장(인감도장)을 날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하여 도장을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찬성·반대표기란 2개를 만들어 놓고 ‘찬성 또는 반대표시란에 ○를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2개의 란을 만들지 않고 1개의 란만 만들어 ‘찬성은 ○표 반대는 X 로 표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찬성, 반대란을 각각 만들지 않고 1개의 란만 만든 뒤에 ‘찬성은 ○표, 반대는 X ’로 표기하도록 한 경우는 그래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찬성·반대표기란 2개를 만들어 놓고 ‘찬성 또는 반대 표시란에 ○를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할 바에야, 차라리 ‘찬성 또는 반대표시란에 도장(인감도장)을 날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는 것이 훨씬 타당하지 않을까?
 
도장을 찍을 때에 그냥 그 도장을 찬성, 반대란에 찍도록 하는 것이 번거로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에 도장을 찍지 않고 ‘○’ 표를 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이 서면결의서에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그냥 주었을 경우 그 서면결의서를 받아 오는 O/S 요원이 임의대로 ‘○’표를 하여도 조합으로서는 알 수가 없게 된다.
 
심지어 어떤 조합은 ‘찬성·반대 표시란에 ○, X, □, △, √, ※ 등 어떤 표시를 하여도 좋습니다’라고 표시해 놓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본 변호사가 소송도중에 발견한 어떤 서면결의서에는 ○와 □, △등을 섞어서 표시한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와 다르게 서면결의가 징구되고 있는 실정은 조합이 징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속칭 비대위가 징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비대위도 자신들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하여 직접 서면결의서를 달라고 한 뒤에 자신들이 그냥 반대의 의사표시를 해 버리면 조합은 알 도리가 없다. 서로가 조합원들의 의사표시를 정확하게 받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찬성, 반대란에 표시를 하지 않고 줘 버리는 조합원은  또 무엇인가 말이다.
 
3. 서면결의서가 조합원들의 의사표시를 제대로 반영한 것일까?
 
그렇다면 서면결의서가 과연 조합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것일까? 어떤 조합총회를 보면 총회당일날 조합원들이 조합집행부나 상정안건에 대하여 격렬하게 비난을 하고 맹공격을 하여도 조합집행부는 느긋한 경우가 있다.
 
서면결의서 찬성표를 이미 의결정족수를 넘어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게임 끝났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네가 아무리 떠들어도 이미 서면결의서를 과반수이상 찬성으로 확보하였기 때문에 게임은 끝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면결의서에 도장을 찍을 때 총회상정 안건에 대하여 찬성자, 반대자의 의견을 제대로 들어보고 찍는 경우보다 그냥 찬성에 도장을 찍는 경우가 많다.
 
찬성, 반대의 의견은 총회당일 날에 열띤 토론을 통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서면결의서는 총회 전에 징구가 되기 때문에 찬성·반대의 토론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다. 따라서 결국 찬성·반대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찍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서면결의서의 찬성·반대표의 숫자를 보면 거의 대부분 찬성이 90%이상이 된다. 반대하는 서면결의서가 들어오면 조합집행부가 폐기해 버리기 때문에 찬성률이 그렇게 높은 것일까? 조합집행부가 아무리 부도덕하더라도 반대하는 서면결의서를 폐기해 버리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 그러면 결국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조합원들 90%이상이 찬성표에다가 직접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사결정된 서면결의서를 과반수 이상 이미 징구한 총회장에서 아무리 찬성, 반대의 난상토론을 해 본들 이미 ‘게임이 끝난’ 총회이다.
 
이것이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인가?
 
특히 조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위와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면 이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그것은 조합원들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던진 부적절한 의사표시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시공사가 서면결의서를 상당수 징구하는 등 미리 터를 닦아 놓으면 경쟁시공사는 중도에 포기해 버리거나 총회당일날 참석을 안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4. 서면결의서, 인정 안할 수 있는가?
 
민법 사단법인에 관한 규정중 제73조 제2항에 의하면 ‘사원은 서면이나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서면이나 대리인에 의한 결의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조 제3항에는 위 서면결의나 대리인에 의한 결의는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는 때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정관에서 정하면 서면결의나 대리인에 의한 결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조합원들의 의사표시가 제대로 반영되어 진행되는 정비사업은 조합집행부나 조합원, 비대위사람들도 모두 같이 추구하는 사업의 목표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대부분의 조합에서 총회 당일날에 직접 참석자가 최소한 과반수 이상 되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본 변호사는 간절히 기원한다.
 
 <건설교통부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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