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맹신균>학습권 침해와 공사중지
<논단 맹신균>학습권 침해와 공사중지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6.04.18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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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8 16:36 입력
 
 
맹신균
변호사
현재의 대도시는 1970년 이후 지속적인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급속한 도시의 팽창으로 인해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기존 건축물이 열악하게 되어 도시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이에 정부는 도심지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일명 도심재개발)을, 주거지역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주택재개발사업·주택재건축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도시의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정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건설공사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건설공사는 소음, 분진, 일조권 침해 등을 유발하며 공사현장 인근의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인근의 주민들은 시행자 또는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를 금전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급박한 손해 또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공사금지가처분 등을 통해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여기서 가처분이란, 분쟁에 대한 판결확정시까지(손해배상청구소송) 기다린다면 현저한 손해를 입게 되거나 소송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을 경우에 신속하게 잠정적으로 임시의 조치를 취하는 보전처분을 뜻한다.
 
종전에는 토지이용권을 둘러싼 주택 등 소규모 건축물에 관한 분쟁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러나 점차 일조, 조망, 소음 등 생활이익 침해를 이유로 하여 아파트나 빌딩 등 대규모 건축물의 공사금지가처분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그 이웃 토지상의 거주자가 직사광선 차단이라는 불이익을 받는 경우, 피해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시행자 또는 건설사를 상대로 공사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있다. 법원은 <동지일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고, 동시에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8시간 중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 확보되지 않은 경우> 일조방해의 정도가 수인한도를 초과하였다고 하여 위 공사금지가처분을 인용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중학교 학생 200여명은 2006년 1월경 조합과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신청한 이유는 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석면이 검출되었고, 공사 착공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진동으로 인하여 수업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고층(29층) 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해 교내 일조권이 제한 받으며, 통학로를 제한받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법원은 2006년 3월경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학교부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 장소에서 아파트 건축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학생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법원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 학교 내 소음 수준이 학교보건법이 정한 기준을 초과하였고, 굴착공사가 계속될 경우 소음이 그치지 않을 것이며, 시공사측이 학교 주변에 설치한 13m의 방음벽은 오히려 일조 및 조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재건축공사로 통학로 대부분이 폐쇄되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적지 않고, 임시교사 신축 등 여러 대안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시공사측이 방음벽, 이중창 등의 조치만 취한 후 공사강행의 방침을 고수하여 공사중지 가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위 판결에서 특이한 점은 학생들의 침해권리가 환경권이 아니라 수업권, 즉 ‘교육받을 권리’로 판단하고 있으며, 교육받을 권리를 <정당하고 적절한 방식과 내용으로 수업을 받을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는 점이다.
 
위 법원의 판결로 인하여 시공사는 낮 시간에 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전체 공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 통상 조합과 시공사간 체결한 도급계약서에는 시공사의 부주의로 제3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그 피해를 모두 시공사가 배상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조합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조합 및 조합원들은 공사의 지연으로 인하여 입주시기가 지연되므로, 간접적인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공사와 조합은 공사현장의 민원요소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여 피해를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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